
<졸업>으로 마주한 정려원과 위하준
사랑이 깃든 모든 것은 가치 있다고 말하는 정려원과 위하준.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것과 지키려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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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려원이 입은 블루 프린지 장식의 톱과 화이트 프린지 스커트, 블랙 뮬은 모두 Bottega Veneta. 위하준이 입은 톱과 팬츠는 모두 Wooyoungmi.
동료들에게도 자주 들은 말이에요. 저도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지난해 5월쯤 회사에서 대본 하나를 빨리 봐줬으면 좋겠다더군요. 급해 보이길래 누가 연출하는지 물었더니 안 감독님이라고, 장르도 멜로라고 했죠. 그 자리에서 “할게!’ 했습니다(웃음). 그렇게 작품을 결정한 건 처음이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나요
감독님의 작품에서는 배우들의 모습이 참 자연스럽게 담겨요. 한 신 전체를 관찰자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식이 많은데, 드라마에서도 연극처럼 한 번에 한 호흡으로 연기하는 게 매력적이거든요.
대치동의 14년 차 스타 강사 서혜진을 연기합니다. 이 세계와 어떻게 친해졌나요
입시와 정시, 내신 같은 단어도 생소하고 한국 교육 시스템에 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였어요. 과목도 영어일 줄 알았는데, 국어였죠(웃음). 유튜브 일타 강사들의 강의도 듣고, 실제로 학원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스타 강사님들에게 자문을 구했어요. 그분들이 가르치는 방식을 거의 ‘손민수’하다시피 했죠. 강사님 저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정말 귀에 쏙쏙 박힐 정도로 흥미로운 화법과 방식을 구사했죠. 그들의 속얘기도 듣고, 연애는 어떻게 했는지, 얼마나 바빴는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받는지 등 여러 측면을 본 것 같아요. 강사들이 쓰는 언어가 조금이라도 어설프면 곧바로 티가 나니까 판서하는 것도 보고, 몰래 수업도 참관했어요. 녹음본도 매일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어요.
그 세계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면
대한민국에서 공부 잘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 학생들에게도 존경심이 생겼어요. 현 교육 시스템의 장단점을 떠나 일종의 경이랄지, 보통 수준의 공부를 해서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쉽지 않겠더군요.

정려원이 입은 블루 프린지 톱은 Bottega Veneta. 위하준이 입은 블랙 톱은 Wooyoungmi.
저도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잘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연애할 때 상대에게 미안할 만큼 일에 몰입해서 떠나보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사랑할 준비가 돼 있어요. ‘이제 누군가를 유혹하기도 귀찮은 나이야’라는 사람도 있지만, 저도 그런가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사랑에 관해서는 죽을 때까지 촉촉한 사람일 것 같아요.
작품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연애와 같을까요. 늘 새로운 사람과 세계를 마주하고 보내는 일이잖아요
사랑보단 매매와 전세, 월세로 표현해 볼게요(웃음). 어릴 땐 제가 캐릭터 그 자체가 되고, 캐릭터가 저를 매매해서 살았어요. 그런데 끝나자마자 건물을 허물고 방을 빼야 하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내 마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나를 없애야 한다는 게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좀 아프고 난 뒤로 나라는 건물을 건강하게 두고, 캐릭터에게 월세를 줘야겠다 싶었습니다. 계약 끝나면 ‘잘 살았습니다’ 인사하고 가는 거예요. 그러다 가끔 어떤 친구들은 전세로 전환되죠. ‘조금만 더 머물다 갈게’ 하면서.
일타 강사 같은 설명이군요(웃음). 혜진은 ‘전세 세입자’일까요
눌러앉을 것 같은데요(웃음). 이 작품 자체가 그럴 거예요. 전에는 캐릭터가 남았는데, 이제 작품이 남아요. 대사가 남고, 동료 배우가 남고, 스태프가 남고…. 점점 작품의 파편이 남는 것 같아요.
한때 가르치던 학생이었다가 학원 동료 강사가 된 준호를 연기한 위하준과 호흡합니다. 그가 준호를 연기해서 좋았던 점은
너무 좋았어요. 아니, 재밌었어요. 원래 준호는 “쌤, 뭐해요?” “쌤, 바빠요?” 이런 식으로 어린 ‘폭스’ 같은 기질이 있는데, 실제로 하준 씨는 뒷짐 지고 걷는 양반 같거든요(웃음). 오래 찍다 보면 결국 그 배우가 캐릭터를 뚫고 나오는데 준호도 하준 씨를 통과하며 마냥 가볍고 어리기보단 더 매력적인 남자로 탄생했죠. 반면 혜진은 그런 준호에게 “싫어” “왜 이래”라고 무심하게 답하는 정사각형 같은 여자인데, 생기가 더해졌어요. 하준 씨와 연기하면서 제 안의 모습이 튀어나오고, 혜진이 더 ‘리얼’해진 것 같아요. 하준 씨도 “누나의 사랑스러움이 잘 묻어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해요. 그때 ‘우리가 합이 잘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은 ‘어른의 연애’를 표방합니다. 어른들의 연애는 뭘까요
사랑이 서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지 포괄하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혜진과 준호도 서로 부딪치고 싸우고 위해주면서 성장하거든요. 그 성장은 반드시 상호작용이 기반이 되고, 한 사람이 아닌 서로를 변화시켜야 해요. 한쪽만 변화한다면 상대가 연인이 아닌 부모 같다는 생각이 들겠죠. 함께 변화하며 앞으로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팽글 셔츠는 Dries Van Noten.
