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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광희'

흑백 TV만 보다가 어느 날 총천연색 컬러 TV와 마주했을 때의 선연함이라고 할까. 눈앞의 황광희는 여전히 즐겁고, 에너지가 넘쳤으며, 때론 진지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웠다.

프로필 by ELLE 2015.12.31

프린트 셔츠는 Raf Simons by Galleria West.



촬영 내내 모두 광희 씨의 행복한 기운에 전염돼 버렸어요 뭐든 즐겁게 하려고 해요. 처음엔 분위기 파악이 좀 필요해요. 오늘처럼 활기찬 현장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스태프 중에선 예능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까불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요. 


보통 현장 스태프들이 연예인에 맞추는 편인데, 좀 거꾸로 아닌가요 저는 가수로 데뷔하긴 했지만, 이젠 예능인이에요. 예능인은 많은 사람을 재미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니 대부분 저처럼 행동해요. 또 저는 막냇동생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방송이 아닐 때도 어디 가서 차가운 척이라도 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요. 물론 저도 병원에 가거나, 옷을 살 때는 말이 없어요. 당연한 거죠. 가끔 어떤 분들은 옷을 고르느라 말이 없는 제 모습에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으냐고 물어봐요. 누군지 다 알아보는데 왜 마스크 끼고 다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아이돌일 땐 어땠나요 제국의 아이들(이하 제아) 옷을 입었을 때도 그랬어요. 무대 위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노래를 불러도, 제 파트 땐 사람들이 다 웃어버려서 멤버들에게 미안한 적도 많았어요. 가끔 엑소 수호랑 다니면 “앗, 수호다”라고 직접적으로 말 안 해요. 근데 저한텐 반말하고, 볼을 꼬집고 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지금보다 더 어릴 땐 철없이 ‘왜 연예인 대우를 안 해 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요샌 많은 사람에게 제가 친숙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다가오는 거라는 걸 깨달았죠. 


길게 보면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아이돌보다 오래 두고 보는 친숙한 얼굴이 낫지 않을까요 솔직히 그렇게 내려놓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옛날엔 (임)시완이가 부러웠어요. 광고 찍을 때도 전 재미있는 역할만 했거든요. 반은 여장, 반은 남장을 한 적도 있죠. 나이를 먹으니까 밝은 광희, 웃는 광희가 제가 입을 옷이라는 걸 인식하게 됐어요. 누가 멋있는 걸 시키면 오히려 어색해요. 이젠 저와 시완이가 갈 길이 다르고 맡은 역할이 다르다는 걸 알기에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모습이 데뷔 초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마다 물불 안 가리고 ‘제아’를 홍보하던 모습이에요. 리더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적극적이었나요 인원 수가 많은 그룹은 데뷔하기가 어려워요. 그룹을 유지하기도 어렵죠. 멤버가 9명이나 되는 제아가 힘들게 데뷔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러브 코치’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지만 그 뒤부터는…. 같이 데뷔했던 씨엔블루는 1위를 하는데, 우린 노래로 1위를 해본 적이 없었죠. 개인적으로 우리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데 그룹이 음원 순위나 인지도 같은 면에서 뒤지니까 속상했어요. 제아 멤버들도 아직 재능이 발현되지 않아서 그렇지 다재다능하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우리 애들을 한 명이라도 더 알려서 그룹이 잘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뿐이었어요. 


아등바등한다는 느낌이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제게도 전해지더라고요 저한테 동료 아이돌들이 너무 치열하게 산다고 했어요. 현장에 가면 자동으로 그렇게 됐어요. 늘 차에선 피곤했고요. 저는 스물여섯 이전의 기억이 없어요. 방송을 봐야 알아요. 이 시절의 기억이 없다는 걸 또 어떻게 기억했느냐 하면 누가 저한테 나이를 물어봤단 말이에요. “올해 제가 스물여덟이에요.” 이렇게 말했는데 순간 그 이전엔 그렇게 나이를 말한 적이 없었다는 게 기억났어요. 




코트는 MSGM by Galleria West. 터틀넥과 팬츠, 스카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새삼 과거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최고의 국민 프로그램에 들어갔잖아요.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여섯 번째 멤버가 되고 나서 어떻게 내가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됐나 싶어서 지난 시간을 쭉 돌이켜봤어요. 저를 환영해 주는 분들도 많았지만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정말 많았어요. 제가 과연 이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됐죠. 그래도 그동안 꾸준하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들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나 싶어요. 20대를 쉼 없이 보냈다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상상도 못했던 일도 생겼고요. 


