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과 박정민, 동지이자 라이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시인 윤동주에게 시는 일기이자 항변이고, 사랑이고, 나아가 삶의 모든 것이다. 그의 곁에서 동지이자 라이벌로 삶과 죽음의 행로를 나란히 걸은 독립운동가 송몽규는 시인의 또 다른 자취다. 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이 쌍둥이처럼 닮은 윤동주와 송몽규로 스크린 앞에 섰다. 미완의 청춘을 수놓기로 한 감독 이준익과 이들이 함께 그린 영화 <동주>의 자화상을 이 자리에 풀어놓는다.::동주,강하늘,박정민,윤동주,송몽규,라이벌,영화,개봉,이준익감독,독립운동가,컬처,스타,엘르,elle.co.kr:: | 동주,강하늘,박정민,윤동주,송몽규

박정민의 집업 셔츠와 스티치 디테일의 재킷, 네이비 팬츠는 모두 Prada. 워커는 Palladium. 강하늘의 니트 숄 칼라 베스트는 Series. 화이트 셔츠는 Paul Smith. 와이드 팬츠는 Kimseoryong. 타이는 Baton Kwonohsoo. 레이스업 레더 슈즈는 Gucci.강하늘의 모카 컬러 수트, 아이보리 실크 셔츠는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블랙 레더밴드 워치는 Michel Herbelin by Gallery O’clock. 박정민의 헨리넥 셔츠는 Breuer. 브라운 레더 팬츠는 Kimseoryong. 안경은 Muzik. 박정민의 헨리넥 셔츠는 Breuer. 브라운 레더 팬츠는 Kimseoryong. 안경은 Muzik.강하늘의 모카 컬러 수트와 아이보리 실크 셔츠는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블랙 레더 밴드 워치는 Michel Herbelin by Gallery O’clock.로맨스가 있는 남자, 강하늘“지금 에디터 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에디터 님은 기사를 쓰실 때 이 독백을 들으시겠죠? 에디터 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친 새벽, 녹음기 저편에서 흘러나오는 이 남자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심장이 덜컥 멎는 줄 알았다. 별것 아닌 에디터의 결혼 소식에 이토록 달콤한 깜짝 선물로 축하해 준 강하늘은 사람 마음을 제대로 들었다 놓았다 할 줄 아는 진정한 ‘꾼’임에 틀림없었다! 현시점, 역대 최고 ‘바보 어벤저스’로 평가받는 <꽃보다 청춘>에서는 조정석, 정우, 정상훈의 예쁨을 독차지하는 싹싹한 막냇동생 역할을 톡톡히 하며, 거의 최초에 가까운 예능 프로그램 출연임에도 강하늘만의 매력 분포도를 저 멀리 아이슬란드에 넓게 확산시키고 있다. 오는 2월 18일, 개봉하는 영화 <동주>에선 국민 시인 윤동주로 대중에게 설 예정. 드라마 <미생> 이후, 2년만에 다시 만난 그에게 또 어떤 일이 있었을까? 휴식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됐고 그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저를 쉬지 않게 만들어줬어요. 휴식은 입대한 뒤에나 취하려고요. 여러 상황이 맞아야겠지만 내년쯤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 때문에 빨리 군대를 해결하겠다는 뜻은 없고, 단지 군대에서 서른 살이 되면 우울할 것 같아서요. 사람들은 좀 더 연기하다 가면 어떻겠냐고 얘기하는데, 제가 볼 땐 지금이나 1년 뒤나, 3년 뒤나 어차피 ‘조금 더’란 마음은 똑같을 거예요. 그럴 바에야 빨리 다녀오는 게 낫죠. 어릴 적부터 서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거든요. 서른 이후엔 조금 더 원숙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참, 최근엔 좋은 배우로 남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어요. 연극 소속사에서 저에게 ‘고집불통’이란 별명을 붙여줬죠. 그래도 연극은 해야 했어요. 저에게 연극은 고향 같은 곳이고, 고향을 너무 오래 떠나 있었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 집밥 먹으면서 배우고 깨지고 싶었어요. <미생>이 워낙 잘되면서 주위에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 벅찼어요. 저는 그만큼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잘못했다간 그렇지 않다고 착각할 것 같았죠. 제가 드라마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제가 조금이라도 알려지면 저 때문에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올 거란 생각 때문이었어요. 거창하게 우리나라 연극계를 일으키겠다는 건 아닌데 연극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좋겠어요. <미생>이 끝나고 고민하다 <해롤드 & 모드>를 선택하게 됐고 다행히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던 연극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성황리에 끝났죠. 박정자 선생님께 많이 배웠어요. 