일할 때는 반장같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요. 연애할 땐 범생이 같지는 않습니다(웃음). 애교가 훨씬 많아지죠.
정려원의 멜로에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지금도 회자되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희진부터 <두 얼굴의 여친>과 <통증> <풍선껌>을 거쳐 최근 법정물에서 드러난 로맨틱한 감정선도 물론이고요. 사랑을 연기할 때 더욱 특별해지나요
어떤 신을 찍을 때 그 상황을 제 삶으로 데려가요. ‘나라면 진짜 설레겠는데?’ 하면서 대본에서 느낀 설렘을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느끼며 촬영하려고 해요. 물론 카메라가 둘러싼 상황에서 연기가 실제 같을 순 없겠지만, 늘 실제라고 상상해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모든 캐릭터에 당신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 있습니다
결국 저를 거쳐서 나가니까요. 완벽한 타인을 연기할 수는 없고, 대부분 제 조각조각을 떼어 하나의 정체성을 완성해 내는 것 같아요.
요즘은 캐릭터의 어떤 면을 보게 되나요
매번 적용되는 룰인데요. 그 캐릭터의 발이 편해야 해요. 옷이 편해야 움직이기 편하듯 저는 발이 편해야 연기하기 편한 거죠. 실제로 높은 구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발이 땅 위로 계속 떠 있거나 불편하면 저답지 않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일단 ‘그녀’가 발이 편하다면, 이야기를 시작하죠(웃음).

정려원이 입은 블랙 재킷과 화이트 베스트, 화이트 셔츠와 블랙 쇼츠, 메시 플랫폼 부츠는 모두 Dior. 위하준이 입은 이너 웨어 톱과 트위드 재킷은 모두 Versace. 팬츠는 Jil Sander. 슈즈는 1017 Alyx 9SM.
세상에는 나와야 하는 이야기가 많아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은 채 살고, 선이 승리하는 게 뻔하더라도 그 반대 축의 이야기도 워낙 많이 다뤄지기 때문에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어요. 도파민이 분출되고 중독되는 이야기도 좋지만, 저는 희망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어요.
<졸업>에도 희망이 있겠죠
멜로를 표방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에요. 어떤 배우에게 학원강사 역할이라고 했더니 곧바로 “그래서 그 작품은 학교 편이야? 아니면 학원 편이야?”라고 묻더군요. 이 질문이 참 날카롭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은 “교육 편이야”라고 얘기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는 여성들을 연기해 왔습니다. 정려원에게 멋있는 여자란
이 여성들을 연기했던 이유 모두 ‘강강약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작품에서는 할 말 다 하니까 속이 시원했어요. 자기주장에 힘이 생기려면 그만큼 자신의 일을 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쾌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배우로 가장 절실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 <졸업>을 연기하며 가장 절실했어요. 좋아하는 감독님을 만나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고 나 자신을 오롯이 끌어오는 데 있어서 가식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니까 원하는 재료가 되기 위해 절실했던 것 같아요. 물론 감독님은 늘 충분하다고 하셨지만, 스스로 점도를 찾으려는 치열한 과정이었죠.

레더 뷔스티에 드레스와 실버 초커,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배우 안 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걸요? 제 일이 너무 좋아요. 운 좋게 잘 선택한 거죠. 오늘 촬영도 그랬고, 언제든 일하러 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 집중해 타인의 인생에 들어갔다 나오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 단면을 짧지만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고, 작품으로 대변할 기회를 얻는 것도 좋아요.
사랑을 연기하는 정려원은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나요
흔하다면 흔한 이 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저마다 인생에 그만큼의 큰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고,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기억이 있었기에 다시 갈망하는 거예요.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입니다.