아이돌 데뷔가 인생의 첫 번째 문이 돼줬다면 <무도>는 인생의 두 번째 문쯤 될까요 예능인으로서 두 번째 삶을 열어준 작품이죠. 그전엔 제 위치가 분명하지 않았어요. 가수로 데뷔했지만, 예능을 너무 오래하고 있었고 그렇다고 완벽한 예능인도 아니었잖아요. <무도>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절 예능인의 모습으로 봐주기 시작했어요. 


‘파이팅’ 넘치는 스타일이라 <무도> 형들이 예뻐해 줄 것 같아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부담감이 컸는데, 형들이 막내 들어온다고 많이 좋아해 줬어요. 제가 못 웃긴다는 말이 인터넷에 늘 오르내리잖아요. 형들이 잘 다독여줘서 부족하지만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 <무도> 패밀리가 된 게 실감이 났나요 <무도> ‘굿즈(Goods)’에 제 얼굴이 들어 있는 걸 본 뒤에요! <무도>에 합류하고 나서 가요제 준비하고, 해외 배송 나가고, 극한 알바 나가고 하니까 정신이 없었어요. <무도>뿐 아니라 <뷰티바이블>, <최고의 요리비결> 같은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정신 없었어요. 


완전히 홀로 진행하는 <최고의 요리비결>, 여러 진행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하는 <뷰티바이블>, 또 팀 체제로 움직이는 <무도>에 출연하고 있어요.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 중이에요 <뷰티바이블>을 할 땐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해요. 제 피부가 까매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최고의 요리비결>은 MC로서 즐거움을 알게 해 줘서 행복했고요. <무도>는 일단 형들이 생겨서 좋았어요. 


여러 멤버 중에서도 유재석 씨가 좋은 선생님이 돼줄 것 같아요 재석이 형 같은 경우엔 친동생처럼 예뻐해 주세요. 자상하세요. 늘 옆에 앉혀 놓고 생활의 지혜를 가르쳐주세요. 가까이에서 방송하면서 보니 형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든 모습이 진실이에요. 가끔 <무도> 촬영하면서 형 혼자 끝까지 MC를 볼 때가 있어요. 다음 날 일찍 나가야 하는 스케줄인 데도 마지막 게스트가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거든요. 국민 MC는 그냥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스트라이프 셔츠와 코트는 모두 Givenchy by Riccardo Tisci. 실버 링은 Rocking Ag.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도>가 맺어준 또 다른 인연으론 ‘황태지’ 멤버들이 있잖아요 지용이, 영배는 이전에도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들인데, 기회가 없었어요. 가요제를 준비했던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친해졌거든요. 얼마 전에 제가 제주도에 가면서 지용이에게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어요. 근데 지용이가 제주도에 사는 지인을 소개해 줘서 그 지인 덕분에 편하게 잘 다녔어요. 그분 말씀이 지용이가 전화해서 누군가를 이렇게 챙겨달라는 사람이 없었대요. 고마웠어요. 걔도 재석이 형처럼 매사에 진실됐어요. 


확실히 자기 일에 ‘프로’인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쪽 일을 하면서 6년가량 시간을 보내보니 진실한 사람이 잘되고 오래가더라고요. 전 유재석 형이나 지용이는 스타처럼 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소박하더라고요. 황태지 연습 때였는데, 지용이가 제주도에서 맛있는 김밥이라고 저 먹어보라고 사온 거예요. 저는 김밥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냐면서 툴툴댔는데, 옆에서 이게 무슨 김밥이고, 누가 만들었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설명을 또 해 주는 거예요. 내 눈으로 좋은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많이 깨달은 것 같아요. 그간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던 자신이 약간 후회스럽기도 하고요. 


지금 광희의 인생은 여러 면에서 충족된 상태처럼 보여요 저도 일할 땐 힘든 부분이 많아요. 막상 현장에 가면 즐거워져서, 아까 제가 계속 “저 괜찮아요?”라고 물어봤잖아요. 스태프들이 저에게 해 준 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늘 갖고 있어요. 예전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 하나는 확실했어요. 매니저랑 집에 가는 길에 항상 ‘내가 잘했는가? 오늘 밥값을 했는가?’ 철두철미하게 되새김질해요. 그걸 했기 때문에 적어도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신인들에 비해 재치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만약 제 입으로 이렇게 말한다고 욕하면 섭섭할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최고치로 노력했다는 건 자부할 수 있어요. 다른 걸 못하면 재미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요. 


인터넷 기사나 프로그램 게시판에 달린 댓글은 챙겨 보나요 제 악플은 머리기사부터 시작돼요(웃음). ‘광희 부진하다’ 제목이 이러니 안볼 순 없어요. 이해는 돼요. 저도 TV 보면 이유 없이 싫은 연예인이 있을 것 아니에요? ‘내가 100% 잘하지 않았을 테니까, 내 탓이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도 직접 보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냉정하게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해요. 조금 대범하게 성격이 다져진 것 같아요. 