아이슬란드 ‘세상에 모든 고독은 아이슬란드에서 왔다’는 말이 있대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그 느낌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눈앞에 지평선이 펼쳐져 있고, 화산과 빙하가 한곳에 나란히 있는데, 이제껏 눈으로 봐온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어요. 방송 전에 형들이 출국했다는 기사가 한 번 떴잖아요? “와, 이번에 완전 대박이다! 본방 사수해야겠다.” 이런 마음이었지, 제가 거기에 실려갈진 몰랐어요. 아예 스케줄 자체를 ‘뻥’치더라고요. 정신 차려 보니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하고 있었어요. 곧 방송에 나올 텐데, 전 청룡영화제에서 출발하느라 수트를 입고 있고 (정)상훈이 형도 여름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우리 둘이 벼룩시장 가서 옷과 신발을 새로 사서 입었어요. 몇 가지 더 말해주고 싶은데, 그러면 나영석 감독님한테 진짜 죽을 거예요. 지금부터 제 모습은 웃는 게 전부예요. 리액션이 다죠! 아는 사람은 알지만 제가 예능감이 없어요. 웃길 줄 모르죠. 더 놀랄 일은 앞으로도 계속 나와요. 이건 얘기해도 되는데, 돈을 남겨 왔다니까요. 나 감독님이 돈 남은 팀은 우리가 처음이래요. 일이 잘 풀리니까, 감독님이 억지로 힘들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샘솟는다고 하더라고요. 다 같이 있으니까, 뭔가 문제가 생겨도 그냥 웃긴 거예요. 해프닝처럼. 어느 날, 형들이 잘 때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되게 젊어진 것 같다.” 윤동주 그리고 영화 <동주> 공교롭게도 제가 영화 <쎄시봉>에서 윤동주 선생님의 육촌동생인 윤형주 선생님 역할을 맡았잖아요? 윤형주 선생님이 “하늘아, 너 성을 우리 윤 씨로 바꾸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지금껏 제가 여러 대본을 읽었는데 대본을 보고 눈물 흘린 건 <동주>가 처음이었어요. 예고편 나왔을 땐 좋아서 소주 한 병 사서 마시면서 집에서 계속 돌려봤죠. 제가 처음 윤동주 선생님에게 느낀 건 ‘나와 같은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깊을까?’였어요.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고민은 있었겠지만 솔직히 40~50대 어른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정도의 철은 안 들었을 것 같거든요. 전 우리 환상 속에 있는 윤동주라는 시인의 깊이나 무게감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산 스물여덟 청년의 얘기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윤동주 선생님 시를 보면 ‘자화상’이라는 시가 왜 나왔는지에 대한 단서들이 많이 흩어져 있어요. 제가 봤을 때 윤동주 선생님은 자기애가 컸던 분 같아요. 자신을 늘 제3자 입장에서 끊임없이 바라보거든요. 저도 방심하지 않으려고 꾸준히 제 안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어요. 제가 윤동주 선생님 역을 맡게 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와 외모는 덜 닮아 보여도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서 비슷하게 흉내 내려고 ‘멍’ 때리는 연습도 많이 했어요. 사랑하는 존재 술은 기분 좋게 마시고, 비를 좋아해서 자주 우산 없이 다니죠. 요새도 그래요. 집에서 쉴 땐 게임하거나, 책 읽거나 나가서 운동하거나 이 세 가지밖에 안 해요. 심플하죠. 게임은 비디오게임을 주로 해요. ‘언차티드’, ‘베트맨’, ‘비욘드: 투 소울즈’ 같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게임은 영화 같거든요. 이런 말 하면 되게 웃긴데, 게임 하면서 연기 공부한 적도 많아요. 실제 연기자들이 연기한 걸 게임에 쓰기 때문에 저는 가끔 그래픽의 움직임에 진다니깐요. 연애요(웃음)? 그 사이 누군가 있었겠죠. 근데 전 왜 2월만 되면 깨질까요? 공부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저랑 다른 삶을 사는 사람 만나서 어떻게 사는지 서로 얘기 듣는 게 재미있어요. 이전에 만났던 사람도 공부하는 여자였고, 앞으로도 공부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박정민의 집업 셔츠와 스티치 디테일 재킷, 네이비 팬츠는 모두 Prada. 워커는 Palladium.한 방이 있는 남자, 박정민미묘하게 흩어져 있는 얼굴 근육과 날카로운 눈빛은 그가 배우를 할 수밖에 없는 ‘관상’이란 확신을 준다. 영화계에서 박정민의 이름은 꽤 알려져 있다. 그가 배우 이제훈, 서준영과 함께 출연한 영화 <파수꾼>은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그의 커리어에 든든한 발판이 돼줬다. 동시에 좀처럼 떼놓을 수 없는 그림자처럼 박정민의 뒤를 쫓기도 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 평범한 연기를 뛰어나게 하는 비범함이 배우 박정민의 숨은 힘이다. 앞으로 그는 조금 더 속도를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듯하다. 