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10 트렌드에 조용히 녹아든 90년대 코드

지난해 80년대의 리바이벌 러시를 겪은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2010년 트렌드로 90년대 무드를 예측했다. 그리고 2010 S/S컬렉션 주간, 런웨이에는 90년대 요소들이 다양하게 녹아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트렌드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 이 또한 90년대스럽다. 미니멀, 스포티즘, 란제리 룩 등 2010 트렌드에 조용히 녹아든 90년대 코드.

프로필 by ELLE 2010.03.02

Gentle Deconstruction
90년대 초 벨기에 출신의 앤 드멀미스터와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파리 패션계에 혜성같이 나타났다. 그들은 일부러 지저분하고 올이 풀린, 미완성에 가까운 옷으로 패션쇼라기보다는 전위 예술에 가까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해체주의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90년대를 거론하며 빼놓을 수 없는 해체주의가 이번 시즌 장식 요소로 리바이벌되었다. 단, 해체주의 중에서도 시접을 단순히 옷을 연결하는 요소라기보단 하나의 디테일로 보고 옷의 제작 과정을 노출시킨 기법만 차용한 탓에 점잖고 고급스럽다. 질 샌더, 프라다 등 90년대를 주름잡은 미니멀리스트들이 해체주의의 ‘미완성’의 미학을 선보이며 패션 피플의 뜨거운 갈채를 받은 것도 특징이다. 질 샌더의 라프 시몬스는 거친 천조각으로 장식한 옷과 시접 처리를 하지 않은 드레스, 포켓이 뜯어진 스커트 등으로 해체적이지만 동시에 모던하기도 한 컬렉션으로 호평받았고, 90년대 말 하우스 로고로 장식한 포코노 나일론 백으로 미니멀리스트 대열에 합류한 프라다는 헴라인의 가위질 흔적이 드러나는 나일론 쇼츠와 재킷을 내놓으며 시접 처리를 하지 않아 뜯어진 옷이야말로 이번 시즌의 ‘잇’ 아이템임을 예고했다.



Lingerie Ambition
장 폴 고티에는 평단의 명암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패션계의 악동가로 통한다. 1990년 마돈나가 블론드 앰비션(Blonde Ambition) 투어 때 입은 콘브라와 코르셋으로 기억되는 그는 브라, 뷔스티에, 가터 벨트 등을 이용한 란제리 룩으로 페티시즘을 추구한 디자이너. 그를 선두로 90년대는 센슈얼한 란제리 룩의 시대이기도 했다. 새로운 합성섬유 기술을 통해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직물과 마치 스킨 같은 누드 컬러의 얇은 직물이 등장하면서 패션 디자이너들이 인체와 옷의 경계가 모호한 에로티시즘에 열광했기 때문. 로맨티시즘에 집중한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들이 또 한번 란제리 룩으로 여성미를 재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란제리 룩이 도발적이었다면, 이번에는 80년대 파워우먼에 대한 반동으로 란제리가 소프트한 페미니티의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순백 러플로 장식한 베개 풍선으로 컬렉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안토니오 마라스는 이번 시즌의 란제리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디자이너. 그는 누드 보디슈트와 브리프 위에 가벼운 파스텔톤 레이스를 레이어드해 낭만적이고 걸리시한 로맨티시즘을 선사했다. 돌체 앤 가바나는 고급스러운 레이스 캐미솔 룩으로, 마크 제이콥스는 러블리한 파스텔 톤 새틴 브라로 우아하고 모던한 란제리 드레싱 코드를 제시하기도. 이제는 ‘Like a Virgin’의 마돈나로 상징되는 발칙한 란제리 룩이 아니라 파스텔 컬러, 레이스 소재, 프릴 디테일 등 걸리시한 낭만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사실!



Modern Minimalist 
80년대 패션의 과장된 무질서가 ‘모드’였다면, 이를 차분하게 제어한 미니멀리즘은 ‘미학’에 가깝다. 헬무트 랭, 캘빈 클라인, 질 샌더 등 미니멀리즘을 이끈 이들은 ‘단순함은 현대적 우아함의 정수’라는 확고한 패션 철학을 전파한 대표 주자들. 뉴욕의 캘빈 클라인과 도나 카란이 군더더기 없는 블랙 슈트와 심플한 저지 미니 드레스로 뉴욕 시크를 만들어냈다면, 미니멀리즘에 파카, 진 팬츠 등 캐주얼 아이템을 끌어들인 헬무트 랭은 랭이즘(Langism)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패션 철학가요 아티스트였다. 그리고 이번 시즌 이들의 모더니티가 셀린, 캘빈 클라인, YSL 등에 의해 다시금 급부상하고 있다. 90년대의 깔끔함에 로맨틱한 디테일과 컬러로 페미닌 무드를 더한 것이 특징. 셀린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피비 파일로는 차분한 어스(earth) 톤과 실루엣, 디테일을 최소화한 그야말로 ‘클린&드라이’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패션 월드의 기대에 부흥했다. YSL의 스테파노 필라티는 그간 보여온 르 스모킹과 블랙의 조합을 벗고, 화이트 컬러에 직선과 입체 재단을 엮어 심플하지만 드레시한 로맨틱 코드를 제시했으며, 캘빈 클라인은 에어리한 시스루와 크레이프 소재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통해 내추럴 미니멀리즘을 시도했다. 한편 오랫동안 패션계를 떠났던 90년대 미니멀 스타 질 샌더가 작년말 유니클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재등장해 셀링 파워를 과시한 것도 이번 시즌 미니멀리즘 트렌드의 주요한 시사점으로 볼 수 있을듯 하다.   



Sports Star
MTV를 비롯한 미국 드라마<비벌리 힐즈의 아이들> 등 아메리칸 컬쳐를 기반으로 한 90년대 패션은 아메리칸 스타일을 글로벌한 패션 스탠더드로 만들었다. 호기를 맞은 미국발 패션 레이블은 90년대 중반 토미 힐피거, 폴로 랄프 로렌, DKNY 등 세컨드 브랜드를 런칭하며 젊은 아메리칸 스타일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주력한 이지한 스포츠 웨어 스타일과 트레이닝 슈즈는 뉴요커들의 유니폼이라고 할 만큼 히트 아이템. 미국 야구복은 보디컨셔스한 드레스로, 테니스 룩은 발랄하고 럭셔리한 틴에이저 룩으로 재탄생했다. 벤쿠버 동계 올림픽,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안 게임까지 스포츠 이슈로 가득한 2010년, 패션 디자이너들은 90년대 무드의 ‘영’하고 모던한 스포티즘으로 축제의 장을 열었다. 알렉산더 왕, 에르메스의 장 폴 고티에가 대표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은 스웨트 셔츠, 트레이닝 쇼츠 베리에이션으로 발랄하고 시크한 관전 룩(?)의 교본을 제시했고, 장 폴 고티에는 세련된 폴로 셔츠와 시폰 카디건, 저지 드레스 등으로 럭셔리한 테니스 룩을 선보였다. 한편 캣워크를 캠핑 세트로 꾸민 디스퀘어드2의 딘과 댄 듀오는 네온 비키니부터 쇼킹 핑크 미니 스커트, 캐주얼한 후디, 옐로 아노락 등 경쾌한 컬러와 캐주얼 아이템으로 유쾌발랄한 스포티즘의 믹스매치 쇼를 선사했다.




* 자세한 내용은 애비뉴엘 2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홍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