어린 광희는 어땠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무대에 서면 무조건 춤췄던 아이! 친구들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분위기가 싸늘한 걸 싫어해요. 제 몸이 피곤해도 친구들을 웃겨줘요. 




블랙 레더 재킷은 Neil Barrett. 티셔츠는 Neil Barrett by Koon with A View. 팬츠,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하나요 가끔 힘이 나지 않을 때 (박)나래 누나한테 전화해요. 재석이 형도 나래 누나를 예뻐해요.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열심히 하거든요. 얼마 전에 <힐링캠프>에 나래 누나가 나왔잖아요. 그 자린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근데 누나는 그 자리에서까지 얼굴에 물을 다 적셔 가면서 웃기려 하더라고요. 성대도 다쳤는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프로그램 말미에 누나 어머니가 나왔는데 누나가 우는 거예요. 저는 더 울었어요. 어머니가 봤을 땐 얼마나 속상하고, 대견하고 또 멋있을 거예요. 주위에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죠. 제가 성형 사실을 오픈했을 때도, 노래를 잘 못한다고 고백했을 때도 못되게 구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광희 씨 보면 정말 ‘오픈 마인드’가 뭔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보고 배워야 할 건 확실히 보고 배워야 된다는 주의예요. 어릴 때부터 장점을 갖고 있는 친구는 제 옆에 꼭 둬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남들이 보기에 광희는 잘되는 사람만 옆에 둔다 이렇게 여길 수 있지만, 저는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거예요. 저 같은 캐릭터의 사람은 행동보단 말만 앞서는 줄 알아요. 선물도 하면서 반드시 마음도 표시해요. 


누나 많은 집안의 막냇동생처럼 다정다감하네요 여동생보다 제가 더 엄마에게 사근사근해요. 같이 옷도 사러 다니고요. 저희 가족이 재미있는 게 제 기사에 달린 댓글은커녕 방송도 잘 안 봐요. 엄마가 한 번쯤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방청을 올 법도 하잖아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어요. 서로 터치 안 해요. 각자 인생이니 각자 열심히 사는 거라고요. 


부모님이 굉장히 독립적으로 자식을 키우셨네요 제가 어릴 때 엄마가 이런 멘트도 하셨어요. “너는 약삭빨라 보이고 간사해 보이는 얼굴이다. 거짓 되면 안 된다.” 제가 막 멋있는 역할 해보고 싶다고 해도 “처음부터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가능했겠지만 지금 와선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하시고요(웃음). 최근엔 조금 ‘오구오구’해 주지만 냉정해요. 덕분에 객관적으로 저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광희가 꿈꾸는 이상적인 여자는 예전엔 키가 크고 팔다리가 가는 스타일을 선호했어요. 지금은 푸근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여자에 끌려요. 한순간에 반하게 되는 코드가 있어요. 가끔 방송국에 일하는 스태프 중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분들이 있어요. 운동화 신고요. 그런 모습이 예뻐 보여요. 


올해 가장 즐거웠던 여행은요 파리, 런던, 뉴욕, 제주도, 설악산 등등 가족, 친구들과 골고루 여행을 다녀왔어요. 우도가 제일 좋았어요. 스쿠터 타고 섬을 도는데, 밭 매던 할머니에게 아이스크림도 얻어먹고요. 보통 연예인들은 여행을 가도 프라이빗한 곳을 찾잖아요. 저는 안 그래요. 화장 다하고 랜드마크에 가요. 그리고 또 못 알아봐주면 섭섭한 거예요(웃음). 얼마 전 파리에 갔다가 단체 패키지 관광객들을 만나 숨막혀 죽을 뻔했어요. 아줌마들이 볼 만지고 엉덩이 만지고, 격하게 예뻐해 주셨죠. 


이제 더는 시완 씨가 안 부럽겠네요 가끔 부러울 때가 있어요(웃음). 시완이를 또 칭찬하고 싶진 않지만(웃음), 시완이야말로 연습생 시절부터 행동이 올발랐어요. 배울 점이 많아요. 역시 잘되는 애들은 이유가 있어요. 




긍정 ‘초 사이언’ 황광희
“이게 잡지 포즈 아니에요?!” 촬영장의 모두를 허리춤 잡고 자지러지게 한 황광희의 유쾌한 촬영 현장이 궁금하다면 클릭하시길. 그의 ‘육성’에 순식간에 행복해질 예감.

Credit

  • PHOTOGRAPHER 김영준 STYLIST 전진오 EDITOR 김나래 PRODUCER 손정민 HAIR STYLIST 한지선 MAKEUP ARTIST 류형중 FASHION ASSISTANTS 김재빈
  • 이주혜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