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더 사납게, 더 자유롭게

여자들의 동물적 감각을 포착하는 예술가,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

프로필 by 윤정훈 2024.05.17
‘Tennis Trouble Makers’(2023)

‘Tennis Trouble Makers’(2023)

덴마크 여성 예술가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Mie Olise Kjærgaard)는 여자의 몸을 그린다. 붓질의 방점은 신체 그 자체보다 그것이 발산하는 ‘에너지’에 있다. 전력을 다해 질주하거나 팔다리를 힘껏 뻗는, 한 사람이 ‘동물적 감각’을 발휘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그래서인지 작품은 수렵 활동을 하는 고대 원시 벽화를 연상케 한다. 그림 속엔 배구와 테니스, 체조, 역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이 등장한다. 한때 여자들에겐 허용되지 않았던 움직임이다. 여성의 올림픽 참가는 제2회 올림픽 때부터, 그것도 일부 종목에만 해당했고, 복싱과 레슬링은 정식 종목 재택 후 100년이 지나서야 여성의 참가가 가능했다. 키에르고르는 유년시절 몸으로 익힌 생생한 감각을 작업의 주된 질료로 삼는다. 맨몸으로 커다란 나무를 오르거나 마침내 양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게 된 순간처럼 아찔함과 성취감이 동시다발적으로 솟구치는 순간 말이다. 캔버스를 장악한 여자들을 보고 있으면 근래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나 <피지컬: 100> 여성 출연자들을 볼 때와 유사한 감정이 밀려온다. 이를테면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에서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카타르시스, 잊고 살았던 혹은 미처 알지 못한 몸짓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 작가는 작품 속 여자들을 소녀, 여성 혹은 마녀로 지칭할 뿐 인종이나 배경을 특정하지 않는다. 결국 그 세 가지가 모든 여자의 얼굴이자 한 여자의 모든 얼굴이기 때문은 아닐까?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의 전시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는 파운드리 서울에서 5월 11일까지 열린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디자이너 구판서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