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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이라는 발견

일찍이 단역을 전전하며 기회를 찾아왔던 에디 레드메인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배우 에디 레드메인의 새로운 발판이다.

프로필 by ELLE 2014.11.27

 

‘로맨스의 명가’라 불리는 워킹 타이틀의 신작 로맨스물 <사랑에 대한 모든 것>(12월 10일 개봉 예정)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그의 부인 제인에 관한 영화다. 루게릭 병으로 심각한 난관에 직면한 스티븐 호킹이 대단한 집중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그런 그의 곁을 지키는 제인 와일드의 헌신적인 사랑을 통해 나이테처럼 자라나는 사랑의 단면들을 수집해 낸다. 그리고 에디 레드메인은 천진난만한 표정과 강인한 내면으로 스티븐 호킹의 젊은 날을 재현한다. 에디 레드메인은 몇 편의 작품을 통해서 자신만의 것을 증명해 왔다. 연약한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드러낸 <세비지 그레이스>와 충동적인 일탈 끝에 깨닫게 된 성숙을 그린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젊은 혈기로 격동의 시대에 맞서는 <레미제라블> 속의 에디 레드메인은 섬세한 표현력과 강인한 인상을 갖춘 배우로서의 매력을 확실하게 인식시킨다. 어쩌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에디 레드메인의 모든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인장이자 새로운 표정의 발견이 될지도 모른다.

 

 

 

 

 

 

(위)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아래) 스티븐 호킹을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감상은 처음엔 스티븐 호킹에 관한 전기영화인 줄 알았다. 읽다 보니 지금까지 접한 어떤 이야기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묘사한다고 느꼈다. 정말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사랑뿐 아니라 사랑마다 경계선에 놓인 다양한 슬픔까지 묘사하고 있다.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독특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담긴 시나리오였다.

 

젊은 시절의 스티븐 호킹은 어떤 사람처럼 보였나 안락한 삶과 자기만족에 푹 빠져 있는 사람 같았다. 실제로 자신도 옥스퍼드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가기 전엔 아무 일도 안 했다고 말했다. 끔찍하게도 루게릭 병으로 2년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정신력으로 견디려 했고 실제로 해냈다니 대단할 따름이다.

 

스티븐 호킹 역을 소화하기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 일단 현재 런던 임페리얼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제자로부터 시공간에 대한 복잡한 내용들을 배웠다. “어릴 때 과학을 포기했으니까 여섯 살짜리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웃음). 한 전문의에겐 루게릭병과 운동 뉴런증에 대해 배웠다. 실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직접 만나고 집도 방문해서 투병 중의 감정적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일어나는 신체적 문제나 간병인과의 상호작용 등을 관찰했다. 정말 친절한 분들이었다. 마지막으론 스티븐 호킹, 제인 호킹 부부와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이해하고 영화에 담는 것도 중요했다.

 

몸무게도 많이 줄였다던데 내년에 개봉될 <주피터 어센딩> 촬영에 앞서서 워쇼스키 남매가 복근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몇 달간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닭고기만 먹으며 살았는데 복근이 생길 무렵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 사실 (복근을 드러내고) 바닷가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곧바로 바빠져서 정말 아쉽다(웃음). 어쨌든 스티븐 호킹이 돼야 하니 그 상태에서 7kg을 감량해야 해서 저녁 식사도 매번 걸렀다.

 

육체적 장애가 심해지는 과정은 어떻게 표현했나 시나리오엔 병세 악화를 단계적이면서도 넓은 범위로 그리는데 알면 알수록 더 정확히 알고 싶더라. 그래서 신마다 병세 악화 단계를 파악해서 어떤 근육이 어떻게 안 움직이는지, 목소리와 말투는 어떤 상태가 되는지 적어놓고 계속 참고했다. 서사대로 촬영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서 서로 다른 네 단계의 변화를 순서 없이 넘나들면서 근육을 썼다가 안 썼다가 해야 할 때도 있었으니까. <월드 워 Z>에서 좀비들의 움직임을 감독했던 안무가 알렉스 레이놀스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호킹 박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아이패드로 보면서 거울을 보고 표정을 연습했다.

 

스티븐 호킹은 영화를 보고 나서 뭐라고 하던가 그가 가장 만족시키기 힘든 비평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그를 만났는데 긴장하고 있는 내 앞에서 한참 동안 뭔가를 쓰더니, “보고 나서 내 생각을 말해 줄게요. 좋든 싫든 간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싫은 경우엔 너무 자세히 말해주실 필요 없어요”라고 말했다(웃음). 그런데 좋게 보셨나 보더라. 간호사가 박사님 눈물을 닦아줬다고 했다. 영화가 실제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했다. 영화를 본 뒤 제임스 마시 감독, 각본가 안토니 맥카튼과 함께 술집에 가서 티스푼으로 샴페인도 드셨단다. 감독님께 보낸 이메일로는 “영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더라.

 

토론토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됐을 때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자주 비교됐다 왜인지 안다. 둘 다 스티븐 호킹을 연기했으니까(베네딕트 컴버배치는 2004년 BBC TV 영화 <호킹>에서 스티븐 호킹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렇게 연관 짓는 게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촬영장에서 베네딕트의 이름을 발견했다. 스티븐 호킹이 살던 기숙사에서 촬영할 때 머리 옆에 있던 나무판자에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 박사 분장을 한 내 모습을 찍어서 베네딕트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사실 베네딕트와는 2008년에 <천일의 스캔들>을 찍으며 친해졌다. 그의 연기도 정말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나 어릴 땐 주말마다 연기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진 않았다. 우리 가족은 연기나 음악과 무관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뮤지컬을 즐겼다. 한번은 <레미제라블>을 봤는데 한 아역배우가 영웅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명 시절은 어땠나 20대 초반에 다른 무명 배우들과 함께 할리우드에 왔다. 한 달 정도 있었을 거다. 여럿이 함께 생활하면 주차도 싸게 할 수 있다. 가장 싼 렌터카를 빌려서 타고 다녔는데, 그걸 타고 파티에도 참석했다. 커다란 리무진만 오는 파티였는데 빨갛고 작은 고철 덩어리를 타고 갔었지.

 

자유 시간엔 주로 뭘 하나 대부분 연극이나 영화를 본다.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 연습을 할 때도 있다. 변덕스러운 취향을 가진 건 아니라서 결국 어릴 적에 배운 것들이 취미가 되더라. 피아노는 쇼팽과 모차르트 곡을 많이 친다.

 

 

 

Credit

  • editor 민용준
  • PHOTO COURTESY OF UNIVERSAL pictures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