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속궁합’ 좀 봅시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속궁합. 사전적인 의미로 말하면 ‘남녀간의 성적 어울림’. 성적 어울림이라는 말 안에는 두 사람의 성적 취향이나 욕구에 따른 빈도, 만족도 등이 포함될 것이다. “찰떡 궁합이라는 말 알지?”::데이트,결혼,속궁합,남자심리,여자심리,솔로탈출,19금,연애,데이트,김얀,엘르,elle.co.kr:: | 데이트,결혼,속궁합,남자심리,여자심리

“그래서 웨딩 촬영은 했어? 결혼 한 애들이 웨딩 앨범 찍어 봐야 집들이 때 친구들 오면 한 번 펴 보는 거지, 시간 지나면 촌스러워서 보지도 않는대.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깝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갑작스럽게 결혼 소식을 전한 H는 이런저런 준비로 바쁜지 핼쑥해 보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마지막 남은 싱글이 H와 나였는데… 비혼주의자였던 그녀가 웨딩 촬영을 했다며 핸드폰을 건네자 우리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거 절대 안 한다면서!"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한 번 하는 결혼인데 남들 하는 건 다 해보자 싶더라고. 근데 만족해.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예쁘게 꾸미고 모델 놀이 해보겠어. 게다가 요즘 보정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봐도 누군지 모르겠더라니까.” 가만히 액정을 쓸어 내리던 B는 역시 돈이 좋긴 좋다며 감탄하다 불쑥 물었다. “참, 근데 너 궁합은 봤냐?” “야, 요즘 시대에 무슨 궁합이냐, 그리고 얘네 집은 기독교라서 그런 거 엄청 싫어해.” “얘가 결혼한다더니 감을 잃었네. 그 궁합 말고, 속궁합!”B의 눈빛이 반짝였다. 속궁합, 사전적인 의미로 말해보자면 남녀간의 ‘성적 어울림’. 성적 어울림이라는 말 안에 두 사람의 성적 취향이나 욕구에 따른 빈도, 만족도 등이 포함될 것이다. “찰떡 궁합이라는 말 알지?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떡이 뭐겠니.” B는 다 녹은 빙수에서 하얀 떡 하나를 건져내곤 장난스럽게 웃었다. B는 우리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며 성격차(性隔差)를 말하는 거라고 주장했다. B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는 남자와 ‘속궁합’ 때문에 헤어졌기 때문이다.“아니, 사실 속궁합 때문이라고만 할 수도 없어.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아예 서질 않더라니까. 처음에는 긴장해서 그랬다고 쳐. 그런데 그 뒤로도 번번이 안 되는 거야. 마지막에는 내가 노골적으로 장어 집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니까. 술? 당연히 한 방울도 안 먹였지. 어쨌든 그 날은 성공하긴 했는데, 1분 만에 끝났어.” B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직장 좋으면 뭐해. 어릴 때야 남자 돈, 직장 따졌지. 요새 연금보험 없는 여자 거의 없어.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지? 그게 요즘은 경제력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니까. 배우자야말로 공인된 섹스 파트너 아니야? 그게 아니면 그냥 룸메이트지. 몸과 마음에 대화 없는 룸메이트랑 사느니 그냥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해.” B는 최근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도 안 맞는 것 같다며 갑자기 4년동안 끌려 다녔던 X의 이름을 꺼냈다. “만나는 남자마다 이러니 요즘엔 진짜 X생각이 다 난다니까.” “그래도 그렇지 X 걔는 진짜 아니지. 걔가 여자 문제로 속을 얼마나 썩였냐?” 내 말에 B는 옆 테이블을 살짝 의식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생각해보면 X 만한 애가 없다니까. 걔 위로 누나가 2명이잖아. 어렸을 때부터 여자교육이 확실하게 돼 있었던 거야. 여자를 아주 꿰뚫고 있어. 너네 눈엔 내가 4년 동안 질질 끌려 다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그때 난 침대 위의 여왕이었다고.” 그녀는 동계 올림픽을 추억 하는 은반 위의 여왕처럼 지난 겨울에 헤어진 X를 그리워했다. 그때 H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이 얘긴 안 하려고 했는데…”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B는 뭔가 알겠다는 듯 말했다. “임신 했구나! 어쩐지 너무 서두른다 했어.” “그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는지 말이야” 결혼의 꽃이라는 프로포즈에 관한 이야기인가? 난 누구보다 결혼에 무관심했던 H에게 어떤 속사정이 있었는지 궁금했다.“속궁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래 잘 맞다 생각했어. 그러니까 1년이 넘게 만났지. 어느 날 둘 다 약간 취해서 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 따라 너무 좋은 거야. ‘앞으로 이 사람 보다 잘 맞는 사람은 못 만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까지 들었어.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욕이 튀어나왔어.” “헐, 뭐라고? 뭐라고?” B와 나는 온천수 속 닥터피쉬처럼 그녀를 물고 늘어졌다. “그게 그러니까, 이거 민망한데…” “야, 빨리 말해 봐.” “그러니까 너무 좋아 ‘식빵’이라고.” 중학교 동창이던 우리는 알고 지낸 지 20년이나 됐지만, 새침한 H의 입에서 저런 욕이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순간 나도 놀라서 내가 지금 뭔 소릴 한 거지? 하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으면서 말하는 거야. 우리 그냥 결혼하자고.” “대박!” B와 나는 이제껏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침대 위 프로포즈에 입이 쩍 벌어졌다. 우리의 모습을 본 H는 연지곤지를 찍은 새색시 마냥 수줍게 쳐다 보았다. 문득 아까 봤던 웨딩 사진 속 두 사람의 행복한 미소가 단지 연출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진심으로 그녀의 결혼을 부러워… 아니 축하해 주었다.김얀이 전하는 말?한국 나이 35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 수요일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