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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와 한예준, 관능의 법칙

서른한 살 고준희와 스무 살 한예준이 연인으로 오후를 보냈다. 삶의 관능을 이해하는 여유와 청춘의 모호함이 서로에게 조용히 스며들었다.

프로필 by ELLE 2015.05.18



고준희가 입은 스트라이프 톱은 Zadig & Voltaire, 그 위에 덧입은 슬립 드레스는 The Love Comes. 한예준이 입은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예준이 입은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준희가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는 Melt by Kud. 민소매 톱과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준희가 입은 민소매 니트 톱은 Donna Karan. 블랙 와이드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예준이 입은 니트 톱과 그레이 팬츠, 벨트는 모두 Prada.





고준희가 입은 보디수트와 벌키한 니트 소재의 아우터웨어는 모두 Bottega Veneta. 한예준이 입은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에스닉한 카프탄 셔츠는 Kimseoryong Homme. 데님 팬츠와 슈즈는 모두 Gucci.





한예준이 입은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고준희가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는 Melt by Kud. 톱과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준이 귀 빨개졌다!” 스태프들의 웃음소리에 소년처럼 얼굴을 붉힌 남자는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런 남자를 등 뒤에서 매끈한 다리로 감싸고 있는 여자는 배우 고준희다. 오는 6월 <나의 절친 악당들> 개봉을 기다리는 고준희는 영화 홍보에 앞서 예상 밖의 화보를 제안했다. 같은 회사에 소속된 신인 배우 한예준과의 커플 화보였다. “3년 전 예준이가 고등학생일 때 처음 만났어요. 회사의 동갑내기 매니저가 계약을 하려는 신인이 있는데 괜찮은지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애기였는데 이제 많이 컸죠(웃음).” 짧은 모델 활동을 거쳐 연기자로 변신한 한예준은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첫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그가 입은 체크무늬 코트는 다름 아닌 고준희의 소장품이었다. “신인이라 협찬이 잘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준희 누나가 오버사이즈로 입으려고 사둔 코트인데 제게 어울릴 것 같다고 빌려줬어요. 아름다운 선배님이 신경 쓰고 챙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언제 한번  둘이서’라고 기약했던 화보 촬영은 고준희가 고대하던 영화 개봉과 5월 한예준이 맞이할 성년의 날을 기념해 성사됐다. 농도 짙은 봄 햇살이 실내를 가득 채운 오후, 연인의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서른한 살 배우와 스무 살 신인. 서로에게서 자신의 어제와 미래를 엿보는 남녀의 나른한 동상이몽이 피어났다.