물론 당장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성보라의 ‘욕 나오는 구 남친’이란 난폭한 반응을 잠재우는 게 우선이겠지만. 곧 개봉할 영화 <동주>에서 그는 시인 윤동주와 한 집에서 태어난 고종사촌 형으로 같은 옥사에서 죽음을 맞는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그린다. 배우로 살기 위해 그간 박정민이 축적해 온 인생의 한 방으론 또 뭐가 있을까.응답하라 1988 아성이라고 부르기엔 ‘오버’이긴 한데 <파수꾼>의 아성을 무너트리는 뭔가를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해왔으나 쉽게 깨지지 않았어요. 근데 <응팔>에서 제가 한 3분 나왔나요? 세간의 관심을 엄청 끈 거죠. 저는 그 드라마의 정식 대본을 받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물론 잘하고 싶어서 (류)혜영이한테 장문의 문자로 캐릭터 설명을 듣고 분석해 가긴 했죠. 대중의 관심이 기분 좋긴 한데, 내 5년은 어디로 갔나 싶어서 또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씁쓸함이 있었어요. 이 역할이 <응답하라>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쓰레기’라서 100% 욕먹으리란 것도 알았어요. 근데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박정민까지 욕하는 댓글이 보이길래 신기했어요. 그만큼 시청자들이 <응팔>에 나오는 사람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몰입해서 본다는 거잖아요. (성)보라한테 모진 소리 하고 떠나면서 얘도 사람인데 너무 심했나 싶어서 눈빛과 표정에 미안함을 약간 담았건만 그건 또 아무도 모르더라고요(웃음). 배우 박원상 고등학교 입학하기 직전에 강원도 인제에 있는 친구 아버지 별장에 놀러간 적 있어요. 근데 거기에 우리 말고 웬 아저씨들이 또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 아저씨들 때문에 쪽방에 모여 놀아야 해서 짜증이 났죠. 어느 날, 그 아저씨들이 같이 밥 먹자고 해서 갔더니 술에 막 취해서 그러는 거예요.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인데, 자기가 영화배우라고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꼭 보라고 하더군요. 서울에 올라와서 영화를 봤는데, 진짜 그 아저씨가 나오는 거예요. 그때부터 이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아저씨가 ‘박원상’이란 배우였어요. 제가 공주 산속에 있는 기숙 고등학교에 다녔거든요. 연기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었어요. 그러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서 배우로 출연하면 되겠거니 해서 영화 공부를 시작한 거예요.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첫해에 떨어지고 그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해서 붙었어요. 부모님 중학교 땐 엄마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했던 애였어요. 근데 내 꿈이 생기는 순간 무서운 거예요.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걸 엄마한테 어떻게 얘기하지 싶었어요. 그럼 바로 ‘싸대기’거든요(웃음). 나랑 제일 친한 친구들은 괜찮은데, 그 테두리 밖에 있는 친구들에게 ‘안경잡이 공부벌레인 네가 무슨 연기냐’고 놀림받을 것 같기도 했죠. 한동안 영화감독, 방송 PD가 되겠다고 에둘러 표현한 이유예요. 소심했거든요. 예대 입시도 아버지 몰래 준비하다가 들켰어요. 그 여파로 아버지가 급성신부전증으로 쓰러지셨죠. 아버지 소원이라는 대학에 입학하고 자퇴한 후 한예종에 다시 입학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에야 부모님이 저를 포기하셨어요. 제가 승부 근성은 있어서 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요즘엔 뭐 하도 지니까 괜찮아요. 아직 배우로서 자리 잡지 못하는 면이 없지 않잖아요. 영화 <동주> 저는 원래 애국심이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나 살기에 바빴고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이게 얼마나 가슴 아픈 시대였고 마음 아픈 상황이었는지 감이 안 왔죠. 평소 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데, 그 즈음 도쿄에 가게 됐어요. 간 김에 윤동주 선생님이 다니던 릿쿄 대학교에 들렀는데, 방학이라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윤동주와 송몽규가 살던 곳에 가봐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때가 구정 즈음이라 중국 연길로 가는 비행기가 비즈니스 좌석밖에 남지 않은 거예요. 생애 최초로 비즈니스 좌석을 타고 연길로 날아갔죠. 조선족 택시를 타고 윤동주 선생님과 송몽규 선생님이 같이 자란 용정의 생가에 찾아갔는데, 또 문이 잠겨 있어서 이번엔 담을 넘었어요. 