멜로드라마의 ‘남주’가 됐습니다. <졸업>으로 팬들의 염원이 이뤄졌어요
하하. 걱정한 것보다 잘 찍었어요. 멜로가 전부인 작품은 아니지만 학원가 이야기에 스며든 선물 같은 멜로 신이 많아서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준호는 전작 <최악의 악>의 기철과는 다른 극과 극의 인물이죠. 옷에 늘 피가 묻어 있지도 않고, 흙탕물 속에서 죽어라 액션을 펼치지도 않고요. 준호를 연기하며 생경했던 부분은
그러잖아도 몰입하려고 평소 잘 듣지 않던 음악을 듣고, 멜로 레퍼런스도 많이 참고했어요. 신기한 건 주변에서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사실 초반에는 로맨스 연기로 몸을 쓰는 게 생소하기도 했고, 하필 <최악의 악>이 방영될 때라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저를 기철로 봤어요(웃음). 눈이 아직 무섭고 세다고. 하지만 신기하게도 준호에게 빠져들수록 눈이 착해졌다고 했어요. 재밌는 일이죠.

정려원이 입은 레더 재킷과 골드 메시 톱, 골드 톱과 시스루 팬츠, 벨트는 모두 Ralph Lauren Collection. 샌들 힐은 Gianvito Rossi. 드롭 이어링은 The Part of. 위하준이 입은 트렌치코트와 톱, 팬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검정치마의 곡을 주로 들었어요. 그런 인디밴드의 감성적인 노래들. 원래 잘 듣지 않는 장르였는데 말이죠. 평소 옷 스타일도 바뀌었어요. 친구들이 뭐 잘못 먹었냐, 무슨 일 있냐고 물을 정도였죠(웃음).
확실히 멜로 연기를 하면 실제로도 부드럽고 다정해지는 면이 있나요
주변 증언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분명 MBTI의 ‘F’적인 사람이 돼가는 느낌이랄까.
학창시절 준호의 마음이 이야기의 불씨가 되죠. 선생님을 좋아해 본 적 있나요
음, 좋아하긴 했었죠. 그 과목은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학생이었나요
기숙사에 살았고, 생활기록부도 나쁘지 않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제일 일찍 등교하는 학생인 데다가 학생회장과 반장, 선도부 활동도 웬만하면 다 해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소리를 많이 들었죠. 그나마 일탈이라면 댄스 동아리에서 춤추고, 가끔 격투기를 하는 정도?
모범생이었군요. 완도에서 나고 자란 당신은 대치동 학원가 이야기가 멀게 느껴지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준호는 강남에서 나고 자란 소위 ‘대치 키즈’고, 저는 시골 작은 섬에서 자랐으니까 정서가 다르긴 하죠. 처음에는 준호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목표를 향해 직진하거나 솔직한 성격은 비슷했지만. 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대치동에 살았던 친구들에게 주변 친구들은 어땠는지 묻기도 하고, 유명한 입시학원에서 오래 일한 친구에게 강사들과 조교, 학생과의 관계는 어떤지 듣고 참고했던 것 같아요.

연기는 정답이 없잖아요. 학원도 강사마다 교육 방식이나 가치관이 달라서 맞고 틀리다로 얘기할 수 없어요. 상업적으로는 어떤 방식이 통할 수도, 학생에게는 그 대척점의 방식이 맞을 수도 있으니까. 배우도 대중이 좋아하는 연기가 좋은 것일 수도, 마이너한 연기가 통할 때도 있듯이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안판석 감독과는 두 번째 호흡입니다. 익숙했나요
연기를 리얼하게 생각하시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5년 전에 받은 코멘트도 유효했어요. 그때는 비중이 큰 역할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매일 같이 보며 감독님의 진가를 제대로 알게 됐죠.
정려원과는 처음 호흡을 맞췄어요. 그에게 어떤 매력을 발견했나요
천사라고 표현해도 되죠? 누나의 진가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작품으로만 누나를 봐 와서인지 왠지 도시적이고, 차가울 것 같고, 시크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니에요. 여우나 고양이를 상상했다면 ‘댕댕이’ 같은 사람. 누나도 저를 반대로 생각했더라고요. 제가 밝고 개구쟁이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요(웃음). 처음 생각대로였다면 준호가 혜진을 장난스럽고 능청스럽게 대하는 장면이 어색하고 어려웠을 거예요. 그건 연기로도 보이거든요. 하지만 누나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줘요. 놀리고 싶게 만드는 매력도 있어요. 너무 착해서 잘 받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정려원도 두 사람을 투과하며 혜진과 준호의 케미스트리가 생생하게 살아난 면이 있다고 하더군요. 준호는 당신을 통과하며 어떻게 달라졌나요
준호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볍고 ‘라이트’했어요. 나름 톤도 올려보고 일부러 가볍게 연기해 봤는데, 과해 보이더군요. 혼자 오버해서 연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평소 제 말투대로 누나를 놀려 먹듯 툭툭 대사를 던졌어요. 혜진의 차갑고 무거운 면도 더 밝아졌으면 했고요. 그런 혜진이 려원 누나와 어울리고, 더 좋았거든요. 마냥 차가운 혜진과 마냥 밝기만 한 준호였을 때보다 케미스트리가 더 살아난 것 같아요. 서로의 모습이 투영돼 균형이 맞아진 거죠. 사랑할 때 위하준은 어떤 모습이 됩니까 세상에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부립니다. 워낙 과묵하고 시크한 인상인 데다 매번 격투기 얘기나 하니 잘 상상되지 않겠지만요. 연애할 땐 그냥 다른 인격이에요.