다 알아버린 고준희
<나의 절친 악당들>의 티저 포스터가 눈길을 확 끌더라. ‘예쁘지 않은’ 고준희의 모습도 신선하고 포토그래퍼 홍장현 실장님이 예쁜 척, 멋있는 척하지 말고 찍자고 하셨다. 류승범 오빠랑 나랑 둘이 너무 화보처럼 나올까 봐 걱정하시더라.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이 작품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렸다고 임상수 감독님과 꼭 작업해 보고 싶었고, 시나리오나 캐릭터도 정말 좋았다. 재작년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이래저래 촬영이 계속 늦춰졌다. 시기가 엇갈려서 혹시 이 영화를 놓치게 될까 봐 일부러 다른 작품에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다.
어떤 영화, 어떤 역할인지 궁금하다 내가 늘 하던 부잣집 딸은 아니다(웃음). 레커차를 모는 ‘나미’라는 여자인데, 승범 오빠가 연기한 ‘지누’와 함께 우연히 돈가방을 손에 넣으면서 사건에 휘말린다. 청춘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유쾌 통쾌한 영화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쾌감이 있었겠다 액션 신이 몇 개 있었는데, 처음 해보는 거라 다칠까 봐 겁이 좀 났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 내가 도전 정신이 강한 편이 아니라 처음에는 몸을 사리지만, 주변에서 부추기면 ‘어어’ 하면서 다 한다.
오늘 노출 있는 의상을 입고도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리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할 때는 확실히 하려고 한다. 오늘 같은 촬영에서 내가 쭈뼛쭈뼛하면 시간만 길어지고 좋은 컷도 안 나오니까. 내가 정신 바짝 차려서 잘해야 결과물도 좋고 스태프들도 편하다. 카메라 앞은 비교적 편안한데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건 아직도 꽤 힘들다. 시상식 같은 자리에 서면 심장이 빨리 뛰고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린다.
함께 출연한 류승범과의 호흡은 정말 좋았다. 워낙 연기도 잘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니까. 촬영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조언뿐 아니라 인생살이에 관한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다. 오빠가 현재 한국에 집이 없다. 파리 베이스로 살면서 이곳저곳 여행 다닌다고 하더라. 내게도 여행을 많이 하고 자연인으로 살라는 얘기를 해 줬다. 이번 작품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내게 감동이었다. 밤샘 촬영에도 다들 끝까지 집중하고 짜증 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3개월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영화 개봉 준비 외에 하고 있는 일들은 올해 대학교(경희대 연극영화과)에 재입학한 터라 매일 바쁘다. 연출 수업도 듣고 과제 때문에 봐야 하는 영화들도 있다. 일하다가 20대에 복학 시기를 놓치고 이제야 학교에 갔다. 제일 공부 잘할 것 같은 애한테 말을 걸었는데, 95년생이라더라. “나랑 열 살 차이 나네” 그랬더니 “언니 스물여섯 살인 줄 알았어요” 하더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하하.
나이 어린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가 보다 그래서 요새 기분이 좀 이상하다. 프로들과 일하던 내가 아마추어 친구들에게 자극받는 것 같다. 요즘 학교에서 연극제를 준비하고 있다. 스태프로 참여하겠다고 했더니 연출 담당 학생이 의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더라. 늘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다가 내가 직접 의상을 준비해야 하는 거다(웃음). 20대 청춘들과 함께 어울리니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똑똑하고 ‘끼’ 있는 친구들이 많더라.
고준희의 20대는 어땠는데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신인 때는 내가 가진 도시적인 이미지, 차가운 이미지가 싫었다. 청순한 여주인공이나 신데렐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 패션과 관련된 제안은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을까 봐 죄다 거절했다. 아직 나만의 캐릭터도 없으면서 혼자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았던 거다. 20대 중반까지 이 길이 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일하면서도 그리 재미있는 줄 몰랐는데, 스물여섯 무렵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운이 좋아서 대형 기획사에 캐스팅되고 좋은 작품들도 들어오는데 이미지 걱정하면서 망설이는 게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패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작품도 가리지 않고 했더니 오히려 시너지가 생기더라.
그래서 서른 살은 평화롭게 맞았나 아니, 굉장히 힘들었다. 스물아홉 살 12월 31일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서른 살 1월 1일부터 마음이 불안해졌다. ‘내가 뭘 해놨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이 많았던 스무 살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올해 초까지도 그랬는데, 4월에 접어드니 차분해졌다.
한예준에게 고준희가 좋은 선배이듯, 당신에게도 고마운 선배가 있었을까 첫 미니시리즈 <여우야 뭐하니>에 함께 출연했던 고현정 선배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자연스레 발산되는 그분의 에너지 자체가 좋았다. 당시 상대역이었던 손현주 선배님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너를 빛내주려고 이 작품을 하는 거다”라고 하셨는데, 선배의 한 마디가 신인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이 된다.
여배우의 삶은 어떤가 모든 직업이 그렇듯 힘든 점도 있다. 배우나 연예인도 직업일 뿐이지, 어디서나 공주 대접을 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까지 그렇게 생각 안 해도 여배우란 이유로 특혜를 받는 부분이 충분히 많은 걸. 그런데 솔직히 예준이 나이 때는 잘 모른다. 남이 칭찬하고 잘해주면 그런가 보다 하지, 인기가 물거품이란 생각을 하겠나.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됐다고 속상해 하던데 누군가 내 페북을 보고 고준희를 사칭한다고 신고해서 계정이 정지됐다(웃음). 내 사진은 몇 장 안 올리고 친구 요청이 오는 대로 다 수락해서 그런가 보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들이 사는 모습을 ‘눈팅’하는 게 재미있었는데, 갑자기 로그인이 안 되니 답답하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아예 잘 안 본다.
봄날을 보내는 솔직한 마음은 꽃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꽃은 사봤자 곧 시들고 쓰레기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집에 두고 싶더라. 어릴 때는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꿈에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유행에 그리 예민하지 않다. 옷 쇼핑보다 엄마랑 리빙 페어 가서 이것저것 둘러보는 게 더 재미있다. 학교에서 어린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즐겁고, 내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스무 살 때는 몰랐던 기분이다.


