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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요리사라는 직업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있나? 어떻게 보면 단순히 멜로기 때문에 직업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데, 수인이는 미아와 소통하기 위한 장치로 음식을 한다. 그리고 섬세하게 보여지는 것들이 있어서 그런 직업을 택한 거 같다. 조창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 안에 다 계산을 해서 직업을 설정한 듯 하다. 일반적으로 경험해보지 못 한 것을 배우들은 표현한다. 경험치를 위협하는 역할들을 준비하는 자세가 있다면? 캐릭터를 표현할 때 상상을 하는데, 거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럴 땐 내가 경험했던 부분을 극대화 시켜서 만든다. 어차피 캐릭터라는 건 내가 그 인물이 되는 거다. 그래서 수인이 가지고 있는 감성적인 부분을 극대화 시켜서 표현하려고 했다. ‘경험이 없다’라기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걸 끌어올리는 부분이 크다. 이 캐릭터를 위해서 참고한 영화나 뭐가 있나? 조창호 감독을 참고하고, 또 참고했다. 그 우울하고 어두운 포스!(웃음) 조창호 감독이 생각하는 멋스러움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거다. 감독이 화가 나서 소리를 내지르기 보다는 항상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속삭이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요? 좀 크게 말해요! 목에 가래 좀!" 이렇게 말할 때도 있을 정도다.(웃음) 어쨌든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의 의견이니까, 그리고 또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로망을 내게 주입시켰다. 어떻게 보면 <후회하지 않아> 때랑 비슷한 상황이었다. '게이'를 잘 몰랐을 때 감독님을 통해서 그 느낌을 전달 받은 것처럼, <폭풍전야>에서도 조창호 감독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내게 <자토이치>에 나오는 기타노 다케시 이야기도 했다. 특별히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 않으려고 해도 멋스러운 그런 연기. 그래서 영화 끝나고 나서 우리 스태프들이 <선덕여왕>을 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저렇게 뛰기 좋아하는 애를 가둬놨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냐"고.
그렇게 계속 붙어있다보면 조창호 감독과도 우정이 싹텄겠다. 맨날 치고박고 싸우다 우정이 생겼다.(웃음) 이 영화 시나리오 받아 보고 우리가 함께 꿈꿨던 거는 이 영화를 정말로 잘 만들어서 아시아에서 정말로 보기 드문 멜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사람들이 '아니, 이런 멜로 영화도 있었냐'면서 박수를 칠 정도로 말이다. 어떤 영화를 만들던지 금전적인 부분엔 늘 부딪치기 마련이다. 더 풍부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한계가 있으니까 아쉬워서 속상했던 적도 있고. 조창호 감독과는 이래가지고 개봉하면 정말 큰일나는 거 아니냐고, 그런 이야기 하면서 운 적도 있다. 보통 사회 생활하면서 만난 친구들은 서로 이해관계를 따지기 마련이라 진짜 친구가 되기 힘든데, 우리 같은 경우는 가고자 하는 목표가 같아서 진짜 우정이 된 거 같다. 힘든 날을 보내면 더 애틋한 것 처럼, 남다르다. -중략-
이제 곧 방영될 드라마 <나쁜 남자>의 역할도 꽤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성공을 위해서 타고난 두뇌와 계략을 쓰는 인물이라는데. 만만하다. 하하. 만만치 않다 라기 보다는, 그냥 좀 현대극에서 처음 보여주는 것들이 많아서 기대가 된다. 사극 이후에 드라마는 안 하려고 했는데, 급하게 뭔가 하나를 보여주기 위한 기회가 필요했다. 어쨌든 캐릭터 자체는 <폭풍전야>에서 보여지는 것의 밝은 버전이다. 폭풍이 10이라고 생각하면 나쁜 남자에선 6 정도를 표현한다. 다행인지 <폭풍전야>에서 따오는 느낌이 되게 많다. '남길 아빠'(김남길 팬들이 부르는 애칭) 보고 싶어하는 '딸'들이 많으니까 아마 많이들 <폭풍전야> 보러 갈 거다. 무조건 다 봐야 된다. 일단 가입한 7만 명은 무조건 가야한다. 안 보면 다 강퇴 시킬 거다. 그리고 한국 영화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배우들이 규모가 작더라도 좋은 영화들에 많이 출연해야 우리 문화를 키울 수 있다. 한국 문화가 풍부해져야 더 넓은 시장을 선두할 수 있는 거고. 아, 또 흥분했다.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훑어 보면서 ‘이건 이런 영화였다’고 이야기 하는 때가 올 거다. 그 때 <폭풍전야>는 어떤 영화였다고 설명할 건가? 사람이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세상과 타협해야 하거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해야할 때가 있다. <폭풍전야>는 그런 이유로 괴로워하고 있는 내게 내가 선택한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영화다. 조창호 감독도 우스개 소리로 ‘네가 다른 데 돈 받고 팔려갈 만한 걸 내가 살려줬다’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금전적인 문제, 상업적인 부분에 구애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영화가 바로 <폭풍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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