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문과생의 바이브코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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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자친구들에게 끌로드 코드로 하는 바이브코딩을 알려줬다. 바이브코딩이란 코드를 직접 짜는 대신, AI에게 내가 원하는 걸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써주는 코딩 방식이다. 자연어로 내가 원하는 걸 말하면 뚝딱 결과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고, 한창 불고 있는 AI 열풍을 주도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일터나 일상에서 재밌게 쓰고 있어서 친구들도 쓰면 좋겠다 싶었다.


함께한 두 사람은 각자의 일을 오래, 잘해온 사람들이다. 한 명은 글 쓰는 작가이고, 한 명은 몸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다. 내가 먼저 이 도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금 내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 사용하다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러고 나서 각자 만들고 싶었던 걸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코딩 과외를 해줬다고 해서 내가 개발자인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뼈문과생이다. ‘AI가 당신의 직업을 위협한다’는 얘기가 한창이었던 지난여름, 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이것이 대체 뭔가 싶어서 찾아간 바이브코딩 워크숍에서 처음 이 세계를 알게 됐다. 내가 가장 편안해하는 한국어 문장으로 필요한 걸 요청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점점 편해졌다. 필요한 웹사이트 시안을 만들어 파트너사 미팅에 가져간 덕분에 미팅이 원활하게 진행됐고, 나에게 딱 맞는 기록 도구가 없어서 흩어져 있던 공연 감상을 직접 만든 도구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친구 생일에는 생일 축하 사이트를 만들어 선물했고, 우리 가족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도 만들었다. 기획안을 한 글자 한 글자 쓰고, 그걸 가지고 기술 전문가가 뭔가를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던 내 세계도, 이 도구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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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없었던 것이 생기는 차원을 넘어선다. 앞서 말했지만 내게 필요한 대부분을 누군가에게 요청하고 전문가가 해주길 기다리는 방식으로 일과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걸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한 관점과 내가 가진 질문을 바꾼다. 좀 더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나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뭘까’라는 질문을 넘어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비단 일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수많은 순간에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 모두의 경우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일어난 이런 변화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바이브코딩을 해보길 권유하고, 기회가 되면 가르쳐 주기도 한다.


AI나 기술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AI경진대회나 해커톤 결과를 봐도 상위권에 여성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술은 내 영역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 건 아닐까 싶다. 1년 전의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초반의 진입 장벽만 잘 넘으면 누구나 잘 사용할 수 있는 도구다. 업무 단계를 잘라서 생각하고, 그걸 최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요청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은 어쩌면 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일상에서도 여성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똑 부러지게 해결해 나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무서워 말고, 모두 해봤으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친구들과 한 바이브코딩 워크숍은 어떻게 끝났냐고?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사용법을 살짝 알려줬더니 두 친구는 주말 내내 바이브코딩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기쁜지! AI 도구를 써서 기쁜 건 아니다(내가 해당 회사의 대표도 아니고!). 다만 도구를 가지면 해낼 수 있는 일이 몇 배로 많아질 여성들이 이 도구를 갖게 돼서 기쁠 따름이다. 해보고, 만들고, 또다시 해 보는 여성이 많아진다면 더 기쁠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함께하면서 기술 발전이 불러오는 막연한 불안을 즐거움과 자신감으로 바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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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카카오 임팩트 매니저이자 프로N잡러. 책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를 펴냈고,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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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전혜진
  • 글 홍진아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