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슈퍼주니어로 살아온 동해는 자신의 인생에 후회가 없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것은 최선을 다한 청춘, 지금 ‘이대로의 나’에 대한 긍정의 느낌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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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트 재킷과 셔츠, 넥타이는 모두 Thom Browne by 10 Corso Como Seoul.
 
 
 
 
 
 
클린한 느낌의 화이트 셔츠는 Vivienne Westwood. 팬츠는 Gucci.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린트 티셔츠는 Vivienne Westwood. 팬츠는 Solid Homme. 레이어링해서 연출한 펜던트 네크리스는 모두  Chrome Hearts.
 
 
 
 
 
 
블랙 수트는 Sandro Homme. 티셔츠는 Alexander Wang by 10 Corso Como Seoul. 옷핀은 Chrome Hearts.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제도 밤새 촬영했다지? 마니아 층이 두터운 드라마 <신의 퀴즈> 새로운 시즌에 엘리트 부검의 ‘한시우’ 역할로 합류했다 이전 시즌을 챙겨보진 못했지만 우연히 볼 때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메디컬 범죄 수사극을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서 대사가 입에 잘 안 붙는다. 졸레틸이 검출됐습니다, 어쩌고…. 그래서 쉬는 날에도 운전을 하든 운동을 하든 계속 중얼거리며 연습한다.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 <레디 액션 청춘>에도 출연했다. 스크린 데뷔작으로 비상업영화를 선택하다니 조금 의외다 예전부터 독립영화에 관심이 갔다. <신이 보낸 사람>을 연출한 김진무 감독님의 부인과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마침 감독님이 영화 준비 중인 걸 알게 됐고 대본을 받았다. 관객이 얼마나 들고 안 들고를 떠나 무조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좋은 경험이 됐나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한 장면을 위해 다함께 의견을 나누고 촬영을 반복해 가며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영화만 고집하는 배우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웃음). 드라마는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TV에서 내가 연기하는 모습이 나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실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이렇게 불러주는 자체가 신기하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국내에서 음악 방송 출연 말고는 다른 활동은 별로 하지 않았으니까.
 
무려 10년차 아이돌 슈퍼주니어인걸! 재기발랄하고 악동스러운 다른 멤버들에 비해 ‘바른생활 소년’ 같은 느낌이다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고, 원래 그런 편이다. 술도 좋아하지 않고, 클럽에서 노는 것도 나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예의 없이 구는 걸 싫어한다. 형들한테 깍듯이 하고 궂은 일은 먼저 하려는 게 몸에 배여 있다.
 
그런 자세나 마음가짐은 어디서 생전에 항상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어디서든 솔선수범하라고. 중학교 시절 SM에 연습생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 남들이 식사한 그릇을 혼자 치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특이 형(슈퍼주니어 이특)이 “너 누구야? 누가 시켜서 치우는 거야?”라고 물어봤다. “아버지한테 그렇게 배웠다”고 말했더니 형이 나를 예쁘게 보고 늘 데리고 다녔다.
 
치열한 연예계에서 손해볼 때도 있었을 텐데 물론 그럴 때도 있지. 특히 우리 팀은 멤버가 많지 않나. 13명 모두 예쁜 신발을 신을 수 없을 때, 스타일에 좀 더 욕심 있거나 강하게 어필하는 사람이 신게 되는 거다. 나도 멋있게 나오고 싶지만, 굳이 내가 신겠다고 고집부리기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편이다. 멤버들과 함께 인터뷰할 때는 말도 잘 안 한다. 워낙 말재주 좋은 멤버들이 많으니까.
 
잘생겨서 굳이 나설 필요 없었던 것 아닌가 에이, 아니다. 나뿐 아니라 멤버들 모두 그런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슈퍼주니어가 유지된 것 같다. 우리 멤버들은 누군가 얘기하면 들어줄 줄 아는 사람들이다.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면 속에 담아두기보다 먼저 얘기하고, 싸울 때는 확실히 싸우고 풀 때는 확실히 푼다. 다들 10대 시절부터 함께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진짜 형제 같다.
 
<꽃보다 할배>를 통해 박근형 씨와의 친분이 알려졌다. 대선배와 허물 없이 지내는 모습에 놀랐다 집에서 막내라서 그런지 어른들한테 애교를 잘 부리는 편이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박근형 선배님께 그저 진짜 할아버지 대하듯 했다. 얼마 전 생신에도 만났다(휴대폰으로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한 달에 한두 번은 함께 식사하고 얘기를 나누곤 한다.
 
“밥 한 끼 먹자”고 하면서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부득이하게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다 문득 ‘아, 내가 저번에 먼저 밥 먹자고 하고는 연락 안 했구나. 나는 말로만 하는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문자를 넣는다. 어릴 때는 친하지 않은 사람하고는 말을 잘 안 섞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해외를 많이 다니다 보니 그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외국에서는 남녀를 떠나 대화가 자연스럽지 않나.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나도 “티셔츠 예쁘네요.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어보잖아. 예전에는 혹시 오해받을까봐 그러지 못했는데, 막상 먼저 다가가니까 좋더라.
 
어떻게 다가가는데 음악 방송에서 신인 그룹을 만나면 내가 먼저 “무대 잘 봤어요, 우리 식사 한 번 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거다. 어릴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만일 스타가 되면, 남한테 먼저 인사하고 적어도 상대방의 이름은 외울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그래서 회사 연습생들을 보면 일부러 한 명 한 명 붙들고 이름을 물어본다. 내가 노래나 기타를 직접 가르쳐줄 순 없지만 “뭐하고 싶어?” 물어봐 주고 밥 한 끼 사줄 수 있는 거다. 사소한 일 같지만 선배가 그렇게 해주는 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나도 겪어봐서 아니까.
 
