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현대의 몬드리안' 마티유 마르시의 집

프랑스의 진보적인 아티스트 마티유 마르시에와 그의 사랑스런 가족들이 사는 집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나열하다가 지칠 만큼 예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어지러울 정도로 수많은 컬렉션 틈에서 가족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이 있어 어떤 물건도 잘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BYELLE2016.06.30

딸 엘로이즈 뒤에 놓인 캐비닛은 조지 넬슨이 디자인한 것, 테이블 램프는 카스티글리오니 형제가 디자인한 ‘스누피’ 램프로 Flos. 뒤에 걸린 페인팅은 데이비드 험프리(David Humphrey)의 작품.



원형 테이블에 매치한 베르토이아 사이드 체어는 Knoll. 벽 쪽에서 쭉 뻗어나온 램프는 파올로 리자토가 디자인한 ‘월 램프 모델 265’로 Flos.



악셀 쿠푸스와 닐스 홀거 무어만이 디자인한 책장은 Moormann. 가운데 작은 창문 사이즈를 비워 서가 뒤 부엌이 보이도록 했다.



마티유와 모라이마의 침실. 레드 컬러의 소파는 조 콜롬보가 1969년에 디자인한 ‘튜보’ 체어로 Flexform. 에토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한 ‘울트라프라골라’ 거울은 Centro Studi Poltronova. 거울 앞 바위 모양의 푸프는 피에로 지라르디가 디자인한 것으로 Gufram.



왼쪽에 놓인 매듭 의자는 마르셀 반더스가 디자인한 ‘노티드 포 드룩’, 가운데 놓은 흔들의자는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RAR’ 체어로 Herman Miller, 라운지 체어는 오스왈도 보르사니가 디자인한 ‘P40’ 체어, 앞에 나란히 놓은 두 개의 커피 테이블은 피에르 귀아리슈가 1950년대 디자인한 것이다. 뒤에 있는 조명은 에트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했다. 



엘로이즈의 방에는 에토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한 캐비닛과 브루노 무나리가 디자인한 ‘아비타콜로’ 침대가 놓여 있다.



베르너 팬톤의 글로브 펜던트 조명이 매달려 있는 부엌은 유일하게 화이트 톤을 유지하며 다소 클린한 분위기다.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스툴 ‘원’은 Magis.



마티유와 모라이마 부부, 딸 엘로이즈는 오스왈도 보르사니의 레드 컬러 소파 ‘D70’에 모여 앉았다. 오른쪽 조각품은 세실 모리나의 작품이고 벽에 걸린 시계는 매튜 맥케즐린(Matthew Mccaslin)의 <Two way Street>(2012).



나무로 된 오브제는 리처드 아트슈웨거의 <Corner Piece>(1992).



마티유가 키우는 사마귀들이 해골과 함께 유리함에 담겨 있다. 이 물건이 싱크대 위에 올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가족은 보통이 아니다.



마티유가 모으는 특이한 빈티지 물건들이 거실에 그냥  놓여있다.



프랑스의 아티스트 마티유 마르시에(Mathieu Mercier)는 2003년 프랑스 젊은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저명한 어워드인 마르셀 뒤샹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의 수상자는 컨템퍼러리 아트의 최전방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마티유 마르시에는 ‘현대의 몬드리안’으로 평가받으며 화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조각가, 건축가로 작업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엔 비디오그래피까지 제작하는 등 예술에 경계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퐁피두 센터를 포함한 전 세계의 뮤지엄들이 소장하고 싶어 안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르시에와 아내 모라이마 개트만은 가구는 물론이고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작품이 아닌 모든 것들을 수집한다고. ‘’처음 마르셀 뒤샹 상을 받았을 때 상금(3만5000유로, 약 4700만원)으로 뭘 하고 싶냐고 많이 물었어요. 유명해졌다고 해서 갑자기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를 두는 식으로, 개인적인 작업 방식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었죠. 그래서 저와 아내가 좋아하는 예술 작품 수집을 하겠다고 말했고 그대로 실천했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컬렉션이 오늘에 이르게 된 거예요.’’ 그의 말대로 그들의 집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은 디자이너의 작품이거나 예술품이다. 한 가지 룰이 있다면, 자신의 작품은 집 안에 단 한 점도 없다는 것. ‘’온종일 제 작품만 들여다보고 있잖아요. 집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다른 것들을 보고 싶었어요.’’


그의 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작품뿐이 아니다. 창가에 서면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창밖 풍경이 펼쳐지는데, 숲에 가까울 정도로 푸르른 색과 탁 트인 시야에 여기가 파리라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그의 아파트는 파리에서 가장 큰 공원인 뷔트 쇼몽(Butte Chaumont) 바로 옆에 있다. ‘’이전에는 바스티유 근처에 살았어요. 딸 엘로이즈가 점점 크기도 했고, 우리도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죠. 그렇다고 시골에 가서 살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새로 이사할 집을 물색할 때 조건 1순위가 공원과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모라이마가 말한다. 10여 년간 모아온 그들의 디자인 가구 컬렉션이 점점 방대해지면서 이사 다니기도 쉽지 않아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그들이 다양한 예술 작품을 수집한다는 말을 듣고 집을 방문하기 전엔 갤러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용한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플리마켓이 연상됐다. 여기서 정말 ‘생활’이 가능할지 의아할 정도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엄청난 양의 오브제들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일단 현관에서 이어지는 작은 복도를 꽉 채운 닐스 홀거 무어만의 책꽂이가 기선을 제압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출입문 바로 앞부터 빼곡히 꽂힌 것도 모자라 거실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은 이 집의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이다. 거실에는 에토레 소트사스의 램프, 조지 넬슨의 테이블, 부홀렉 형제의 러그, 보사리오의 의자가 놓여 있다. 마티유와 모라이마의 침실에는 위트 넘치는 구프람의 바위 모양 스툴, 소트사스의 거대한 거울이 넘치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딸 엘로이즈의 방엔 브루노 미나리가 디자인한 철제 침대, 소트사스의 책꽂이를 대담하게(?) 놓았다. 거의 유일하게 올 화이트 톤으로 깔끔한 느낌을 풍기는 부엌조차 구석구석 특이한 소품을 놓았다. 동시에 부엌에는 이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유일하게 수리를 맡긴 커다란 창문이 있다. 음식 냄새가 집 안에 진동하지 않도록 하는 실용적인 이유와 큰 창이 있는 거실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위한 디자인적인 선택이었다. 덕분에 거실에서 느껴지는 창밖의 푸르름이 부엌 끝까지 연장된다. 그러나 파리의 유명 인사이기도 한 이들이 과연 창밖을 바라볼 여유가 있기는 할까? 그들의 주말에 대해 물었다. ‘’아무리 바빠도 저녁엔 늘 엘로이즈와 강아지 파코와 산책하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 주말에는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마켓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지극히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고요. 물론 가정을 꾸린 후 작가로서의 활동이라든지 작업 속도가 이전보다 조금 느려졌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대단한 예술품이 가득 차 있는 공간보다 소박한 일상을 더욱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가족의 모습이 아름다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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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er Diane Arques
  • writer JiEun Kim Rhee
  • editor Lee Kyong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