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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정을 체크하고 글을 쓰는 공간.
EG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나? 일주일에 1백 권 정도 훑는다. 다른 것은 사지 않고 책만 절제 없이 구입한다. 나의 유일한 사치라 할 수 있지.
EG 팬레터는 많이 받겠지? 하루에 이메일 열 통 정도.
EG 혹시 당신을 비판하는 내용은 없나? 왜 없겠나. ‘넌 죽어야해’, ‘왜 내 돈 훔쳐갔어’라는 식의 비정상적인 이메일도 있는 걸. 물론 99%는 긍정적인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이메일일이 오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사적인 내용이다. 사랑과 진로 문제에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어떤 답장을 할지몰라 무력해진다. 작가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혼돈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삶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봤을 뿐이지.
EG 책이 너무 어렵다는 독자도 많다. 갑자기 슬퍼지네. 나부터 어려운 책에 질색하기에 최대한 쉽게 쓰려한다. 작가는 보통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는 문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언어로 풀어쓰는 사람이다. 보통 철학책과 달리 내책만은 혼란스럽지 않게, 유리처럼 투명하게 전달되길 바란다.
EG 당신의 작품은 세계 수십 개국에 20여 개 언어로 출판된다. 하지만 판매 부수는 차이가 많다. 나도 그점이 흥미롭다. 한국, 브라질, 터키, 중국, 대만에선 베스트셀러지만, 그리스나 일본에선 인기 없다. 왜그럴까?
EG 번역 문제도 있을 거다. 내 책이 안 팔리는 나라는 번역이 문제인 듯하다. 번역가가 내 책을 이해 못한 거지. 특히 나의 은근한 유머와 농담이 표현 안 될까봐 겁난다. 나비 수집가의 성공은 원하는 나비가 망에 잡혔을 때이듯이, 작가로서의 성공은 작가 원하는 나비, 즉 단어가 망에 잡혔을 때다. 그렇게 신중하게 단어 하나하나 선택해 쓴 책인데 오역된다는 것 자체가 공포다. 오역 하나에 책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EG 그래도 세계 곳곳에서 들어오는 저작권료가 엄청날 듯하다. 혹시 돈따위엔 무감각한가? 작가 세계에서조차 큰 돈을 벌면 진정한 작가가 아니라는 잘못된 풍조가 있다. 책을 사는 것은 사과나 빵을 사는 것처럼 단순한 구매 활동이 아니다. 책을 구입하고 자기 인생의 서너 시간을 할애해 읽는 행위는 작가와 독자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점에서 저작권료는 돈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과 나의 관계에 대한 징표다. 이 점에서 난 행복한 작가다.
EG 당신이 성공에 대해 강연하는 것을 봤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은 다른 이의 생각을 흡수한 거라 했지. 당신이 원하는 성공은 무엇인가? 작가에게 끔찍한 순간이 언제인지 아나?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버려질지, 좋아해줄지 느낌이 올 때다. 더 끔찍한 건 매번 그 예감이 온다는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글에 좋은 예감이 들고, 실제 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고, 내가 그들에게 이해받고 있다면 성공한 거다.
EG 성공을 위해선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당신이 성공을 위해 양보한 것은? 20대 때는 개인적인 행복을 희생하고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엔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곤 한다. 일과 가정 동시에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
EG 당신이 불안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누그러뜨리는 노하우가 있다면? 작가의 성공은 무척 불확실하다. 대부분의 작가는 크게 평가됐다가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등 굴곡이 심하다. 나 역시 이점이 불안하다. 내 글을 계속 읽어줄까, 작가로서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런 불안이 엄습할 때면 죽음을 생각한다. ‘인생은 짧고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웬만한 불안은 없어지고 내가 집중해야 할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G 당신을 얘기할 때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에도 여행을 많이 다니나. 예전에는 홀로 여행을 떠나 사색하길 즐겼는데, 지금은 가족 여행을 떠난다. 젊을 땐 질색하던 해변가의 리조트로. 얼마전에 가족들과 아프리카 근처에 있는 테너리프 섬에 다녀왔다.
EG 여행을 많이 다닌다 해도 당신의 정착지는 런던이다. 작가에게 런던이란 도시의 매력은?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다 보니 영어로 소통한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별로 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런던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런던은 정말 문제가 많은 도시니까. 런던 생활이 만족스러웠다면 아마 창조적인 글을 못 썼을 테니 고마운 일이지. 파라다이스에 사는 작가는 글을 쓸 수 없으니까.
EG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겠다. 최근 히드로 공항에 머물면서 쓴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펴냈다. 이처럼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우리와 관련된 책을 써도 베스트셀러일 거다. 그거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내 책을 통해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닌, 내가 누군가를 알아가고 발견한다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흥미로운 걸. 예를 들면 <서울에서 일주일을> 어떤가.
*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3월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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