떨리기 시작한 한예준
<엘르> 패션 에디터들이 ‘아주 예쁘게 생긴 남자 모델’로 기억하더라 그때는 지금보다 때묻지 않았거든(웃음). 모델 일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지인의 소개로 시작해서 잠깐 했다. 그러다 배우가 매력적인 직업으로 느껴져서 선택하게 됐고.
<선암여고 탐정단>으로 데뷔한 소감은 신인들이 겪을 만한 감정을 다 겪은 것 같다. 힘들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첫 대사가 “조용히 해, 해치지 않아”였는데, 지금까지 친구들이 놀려 먹고 있다.
또래 여배우들이 많아 촬영장이 즐거웠을 듯하다 눈이 호강했다. 나이는 어려도 다들 나보다 선배라 옆에서 많이 배웠다.
좋아하는 것들 요즘 관심사는 연기랑 운동뿐이다. 중학교 때 처음 골프를 배웠는데 요새 다시 스크린골프에 빠졌다. 친구들 만나면 볼링 치러 가거나 여느 20대처럼 술도 좀 마시고.
올해 스무 살이 된 기분은 처음에는 신기하고 좋았는데 4개월쯤 지나니 무덤덤하다. 그냥 똑같다.
프로필상 특기가 영어다 중학교 때 미국과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다른 문화도 경험하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게 재미있긴 했는데, 다시 가라고 하면 안 갈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생활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사회에서 경험하는 인간 관계가 어렵진 않나 유학 생활 덕분인지 친화력은 좋은 편이다.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이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시더라. 연락을 주고받는 대부분의 지인이 형들이다. 나중에 군대 가면 잘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주변에 형들이 많다 보니 음악도 옛날 노래를 즐겨 듣는다. 좋아하는 가수가 김동률과 뱅크다.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유 모델 일을 할 때부터 좋아해 주던 분들이 있고,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생긴 팬들도 있다. 그분들과 사진으로나마 소통하고 싶다. 그런데 성격이 특이한 건지, 잘 나온 사진만 올리고 싶진 않더라. 웃긴 사진, 엽기적인 사진도 많이 올린다.
차기작으로 기대하는 역할은 스무 살다운 밝고 활발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역할. 평소의 나는 훨씬 까불까불하다. 무엇이든 도전해 보고 싶지만, 겁이 많은 편이라 공포물은 꺼려진다. 벌레만 봐도 고함지르며 도망가거든.
오늘 가장 떨렸던 순간 고준희 누나랑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했을 때.
연상과의 연애, 어떨까 이제 막 일을 시작해서 연애는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는데…. 준희 누나한테 그냥 사귀자고 할까(웃음)?


Credit

  • EDITOR 김아름 PHOTOGRAPHER 박자욱 STYLISTS 김봉법
  • 김지혜 HAIR 임철우
  • 이은실 MAKE UP 안나
  • 김지영 ASSISTANT 이지현 design 최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