화이트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음, 10% 정도는(웃음)….
사실 <작은 아씨들>의 최도일을 연기한 이후 로맨스 시나리오가 많이 전달됐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도일과 인주(김고은)의 로맨스가 살짝 감질났거든요
하하. 그때 이런 걸 원하는 반응이 많다는 걸 느꼈죠. 최근 <최악의 악>을 찍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힘들더라고요. 고뇌에 빠지고 진지하고 전투적인 연기에 스스로 한계가 오는 것 같았어요. 준호는 심플해요. 고민도 크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친구라 이번에는 단순하게 가보기로 했어요.
준호는 대기업을 다니다 별안간 학원강사의 세계로 뛰어들어요. 위하준에게도 배우생활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이소룡, 성룡, 이연걸을 따라 하며 액션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몸의 움직임에 매력을 느껴서 춤도 췄죠. 중학교 2학년 때는 처음으로 공연하며 희열을 느껴서인지 고등학교 가서는 댄스 동아리를 만들고 과격한 춤도 췄고요. 그땐 서울 가자마자 ‘짐승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마침 2PM이 나왔습니다. 더 빨리 꿈꿨어야 했는데(웃음)…. 연기는 입시 때문에 시작했는데 우연히 한 연극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 배우의 길을 경로로 설정했어요. 막상 연기해 보니 생각보다 어렵고, 자존심 상할 정도로 기본도 안 되더군요. 오기가 생기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지금 당신은 무엇으로 굴러가나요
늘 부모님이에요. 아직 저는 배우 일을 여유롭게 즐기지 못해서 가끔 불안하고, 걱정되고, 매번 자신 있진 않거든요.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니까 그 모습에 ‘그래, 해보자’며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어요.
어느 날 ‘짠’ 하고 세상에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배우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절실했고, 다양한 굴곡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길에 고민도 많았을까요
부유한 가정도 아니었고, 집에서 막내지만 책임감이 커서 성공에 대한 갈망도 컸어요. 어떻게든 고3 때까지 꾸역꾸역 완도에서 버티다가 제발 서울로 보내달라고, 빨리 일해서 돈 벌고 나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작품도 주어진 대로 다 했어요. 돌이켜보면 오히려 빨리 돈 벌고 나를 알리려면 더 쉬운 길이 있는데, 일부러 돌아간 것 같아요. 어쩌면 꿈꾸던 성공보다 배우라는 일에 생각보다 진지했고, 늘 새롭고 다양한 얼굴을 갈망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스루 블라우스와 트위드 시스루 스커트, 네크리스, 슈즈는 모두 Chanel. 이너 웨어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조건 내면에서 나오는 가치죠. 단지 섹시한 겉모습을 지녔다면 잠깐은 그렇게 보이겠지만 오래가지 않거든요. 내면이 확실하게 잡혀 있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섹시함이 짙어져요. 특히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사람이 가장 섹시하죠. 저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좀처럼 볼 수 없어서인지 일상이 궁금합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나요
늘 똑같아요. 각자 뭐 하고 사는지 듣고 운동 얘기, 옷 얘기, 연애 상담도 하고. 커피 마시고 케이크 먹고요. 이제는 만날 사람들만 만나는데 사실 걔네밖에 안 만나는 것 같아요.
상담을 주로 해주는 쪽인가요
맞아요. 친구들이 되레 ‘너 힘든 것 좀 얘기해라’ ‘왜 이렇게 얘기를 안 하냐’ 하며 속상해하더군요. 그러니 저도 이제 속을 좀 털어놓을까 싶어요.
사랑을 연기하는 위하준은 사랑을 믿나요
너무나요. 저도 제가 했던 사랑으로 바뀌어온 것 같거든요. 고마웠던 추억이고, 늘 감사한 기억이고요.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아 좋은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경험은 강력했어요. 그러니 누구든 좋은 사랑을 해봤으면.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 사진가 신선혜
- 스타일리스트 이윤미 / 김정미
- 헤어스타일리스트 우빈 / 박경희
- 메이크업 아티스트 노한결 / 이보련
- 아트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 어시스턴트 전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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