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샘물, 그녀가 '느님'인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현업에서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스승이자, K뷰티를 널리 알리고 있는 홍보대사, 자신의 이름을 내건 뷰티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샘물을 만났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정샘물,K뷰티,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엘르,엘르걸,elle.co.kr:: | 메이크업 아티스트,정샘물,K뷰티,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엘르

정샘물이란 이름 앞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수식어만 붙이기엔 뭔가 부족하다. 현업에서 활동하는 날고 긴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스승이자,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K뷰티 홍보대사, 이걸로도 모자라 최근 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까지 출시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SNS와 유튜브를 통한 활발한 소통 덕에 ‘샘물느님’ ‘갓샘물’ ‘정쌤’ ‘금손’ 같은 애칭으로 불리며 옆집 언니처럼 친숙해졌지만, 막상 메이크업 경력 30여 년에 달하는 그녀를 직접 인터뷰한다고 생각하니 옆집 언니는커녕 집안 어르신을 만날 때처럼 이유 없이 긴장됐다. 그렇게 만난 정샘물은 인사를 건네는 에디터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 아틀리에에 있는 커다란 책상 쪽으로 끌어 앉혔다. “본인 아래 속눈썹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죠? 어쩜 이리 한 올 한 올 길고 곱게 컬이 져 있을까.” 에디터가 미처 질문을 건네기도 전에 정샘물의 ‘내면 관찰’이 먼저 시작됐다.  원장님, 언더 속눈썹이 예쁘면 뭐에 써요. 위쪽 속눈썹은 뻣뻣한 직모라 컬링도 되지 않고, 있으나마나 한 쌍꺼풀에 아이섀도를 발라봤자 어차피 다 번지는걸 본인 매력이 뭔지 모르니까 그런 소리 하는 거예요. 자기 눈동자 색이 뭔지 알아요? (갸우뚱거리는 에디터의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음…. 짙은 적 브라운. 쿨 톤 감도는 카키나 채도 낮은 뮤트 컬러 계열의 섀도를 언더라인부터 눈꼬리 쪽까지 부드럽게 블렌딩하면 잘 어울릴 거예요. 입술은 벽돌색 같은 선명한 레드. 피부에 노란 기가 감도니까 오렌지 톤이 도는 레드로 가면 안 되고. 그러고 보면 많은 한국 여성들이 정작 본인의 매력을 잘 모른 채 유행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크죠. 저도 만날 ‘프렌치 시크’ 타령이고, 하하 날렵하게 찢어진 눈매, 넙데데한 코, 동글납작한 얼굴. 이게 바로 한국 여자만이 갖는 매력이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목구비를 입체적으로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하니 누구나 전문가적인 테크닉을 구사하게 된 거예요. 메이크업을 지우면 눈 크기가 반으로 줄어들죠 하하, 한국 여자들의 메이크업은 어디에 내놔도 월등해요. 하지만 미국에서 4년 반 동안 유학하면서 느낀 건, 본인만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에서 시작해야 어떻게 응용해도 멋있다는 사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찾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과는 시작 자체가 다르죠. 실제 만나면 자신으로부터 응용된 뷰티가 아니기 때문에 어색해요. 예를 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의 무지갯빛 머리와 새파란 컬러 렌즈 아니,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알고 그것을 돋보이기 위한 연출이었다면, 컬러 렌즈를 끼든 머리를 새하얗게 탈색하든 얼마든지 예뻐 보일걸요! 내추럴리즘이라는 건 메이크업한 듯 안 한 듯 마냥 투명한 것만 가리키는 건 아니라고 봐요. 나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과 선, 질감을 안 뒤에 베리에이션을 주자는 거죠.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는 나만의 뷰티인 거예요. 내추럴리즘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송혜교, 전지현, 이효리 중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되는 질문이냐고. 송혜교의 내추럴리즘과 이효리의 내추럴리즘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각자 너무 다른 방식으로 예쁜걸. 연예인이 여신급 미모가 되어 컴백했을 때, 다이어트 성공했거나 아니면 정샘물로 숍을 바꿨거나 둘 중 하나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거 아세요? 그 이유를 알겠네요. 원장님 표 메이크업은 늘 그 사람만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내요. 뭐니 뭐니 해도 탕웨이와의 만남이 결정적이었죠 맞아요. 하지만 제 커리어의 한 부분만 특별하다고 치켜세우고 싶진 않아요. 저에겐 매일매일이 결정적 순간이고, 만나는 사람 모두 특별한 터닝 포인트예요. 얼마 전 노하우와 경험을 집약한 브랜드 ‘정샘물’을 론칭한 일도 커리어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을 것 같은데. 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라니, 기분이 어떤지 부담도 엄청 크고 겁도 많이 나요. 