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임지연, 만개하다
보기보다 털털하고, 더할 나위 없이 드라마틱한 배우 임지연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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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롱 원피스는 Celine.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그레이 재킷과 팬츠는 Paul & Alice.
후끈후끈한 열기에 이어 기습적인 소낙비까지 덮친 부암동의 어느 폐가. 날씨와 싸우는 것도 모자라 달려드는 산모기 떼를 상대하느라 버거운 상황에서도 임지연은 의연했다(모기에 물린 다리를 몇 번 긁적이는 게 전부).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상황에 얽매이기보다 여유로운 자세로 힘껏 집중하는 모습은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쩐지 다가가기 힘든 첫인상에서 잠시 신비로웠던 <인간중독> 속의 종가흔의 얼굴을 떠올렸으나, 막상 입술을 떼고 흘러나온 임지연의 목소리는 왈가닥 말괄량이에 더 가까웠다.
사전 리서치 좀 했는데 아버지가 경찰, 어머니는 연극 애호가라는 걸 알게 됐다
연극은 엄마가 워낙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대학로 극장가를 쫓아다니면서 많이 봤다. 지금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것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정작 배우가 되겠노라고 진지하게 나섰을 땐 두 분 모두 심하게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역시 쉽지 않은 길이라서
친인척 통틀어 가족 중에서 예술 계통 종사자가 전혀 없고, 나한테 ‘끼’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예고 진학은 하지 못했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연기학원을 꾸준히 다녔다.
천생 배우를 해야 할 것 같은, 독특한 ‘마스크’의 소유자다
카메라 각도나 조명에 따라 얼굴이 많이 달라 보인다. 특이하다거나 묘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전엔 깎아놓은 것처럼 예쁜 얼굴이 아니라 좀 싫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이것이 장점 같다.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에서는 여배우치고 지나치게(!) 소탈한 모습 덕분에 인기가 높았다. 개구리도 모자라 쥐고기까지 먹은 건 좀 충격이었다
레이먼 킴 오빠가 워낙 맛있게 요리해 줬다. 원래 호기심이 강한 성격이다. 새로운 걸 접하면 빨리빨리 해봐야 한다. 게다가 정글이 아니라면 내가 언제 쥐고기를 먹어보겠나.
같은 ‘정글 팸’인 박형식은 ‘동네형’이라고 부른다면서
형식이와는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다. 정글에서는 화장은커녕 아예 씻을 수도 없었다. 아침과 저녁에 물티슈로 얼굴 몇 번 문지르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너무 망가져 보였는지 한국에 돌아온 뒤에 “왜 그랬냐” “안타깝다”는 말 엄청 들었다(웃음). 근데 정글까지 가서 예쁘게 보일 바에야 안 가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야생’ 여기저기를 자유로이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에서 진정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데뷔한 지 고작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영화 <인간중독>과 <간신> 두 편을 끝냈던 터라 당시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정글 갈 생각은 꿈도 안 꿨다. 솔직히 회사에서 가라고 해서 간 거다(웃음). 막상 가보니까 좋잖아. 나한텐 크게 힐링이 됐다. 그간 나와는 너무도 다른 <인간중독>에서 신비로운 이미지에 갇혀 살다가 내 모습 그대로 마음대로 펼쳐 보일 수 있다는 데 쾌감을 느꼈다. 정글에서의 내 모습이야말로 진심 ‘리얼’이다.
말투와 성격이 모두 시원시원하네
흔히 ‘깡’이 세다고 하잖나? 우리 가족이 모두 나처럼 되면 되고 안 되면 마는 ‘쿨’한 성격이다. 겁이 별로 없다. 가족 중엔 엄마가 제일 시크하다.
그런 시크한 어머니가 <인간중독>의 파격적인 노출 신을 본 반응은
아무리 연기라지만 수위가 세서 엄마가 보고 속상할까 봐 시사회 날에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날 엄마가 되게 큰 꽃다발을 사와서 감독님에게 안겨드리면서 “우리 딸 정말 못생겼는데, 예쁘게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거다. 그 바람에 나도 울고, 감독님도 울었다.
박형식과는 정글에 이어 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커플로 다시 만났다. ‘창지 커플’ 때문에 드라마를 챙겨 봤다는 팬들도 많았는데
다들 의외의 ‘케미’라고 하더라. 우리는 애정 신도 전혀 오글거림 없이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잘 해치웠다. 연기하는 순간 외에도 박창수(박형식), 이지이(임지연)로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원래 친했기 때문에 둘이 더 ‘으샤으샤’ 했던 부분도 있다. 형식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린 데도 매너가 정말 좋다.
‘이지이=임지연’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더라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매력만 빼면 나와 지이는 닮은 점이 많다. 가난한 마트 아르바이트생인데도 지이는 늘 당당하다. 친화력 있고 긍정적인 데다 씩씩하다. 어찌 보면 <상류사회>는 또래의 유치한 사랑 얘기를 다룬 드라마라고도 볼 수 있는데, 덕분에 오디션 보러 갔을 때 감독님이 처음엔 내가 지이 역할에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더라. 내 첫인상이 좀 차갑고,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이는 면이 있잖아. 수 차례 감독님과 대화한 끝에 의외로 내 안에 털털하고 귀여운 면이 있다는 걸 ‘캐치’해 주셨다.
