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70년대 숙녀들의 완벽한 환생

히피의 황금기, 70년대 무드가 2015년 S/S 시즌 패션계를 강타했다. 어느 때보다 밝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21세기형 레트로 무드에 관한 리포트.

프로필 by ELLE 2015.02.17

 

“햇살이 비추도록 하세요(Let the sunshine in).” 60~70년대를 장악했던 밴드 핍스 디멘션(Fifth Dimension)의 노랫말이 뉴 시즌 컬렉션의 공식 테마 송인 양 울려 퍼졌다. 마치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70년대를 위한 찬가처럼! ‘팝’한 네온 페인팅이 그려진 블랙 라이트 포스터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프린트, 히피 무드의 프린지 룩, 밀리터리 스포츠 웨어와 데님에 이르기까지, 히피 문화와 개인주의 성향이 짙게 묻어나는 뉴 룩들이 메들리처럼 이어졌다. 파리 패션위크는 그야말로 페미니티의 향연이었다.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60년대 후반의 시대상을 무대로 끌어들인 칼 라거펠트는 워터 컬러 프린트, 스웨터 드레스와 실키한 사파리 룩 등으로 현실적인 페미니즘 룩을 선사했다. 절제된 유니폼 드레싱을 선보여온 피비 파일로마저 케이트 부시(고전문학을 찬양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히피의 아이콘)의 영향을 받은 대담한 톱 스티치와 빅 아웃포켓, 러프한 프린지 등을 활용한 모던 룩을 펼쳤다. 영화 <미지와의 조우> 속 우주 탐사를 연상시킨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두 번째 루이 비통 쇼는 또 어떤가. 컬러풀한 가죽, 사이키델릭 벨벳 프린트 등 럭셔리한 소재를 더한 스트리트 웨어를 입은 모델들은 70년대를 향한 노스탤지어와 미래적인 기운을 동시에 풍겼다.

 

한편, 바로크와 스패니시 무드의 정교한 레이스 코르셋과 실키한 브로케이드 프린트들이 지방시, 드리스 반 노튼 프라다 쇼에 오르며 레트로 무드에 힘을 실었고, 에트로와 에밀리오 푸치 역시 에스닉 드레스, 스웨이드 프린지 재킷 등 히피 룩의 아이코닉한 의상들을 총출동시켰다. 덕분에 밀란과 파리 패션위크의 무대는 흡사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기도! 이에 비해 뉴욕과 런던은 환상적인 프린트보단 실용성을 택한 듯했다. 데님과 테일러링의 강세가 이어진 런던과 달리 뉴욕 디자이너들은 유틸리티를 강조한 세퍼레이츠 룩을 대거 쏟아냈다. 패치워크 스웨이드 재킷과 팬츠를 선보인 데렉 램을 필두로 밀리터리 카키의 변형과 카보숑 장식으로 뉴 밀리터리 스포티즘을 이끈 마크 제이콥스, 몽환적인 크리스털 피시넷 소재에 펑크를 믹스한 로다테 그리고 프린지의 전성기를 쿨하게 재해석한 프로엔자 스쿨러까지, 천차만별 세퍼레이츠 룩들이 레트로 대열에 합류했다. 70년대를 향한 뜨거운 헌정 쇼를 펼친 뉴 시즌, 세계적인 불황과 반전 시위 등으로 어두웠던 시대를 하이 패션을 통해 재조명하는 목소리가 유독 반가운 이유는 당시 시대상과는 달리 밝고 웨어러블한 룩이 강세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패션계는 정겨운 온기로 충만하리라. 생 로랑의 캠페인 광고에 포크의 대모, 조니 미첼이 등장함으로써 그 옵티미즘의 기운이 더욱 명쾌해졌다. 그녀의 노랫말처럼 이번 시즌은 ‘우리 자신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되돌아가기에’ 가장 완벽한 시기임에 틀림 없다. 

 

 

 

Credit

  • writer Anne Slowey
  • editor 유리나
  • PHOTO IMAXtee.com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