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그 남자의 오늘

성수동에서 만난 장 콜로나와 나눈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

프로필 by ELLE 2015.09.11
DEXT5 Editor



2011년에 시작된 코오롱스포츠와의 협업이 어느덧 5년째다. 한국의 헤리티지 아웃도어 브랜드와 함께 일하는 건 어떤가 한국, 아웃도어 마켓, 새로운 디자인 팀, 그리고 대기업. 코오롱스포츠와의 협업은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사는 42년의 헤리티지를 가진 코오롱스포츠의 명성도, 내가 쌓아온 지식도 아니었다. 그 유명한 이야기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지난 4년 동안 나와 코오롱스포츠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여전히 서로를 존중한다. 


그 사이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은 무척 빠르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변화도 컸다 최근 2년 동안, 한국 사회가 겪은 두 가지 빅 모멘트 또한 대중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불가항력적인 일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걸 실감했고, 그런 만큼 건강한 오늘의 삶이 더욱 중요해졌다. 


뉴 시즌, 코오롱스포츠의 테마는 ‘What are we talking about?’인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는 뭔가 지금 우리가 나누는 주제들. 새로운 세대, 시스템, 변화, 우리 자신, 코오롱스포츠의 진화…. 그러나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인간’. 


디렉터가 아닌 구매자로서 단 하나의 아이템을 고른다면 오늘 아침 2016년 F/W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특허 기술인 지오닉 프린트를 더한 안타티카 구스다운 재킷? 새로운 니트 스웨터? 장담하건대, 단 하나를 고르는 건 불가능하다. 


며칠 전, 배우 송중기와 캠페인 촬영을 했다고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성숙하더라. 잘생긴 외모 그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번 시즌 광고 캠페인은 이전과는 다른 무드로 변화를 줬으니 기대해 달라. 


그동안 수없이 서울을 오갔으니 꽤 친숙해졌겠다 지난 5년 동안, 80회 이상 한국을 찾았다. 솔직히 처음 방문했을 땐, 좀 실망스러웠다. 멋없이 큰 거리와 개성 없는 건축물. 한국영화를 보며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달랐으니까. 작은 골목을 누비며 서울의 비하인드 신을 보면서 진짜 매력을 알게 됐다. 자주 찾는 곳은 ‘정소영의 식기장’이다. 


1989년, 당신의 데뷔 컬렉션 쇼타임은 15분으로 당시엔 획기적이었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쇼타임이 됐다. 1997년, 당신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패션 필름을 시도했다. 프런티어인 당신의 또 다른 아이디어가 궁금하다 어떤 면에서 코오롱스포츠와의 협업이 바로 그런 아이디어 중 하나다. 내가 가보지 않은 전혀 다른 세계, 최전방의 도전인 셈이다. 


2013년, 코오롱스포츠의 40주년을 기념한 필름 프로젝트 ‘청출어람’도 그런 시도 중 하나로 보인다 당시 박찬욱 감독과의 영화 작업에 대해 얘기하자면, 내가 내건 유일한 조건은 그들에게 완벽한 자유를 주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프랑스 대기업이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에게 영화 제작을 의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는 감독과 브랜드 모두에게 특별한 일이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가 시와 삶, 죽음, 지식을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거의 전무한 일인데, 우린 그 일을 해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90년대에 열광하고 있다. 90년대의 히어로인 당신이 기억하는 그 시절은 90년대는 새로운 시대였다.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 스스로의 것을 세우고 만들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내게 있어 90년대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존중받던 시절이었다. 


당신의 90년대 추억 중 1994년, <I-D>매거진의 ‘Sex 이슈’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전설적인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I-D>매거진의 설립자 테리 존스가 섹스, 드럭, 로큰롤 세 가지 이슈 중 뭘 고르겠냐고 물었다. 난 섹스를 고른 후, 유겐(유겐 텔러)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했다. 당시 그는 막 커리어를 시작한 신진 작가였다. 유겐은 커트니 러브를 촬영하기 위해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시애틀로 날아가 거의 24시간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커트니가 유유히 걸어 들어왔지만 곧 사라졌다.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유겐은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그 중 한 컷이 커버를 장식했다. 


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은 셀러브리티들의 냉장고를 통째로 들고 와 톱 셰프들이 요리를 만들어주는 거다. 당신의 냉장고엔 뭐가 있나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냉장고는 텅 비어 있지만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해 주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 프랑스 가정식 스타일. 썰고, 굽다 보면 온전히 그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매운 음식도 좋아하는데, 아마 한국 사람보다 더 잘 먹을 거다. 


오늘 촬영이 끝나면 어디로 갈 건가 글쎄, 식기장에나 가볼까? 






Credit

  • EDITOR 주가은
  • ART DESIGNER 유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