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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심 강하고 관계의 선을 명확히 하는 '고양이형' 여자와의 연애가 순항일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요즘 남자의 속내. ::고양이형 여자,독립심,남자,연애,엘르,엘르걸,elle.co.kr:: | 고양이형 여자,독립심,남자,연애,엘르

고양이 같은 그녀 B의 여자친구는 자유방임주의적 연애의 소유자다. 흔히 말하는 고양이형 여자처럼 새침하고 도도하지 않지만 낯가림이 심해 B와 사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지켜야 할 선이 명확하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인인 만큼 일이 바쁠 땐 ‘노 터치’. 문자 메시지를 한 통도 보내지 않는다. 또 서로 만나기로 약속했어도 회사 모임이나 친구 모임이 생기면 쿨하게 보내주며, 데이트 후에는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거절하고 혼자 귀가한다. 서로 돈을 버니까 데이트 비용은 번갈아 내자고 제안한 것도 그녀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견고하고 대담하며 화합하는 방법을 아는 남자가 멋있다고 느낀다. 남자도 그런 여자의 모습에 동공이 확대된다. “만나서 회사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요즘 하고 싶은 거, 답답한 거 다 이야기하고 헤어지면서 ‘집에 가서 전화해’라는 여자친구의 말이 무서워”라는 친구들의 엄살도 B에게는 그저 남 일이다. “연애를 무슨 비즈니스처럼 하냐”는 친구들의 핀잔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너희들은 모르는 그런 게 있어”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렇지만 모든 게 적당하고 무난해 보이는 B의 연애가 순항을 거듭한 건 아니다. “자꾸 여자친구의 눈치를 보게 돼. 내가 ‘여자’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걸 아무렇지 않은 척 내색은 안 했지만 은근히 신경 쓰더라고. 속마음을 바로 드러내지 않으니까 어려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눈치만 봐.” 알고 보니 그녀도 대단히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여자였다. 다만 자신이 뭔가를 원하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 숨기고 그러면서도 그 결과에 예민한 성격이었다.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 아이’ 고양이처럼 여자친구의 왼쪽 눈빛과 오른쪽 눈빛이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B는 적당한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남자의 선택 그런데 이렇게 확연하게 갈리는 고양이형 성격과 강아지형 성격이 남자가 이성을 보는 중요한 조건일까. 문득 이 생각이 든 건 주변 남자들에게 “고양이 같은 여자와 강아지 같은 여자 중 누가 좋아?”라고 물었을 때 열에 열이 당연하다는 듯 외모 이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감각의 서열 중 시각이 최상위인 남자에겐 ‘고양이상’ 여자와 ‘강아지상’ 여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내밀한 성격이란 건 본격적인 교제를 해야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어렴풋이 짐직할 뿐이다. “성격 차이로 헤어졌어”란 말이 이별 사유의 단골 레퍼토리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랑을 찾는 자들은 모두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자신을 드러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이 세상에는 고양이 같은 여자와 강아지 같은 여자 말고도 ‘강아지 같은 고양이형’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 강아지더라’는 여자처럼 더 많은 스타일이 존재한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한다는 건 복불복 게임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얼마나 상황에 잘 맞춰가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시간을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