반대로 엄청 흥분되기도 하고.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름을 건 제품을 내놓는다? 그건 메이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일 테니까.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이미 한 번 ‘뮬’을 출시한 적 있잖아요. 그 제품은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참 쓰기 좋은 제형이었어요. 아시아 지역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공동 구매할 정도였으니까. 근데 정작 스킬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는 어필이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이번엔 욕심을 더 부렸죠. 그때나 지금이나 정샘물의 정체성은 똑같은데 뭔가 더 진화된 형태이면서 대중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거짓말 안 보태고 수천수백 개의 테스트 제품을 그냥 버렸을걸요. 가슴이 미어지더라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애증의 제품이 스타실러인가요 모든 제품에 다 애증이 있지만 맞아요. 스타실러. 일반인들이 사용하기 편한 텍스처인지를 최우선시했어요. 항상 팔레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제 고집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살결 팔레트를 스타실러 안에 담았고. 소비자와 아티스트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에요. 늘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엄청날 텐데, 항상 평온하고 온화해 보이는 비결은 메이크업과 다른 아트의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살아 있는 대상’에 하는 유일한 아트라는 거. 다른 아트는 아니다 싶으면 버리고 교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메이크업은 틀렸으니까 지우고 다시 하겠습니다, 틀렸으니까 다른 사람 오세요, 이게 안 되잖아! 또 있어요. 메이크업 아트는 재료를 고르러 가는 게 아니라 저에게 와요. 심지어 적든 많든 돈까지 주면서 저를 찾아와요. 찾아와 주는 사람이 없으면 메이크업 아트는 성립이 안 돼요.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메이크업이야말로 가장 상위의 아트가 아닐까 싶어요. 스트레스? 물론 많이 받죠. 감정 노동도 엄청 나요. 하지만 사람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유일한 아트라는 자부심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이곤 해요. 질문에 대한 답이 됐는지 모르겠네. 말씀대로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아트가 메이크업이잖아요. 그에 반해 SNS나 유튜브는 익명, 인스턴트에 가까워요. 이 둘을 바라보는 원장님의 시각이 궁금하네요 누군가는 SNS가 창의력을 빼앗고 장인 정신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린다지만, 저는 오히려 제 노하우와 경험을 많이 공유할수록 새로운 응용법과 아이디어가 샘솟아나요. 내가 새로워지려면, 매일 쏟아내고 자신을 리셋해야 돼요. 저에겐 그 수단 중 하나가 디지털인 거죠. 공유할수록 오히려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올라간다는 거 알아요? 나를 향해 “잘했어, 훌륭했어”라고 말하게 되니까. 정샘물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제자들을 보면 내가 가진 걸 다 퍼주길 잘했다 싶어요. 그들이 단순히 메이크업 테크닉만 배워가는 게 아니거든. 처음 들어왔을 때 흔들리던 눈동자가, 아티스트로서 소신이 생긴 눈동자로 바뀌었을 때의 그 짜릿함. 나로 인해 한 사람이 변화했음을 알게 되면 너무 벅차죠. 이래서 다들 원장님을 멘토로 여기나 봐요. 마지막으로, 2016년 뷰티 트렌드를 예측한다면? 내년 출시 예정인 제품이 있다면 <엘르>에 살짝 귀띔을 이제 트렌드라는 게 무색한 시대예요.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하죠. 때문에 더 ‘나’에게로 시선이 향하고 있어요. 어떤 트렌드나 유행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는 시대. 아까부터 계속 강조했던, 나에게 집중하고 내 안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시대! 음, 신제품에 대한 힌트요? 고백하건대 대기업의 물량 공세와 자본을 이길 자신은 없어요. 대신 아티스트로서 갖고 있는 철학을 투영시킨 소수 정예 제품으로 어필하자 맘먹었죠. 그래서 피부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자외선차단제와 클렌저 그리고 스타실러의 뉴 버전, 이렇게 세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아이고, 이거 너무 다 공개해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 하하하.1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를 믹스해 바르 수 있는 에센셜 스타실러 파운데이션, 4만2천원, Jung Saem Mool. 2 원더걸스 혜림의 판빙빙 눈매를 완성해준 꾸뛰르 팔레트 5-칼라 레디-투-웨어 아이섀도, 2호, 8만3천원, YSL. 3 피부에 보습막을 씌우는 에센셜 물 크림, 3만5천원, Jung Saem Mool.정샘물 원장의 아틀리에는 늘 탐나는 아트 북들로 가득하다.2014년 9월호 <엘르> 커버를 장식한 탕웨이. 정샘물 원장의 손끝에서 완성된 내추럴 메이크업이 빛을 발하는 순간.정샘물 원장이 직접 그린 페이스 차트. 3D 윤곽을 살리는 탕웨이 메이크업의 비밀이 이 그림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