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불, 누군가에겐 꽃
올해도 어김없이 한강에서 불꽃 축제가 열렸다. 한강이 가까운 용산구 해방촌에 사는 나는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행사다. 이 시기가 되면 한강 변에 자리 잡으려는 인파도 많지만, 언덕에 있는 해방촌 맛집에 들렀다가 거리에서 혹은 루프톱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도 꽤 많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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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는 나에게도 늘 추억이 담긴 행사였다. 부산 해운대에 살던 시절, 친척들이 오면 으레 하던 것이기도 하고, 일본에서 유학할 때는 여름내내 불꽃놀이 행사가 전역에서 열리고 그 행사장을 기준으로 축제 거리가 선다. 불꽃놀이 팸플릿에는 언제나 불꽃 발수가 크게 적힌다. 어디는 2만 발, 어디는 8000발. “8000발 이하로는 가는 게 아니야”라는 친구들의 팁을 들은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 집에 반려견 김정원이 들어왔다. 반려견이 온다는 건 반려견 보호자의 자아가 함께 오는 것이다. 우리가 동네를 누비면 거리에는 늘 여섯 개의 발자국이 찍힌다. 집 안을 제외하고 보면 정원이의 동선은 내 동선과 거의 일치한다. 독자적 은행 계좌도 없고, 혼자 편의점에 갈 수 없는 존재와 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동행보다 일종의 ‘합체’에 가깝다. 그러면서 자연히 반려견과 합체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반려견과 합체된 우리 커뮤니티에서 불꽃 축제 기간은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즌 중 하나다. 갑자기 터진 불꽃 소리는 청각이 예민한 반려견을 놀라게 한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49~52%의 반려견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견이 불꽃 소음을 무서워한다고 응답했고, 실제로 이때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하고 심한 경우 패닉에 빠져 어딘가로 튀어나가는 바람에 유실되는 경우도 많다. 경쟁적으로 불꽃 발수를 늘리고 불꽃이 터지는 시간을 지속하는 분위기에서 한번 들은 폭발음은 점점 길고 잦게 이어져 패닉 상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꽃이 터지는 동안 반려견이 많이 살기로 소문난 동네 길가에는 강아지들이 오가는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모두 집 안에서 공포를 견디고 있을 테다. 다행히 김정원은 불꽃 소리에 민감하지 않지만 혹시 모를 걱정에 불꽃 소리가 시작되면 산책을 얼른 마무리한다.
집에 들어와 몸을 쓰다듬고 간식을 주면서 달랠 수 있는 반려견의 삶은 그나마 낫다. 길고양이를 비롯한 많은 동물은 그런 케어를 받을 수 없고, 새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불꽃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로 폭발음이나 불꽃 소리에 놀라 갑자기 특정 방향으로 날아오르다가 건물이나 구조물에 충돌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실제로 불꽃 축제 이후 새들이 집단 폐사 상태로 발견되는 것은 지구 여기저기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집에서 김정원을 쓰다듬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올여름 일본 도쿄 스미다가와 불꽃 축제에 다녀왔다.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본계 다문화 가정인 한 친구에게는 1년에 한 번 어머니의 나라로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와 일본 문화를 접하게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지점인데, 초등학생인 그 친구의 아이들이 도쿄 스미다가와 불꽃 축제와 그때 열리는 포장마차 행렬을 꼭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일본에 올 때마다 만나러 가는 나도 흔쾌히 동행했다. 낭만과 풍습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과 동물에 해악을 끼치는 불꽃놀이를 권장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엄마의 나라를 마음에 품어주길 바라는 친구의 마음과 일본계 프랑스인 당사자로서 아이들이 품은 환상이 나의 그것보다 우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꽃은 아름다웠고,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불꽃 축제의 해악에 대해 말해 주는 게 좋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엄마의 몫일 뿐 엄마의 부탁을 받고 따라나선 이모의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만뒀다. 그저 아름다운 불꽃을 바라보면서 이 동네 길고양이와 새들이 안전하게 몸을 숨기길 바랐다.
서울과 도쿄의 뜨거운 여름이 지나갈 즈음, 다시 한강에서 불꽃이 쏘아져 올랐다. 나는 여전히 이 선선한 계절을 좋아하고, 여전히 누군가의 인생에는 저 불꽃이 영원히 반짝이리라는 것도, 그것이 실제로 아름답다는 것도 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을 볼 때마다 그 아래 숨죽인 존재들의 목록이 하나씩 늘어날 것이다. 반려견, 길고양이, 이름 모를 새들. 당신이 마지막으로 올려다본 불꽃 아래에는 몇 개의 심장이 함께 뛰고, 또 멈췄을까.
Writer
전혜진
세상은 ‘덕후’들이 만듭니다. 과몰입 전문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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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전혜진
- 글 곽민지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