아이돌에서 마음 넉넉한 어른이 됐네 20대 초반까지는 스트레스 잘 받고 되게 다혈질이었다. 수 틀리면 침대도 때려부셨다(웃음). 그런데 한 번 참고 두 번 참고, 웃으면서 내가 먼저 사과하니까 대화가 잘 풀리더라. 그렇게 성격이 많이 변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도 있다. 나는 아버지가 우리 식구 다섯 명을 먹여 살리느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돌아가신 것 같거든. 돈은 없다가도 있기도 하는 거고, 이미 지나간 일은 굳이 머리 아프게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연기하면서도 아직 부담되는 신도 많고 제대로 못해서 속상할 때도 있는데, 속 시원히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심플하게 많이 바뀌었다.
 
시간 날 때는 뭘 하나? 술도 안 먹고 클럽도 안 간다며 음악 작업하고, 운동하고, 미술이나 인테리어 보러 다닌다. 또 사진 찍는 게 취미다. 지난겨울에는 사진 찍으러 혼자 뉴욕 여행도 다녀왔다. 뉴욕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
 
사진? 찍기보다 찍히는 데 익숙한 입장일 텐데 카메라를 갖고 놀다 보니 나만의 감성을 담은 사진을 찍고 싶어지더라.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어머니를 많이 찍어드리려 하고, 나중에 가정을 이루면 가족들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평소에도 선물할 때 사서 주는 것보다 정성을 들여 만들어주는 걸 좋아한다. 그게 더 로맨틱하잖아.
 
올봄 ‘동해&은혁’ 유닛 활동으로 일본 단독 투어까지 치렀다 총 22회 공연을 했는데 마지막 공연 때, 팬들한테 쓴 편지를 읽으며 많이 울었다. 콘서트 개인기 무대로 재미 삼아 곡을 만들었다가 정식 유닛으로 활동하고 일본에서 음반까지 내게 됐다. 사실 은혁이나 나나 슈퍼주니어에서 노래를 기차게 잘하는 멤버는 아니다. 팬들한테도 농담처럼 말한다. 솔직히 우리 ‘노래’ 들으러 온 건 아니지 않냐고. 퍼포먼스랑 토크, 둘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러 와주신 분들이다. 고맙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밖 슈퍼주니어의 인기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최초’라는 기록도 많고 상도 어마어마하게 받았다. 가는 곳마다 꽉꽉 채워주는 팬들이 있으니, 지쳤다가도 무대에 오르면 힘이 난다.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란! 엄청난 것들을 내 눈으로 보고 느꼈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 키가 좀 작은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웃음).
 
요즘 1세대 아이돌 선배들의 귀환을 바라보는 소감은 아, 눈물 나게 반갑다. 일본에 있을 때 지오디 선배님들의 컴백 소식을 듣고 SNS에 ‘돌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올렸다. 플라이투더스카이 형님들의 경우는 SM 선배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이번에 지인을 통해 휴대폰 번호를 얻어 문자로 인사를 드렸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시길 바라고, 친해질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현재 최고이든 아니든 자신들만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게 정말 멋있다.
 
동안이라 몰랐는데 어느덧 스물아홉 살이다. 누군가 20대에 꼭 해봐야 할 것을 묻는다면 ‘사랑’ 아닐까? 10대에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는 있지만, 20대 때는 정말 미치도록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파해 보는 것. 사랑을 주기고 하고 받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상처도 받아보고 치유하는 방법도 배우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 더 성숙해질 테니까.
 
의외의 답변이다. 아이돌에게 연애는 금기사항 중 하나일 텐데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사랑을 꿈꾸지 않나. 그리고 나는 정말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거든. 아내에게 로맨틱한 남편이 되고 자식에게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는 것.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기대된다.
 
지금 이 자리, 자신의 모습이 맘에 드나 ‘자뻑’처럼 들리겠지만, 아직까지는 나이에 맞게 잘 커가고 있는 것 같다. 나란 사람이 서른, 마흔에는 어떻게 될지 무척 기대된다. 현재 내가 대단해서 만족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 이대로 감사하고 과분하다는 뜻이다. 일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면,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지금도 피땀  흘리며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떠올린다. 스케줄이 바빠서 잠 못 자고 예민해질 때,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며 “이 정도밖에 안 되냐, 이걸로 무너지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몇 년 전 만났을 때, 마음속에 그리는 것은 하게 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것, 연기를 하고 싶었던 것 모두 하게 됐으니까. 일단 무언가 마음에 품으면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가까이 가야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그 과정 속의 실수나 창피함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연습생 시절, 강제규 감독님이 회사에 오셔서 모두 인사하는 자리가 생겼는데, 미리 독백을 준비해 갔다. 연기는 잘 못하지만 내가 언제 감독님을 만나겠느냐며 준비해 온 걸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렇게 용기 냈더니 스스로 뿌듯하더라.
 
그렇다면 지금 그리고 있는 꿈은 연기를 좀 더 많이 하고 싶다. 그리고 이건 단지 ‘생각’인데 방랑생활을 해보고 싶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타이타닉>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주인공이 스케치북 하나 들고 세상을 떠돌아 다니잖아.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영화니까 멋있어 보이는 거지. 스타가 늘 행복해 보이는 것처럼 그런가? 내 인생은 연예활동 밖에 없다. 후회는 없지만 가끔 아쉽다. 그래서 앞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더 많이 치이고 아파봤으면 좋겠다. 우리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래야 나중에 다른 이와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많은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 테니까.
 
 
 
Credit
- editor 김아름 stylists 정윤기
- 권혜미 photo 김영준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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