드라마 종영 후 유이와 성준과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나
유이 언니와는 조금 전에도 문자를 주고받았다. 언니가 지금 해외 나가는 길이라고 다녀와서 만나자고 하더라. 성준, 형식이까지 해서 우리 네 사람이 모이면 수다스럽다. 나잇대가 비슷해서 이번에 드라마 하면서 엄청 친해졌다.
초반엔 네 사람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컸다면서
사람들이 봤을 때, 그러니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많이 접했던 익숙한 얼굴은 아니잖아. 불안불안한 신인 배우가 여럿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연기해 나가는 모습을 차츰 좋아해 준 것 같다.
드라마에서 지이는 술만 마시면 울다가 웃는 주사가 있던데, 임지연에게 특별한 술버릇이 있다면
나는 취하면 주로 자거나, 말이 없어지거나, 집에 가거나 셋 중 하나다. 술은 좋아하지만 몸이 잘 받아주지 않아서 자주 마시진 않는다. 다만 대학 다닐 땐 워낙 수업 과정이 힘드니까 밤새 술 마시다가 아침에 수업 가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술 마시는 횟수가 확 줄었다.
유명해지는 것만큼 평범한 여자로 사는 삶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스물다섯, 배우로 사는 일 외에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을 텐데
내 인생에서 연기 외에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진로를 결정한 이후부터는 연기와 관련된 일을 열심히 해왔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개인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 같다. 다만 대학 다닐 때 CC를 못해본 건 약간 한이 됐다. 한예종에 입학하면서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질 정도로 우리 학교는 커리큘럼이 빡빡하다. 학교 밖을 벗어날 시간이 없으니 그 안에서 연애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랄까. 그러니 다들 끼리끼리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데 나는 왜 그걸 못 해봤는지….
연예계는 오히려 더 폐쇄적인 곳 아닌가
맞다. 간혹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나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면 나처럼 남자 만날 기회가 많은 사람이 없다고 부러워하는데, 개인적으론 ‘빛 좋은 개살구’라고 평가하는 바다(웃음). 조심스러워서 연애가 더 어려워졌다.
연애관은 어떤가? 적당히 남자에게 기대는 타입 혹은 완전하게 독립적인 타입?
그런 것보다 애인과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일단 그런 사람을 찾는 일 자체가 어렵다. 연애 대상 외에도 친구, 선후배 사이 같은 다른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하는 이들을 만나고 평생 그 인연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위에 ‘내 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많나
늘 만나는 무리가 있다. 친구가 그리 많진 않다. 양보다 질이지(웃음). 거의 매일 만나는 친구도 있는데, 무려 다섯 살 때부터 친구였다. 임지연에 대해 모든 걸 꿰고 있다. 내 사람이 아니면 막 오지랖 넓게 챙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 꽤 의리 있는 여자다.
연기 공부만 했던 대학 이전의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오늘 지연이 학교 왔어?” 뭐 이런 얘기 듣는 아웃사이더? 당시 담임 선생님이 내가 예체능 지망이라서 분위기를 흐린다고 생각하셨다. 나도 수능을 봐야 하니까 공부를 하긴 했지만 목적은 연기니까, 대학 수능 시험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친구들과는 느낌이 달랐을 거다. 덕분에 학교 다닐 때 추억이 많지 않다. 단짝 친구들도 다 예체능 전공자였다.
밤에 놀러 다니는 일도 전혀 없었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 끝나면 무조건 늦게까지 연기입시학원 가서 연습하고 거의 자정이 다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단언컨대 공부만 하는 친구들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
삶의 1순위는 뭔가
사람을 만나든, 일을 하든 내가 즐겁고 행복한 것. 체력적으로 힘들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뿌듯함을 느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엔 너무 힘들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즐기면서 살고 싶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후회와 거리가 먼 사람인가
계획적인 것과 거리가 먼 사람, 부지런한 면도 부족한 사람이다! 예를 들어 운동도 즐거워야 한다. 계획적으로 이 운동을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할 거란 식의 접근은 죽어도 못한다. 하다가 힘들면 하지 말아야지, 스트레스 받고 하느니 즐기면서 하는 다른 걸 찾아서 하자는 게 내 삶의 지론이다.
최근 예비 스타들은 한 번씩 다 거쳐간다는 <섹션 TV 연예통신>의 새 안방마님으로 발탁됐다
내 입장에선 그 가운데 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성숙하고 노련했던 선배들과 달리 어린 내가 괜찮을까 걱정도 컸는데, 다행히 프로그램에서 먼저 통통 튀고 발랄한 나만의 느낌 그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MC는 연기하는 인물이 아니라, 임지연으로서 진행하는 거니까 나답게 잘해 보려 한다.
그렇다면 <엘르>를 통해 전하는 임지연의 ‘핫 라인’
9월에 영화 <키 오브 라이프> 촬영 들어간다. 쉴 틈이 없다. 딱 일주일밖에 준비 기간이 없어서 지금 내가 불만이 많다. 쉬면서 연구해 봐야지, 뭐 어쩌겠나.
Credit
- EDITOR 김나래
- PHOTOGRAPHER 김도원
- ART DESIGNER 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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