그러고 난 뒤에 어렵사리 윤동주 선생님의 묘를 찾았죠. 큼지막한 비석이 여러 개 있는 윤동주 선생님 묘 옆에 송몽규 선생님 묘가 초라하게 있는 거예요. 벌초도 안 돼 있었어요. 그때 제 마음이 어땠냐 하면 창피했어요. 대본이 잘 안 풀려서 도와달라는 심정으로 거기에 간 거였으니까요. 내가 뭐라도 해서 이 분을 제대로 알리진 못할망정 뭘 도와달라고 여기까지 온 건가 싶었어요. 시나리오 첫 번째 장을 찢어서 묘 옆에 꽂아두고 소주 한 잔 무덤에 올리고 잠시 앉아 있는데 머리 위에서 까마귀 떼가 잔뜩 모여드는 거예요. 이준익 감독님이 중국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를 의미한다고 하더라고요. 송몽규 윤동주 선생님은 국민 시인이잖아요.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죠. 하지만 송몽규란 사람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어요. 연기하기엔 쉬웠죠. 알게 된 바론 굉장히 능동적이고, 동물적인 사람이었어요. 제가 불의를 봤을 때 웬만하면 참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웬만한 불의는 저에게 불의도 아니었고요. 이랬던 제가 송몽규 선생님을 연기하고 난 이후엔 ‘이 뭣 같은 상황을 만드는 뭣 같은 상황’에 대해 공부하게 됐죠. 대한민국이 근성 하나로 일어섰는데,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게 엉망은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든 거죠. 지나간 시대와 지금 이 시대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봐야 내가 가질 확신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강하늘의 체크 패턴 그레이 스리피스 수트는 모두 Dior Homme. 블랙 터틀넥 니트 톱은 Kimseoryong. 화이트 행커치프는 Baton Kwonohsoo.이준익 감독의 그레이 베스트와 팬츠, 화이트 셔츠는 모두 Baton Kwonohsoo. 모자는 Muehlbauer.관계에 집착하는 남자, 이준익모든 드라마는 관계 속에서 꽃을 피운다. 이준익 감독은 관계가 영화의 전부라고 믿는다. <왕의 남자>의 장생과 공길이 그러했듯, <사도>의 영조와 사도 세자가 그러했듯. 그가 <사도>에 이어 열한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동주>다. 시인 윤동주와 그의 분신 같은 존재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을 조명한 드라마로 감독 인생 최초로 흑백영화에 도전한다. 영화뿐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 이준익이 중요시하는 ‘공식’으로는 또 뭐가 있을까. 영화 <동주> 몇 년 전 TV에서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모임을 보게 됐어. 그러고 보니 윤동주 시인을 다룬 영화는 없는 거야. 저예산 영화를 주로 촬영하는 신현식 감독에게 윤동주 영화를 찍을 건데 시나리오를 한번 써보겠느냐 제안했더니 해보겠다고 그러더라고. 조건은 저예산으로 촬영하는 거였어. 일제시대이기 때문에 상업영화로 촬영하려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거든. 흑백으로 촬영한 건 우리가 윤동주 시인 하면 교과서에서 봤던 흑백사진을 맨 먼저 떠올리니 오히려 컬러보다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쉬울 것 같았지. 캐스팅 전부터 윤동주 시인과 강하늘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었어. 아니나 다를까.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윤동주 영화를 찍는다니까 황정민이 강하늘을 밀더라고. 마찬가지로 송몽규 열사로 박정민을 추천했어. 황정민이 이번 영화 캐스팅 디렉터였던 거지. 윤동주 시인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서 여성성을 도드라지게 평가하는데, 같은 남자 눈으로 내가 봤을 땐 전혀 아니야. 소신 있고 강직해 보이지. 일제강점기, 그 암흑의 시대에 조선어를 못 쓰게 했는데, 꿋꿋하게 일본에서 조선어로 시를 쓰잖아. 딱 보니까 남자야. 심지어 축구 선수였어. 송몽규는 사진만 보면 굉장히 가녀린데, 신념을 위해선 몸을 던지는 행동가였고. 둘을 캐스팅해서 보니 정말 잘 어울렸어. 관계 모든 인간은 관계를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어. 한 인간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그 인간과 공존했던 가장 가까운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봐야 하거든. 윤동주와 송몽규의 관계에서 리얼리티가 더 잘 전달될 것이라고 판단했어. 그 둘은 매 순간 같은 행로를 걸었으니까. 중국 용정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하고, 둘이 함께 교토로 유학을 갔다가 검거된 후 후쿠오카 감옥에서 1년 반 만에 죽임을 당했어. 영화는 결정적인 선택의 행로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인 갈등 위주로 흘러갈 거야.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윤동주의 시 안엔 송몽규에 대한 일종의 질투와 열등감과 같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과 심리가 촘촘히 엮여 있거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윤동주와 송몽규의 관계 속에서 흘러가기 때문에 그들이 이야기 또한 5:5의 비율로 다뤄져. 일정 부분에선 허구를 동반하겠지만, 그들의 행동했던 선택점은 사실을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70%의 이야기는 고증 중심이라고 보면 돼. 불확실성 불확실성에서 오는 건강한 긴장이 있어. 그 긴장이 쾌감이지. 아무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 있어. 나는 그런 불확실성이 너무 좋아. 계획을 너무 철저하게 짜지 않지. 오히려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상황을 경계해. 현장에 갔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그 순간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면 자신이 짰던 계획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게 되지. 나는 컨트롤도 안 해. 내 역할은 큰 판을 짜는 것 정도랄까? 그 큰 판 안에서 사람들은 잡념을 버리고 자신이 해가 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그것이 합쳐졌을 때 나오는 에너지는 어떤 사람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계획을 하되 계획에 묶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인간에 대한 믿음 사람이 사람을 안 믿으면 뭘 믿어. 안 그러면 최고를 만들어낼 수 없어. 예를 들어 미리 준비한 A안이 잘 안 풀렸어. 그러면 B안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그럼 B안이 A안보다 더 좋아야 해. B안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더 놀라운 가치가 있다면 그걸 현장에서 빨리 캐치해야지. 내가 생각하는 A안이 안 된다고 해서 B안, 거기에서 또 포기해서 C안, 이건 아니야. 나는 일단 남의 말을 믿고 봐. 일을 쉽게 하는 방법이지. 원래부터 그랬어. 나는 별로 배운 게 없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에게 편승해서 살아왔어.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 오히려 내가 하면 ‘삑사리’만 나(웃음). 최대한 안 해. 얼마나 편해. 될 대로 되라. 타인에게 많은 여지를 두는 거야. 색깔? 없어도 돼. 여러 사람들이 칠하면 그게 내 색깔이지. 누가 나를 침범해 주면 보태는 거니까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잖아. 대신 자신에겐 굉장히 엄격하지. 개인 자신을 위해 사는 것처럼 진실된 게 없어. 난 자기만 위해 산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애덤 스미스가 이기심의 거래가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얘기했지만, 자기 자신한테 진짜로 충실해 봤냐고 묻고 싶어. 자신에게 충실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위해 산다는 착각에 빠져 있지 말아야지.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지 못하거나, 정체성을 발전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탈공동체적인 이기심으로 남는 거야. 개인은 공동체 안에서 존재하는 거지. 내 주변엔 나와 30년간 함께한 영화 동지가 있고, 내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과연 이 안에서 내 몫을 이기적으로 잘해 왔는가 점검해 보면 한참 모자라지. 그러니 선배 말, 가족 말, 친구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는 거고. 요즘 애들이 이기적이라지만 나는 거꾸로 이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더 들어. 진정 자신을 증명하는 이기적인 결과물이 별로 없으니까. 이기적인 결과물은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한 거거든.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는 매뉴얼을 만든 사람이야. 그 사람들은 굉장한 이기주의자야. 얼마나 이기적이면 매뉴얼을 만들어. 나도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야. 난 내 이름으로 영화를 찍으니까. 근데 이렇게 밖이 컴컴한데, 인터뷰 아직도 멀었어(웃음)?  영화 <동주>, 궁금하지?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흑백 자화상! 이준익 감독의 열한 번째 영화 <동주> 팀과 <엘르>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멘트를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