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포티의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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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됐다. 1985년 12월생이지만, 지난해의 나는 이미 ‘마흔 마흔’ 하고 다녔으나, 이제는 만 나이로도 연 나이로도 마흔. 지난해에 내가 마흔이라고 외칠 때 한국 나이로 마흔이면 마흔이 아니라는 사람도 많았지만, 한국인이 언제부터 만 나이를 썼냐며 기어코 ‘마흔 살’을 강조했다. 한 살 어려지는 데 연연하기 싫었고, 만 나이가 잘 와닿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은 ‘만 나이’라는 말 대신 전 대통령 이름을 붙여 ‘윤석열 나이’라고도 불렀기 때문에 더더욱 내 삶에 붙이고 싶지 않았다. 직업 특성상 주변에 비혼 여성이 많다. 언니들은 마흔이 서른보다 즐겁다 했고, 나도 ‘지난해의 나’가 그랬다고 생각한다. 숏폼 콘텐츠에서 말하는 나이 먹고 겪는 우울증 같은 것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임팩트 없는 마흔 살을 맞이하고, 세계 어딜 가도 40대가 되는 올해를 맞았다. 그리고 4월을 앞둔 지금, 나는 마흔 살을 정통으로 맞았다.


소방광, 방광이 작아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친구들. 그에 비해 맥주광인 나는 ‘맥주방광’이기도 하다. 500cc 잔을 여러 번 비우면서도 토크가 재미있으면 언제든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친구들은 내 대방광을 부러워했고, 나는 영원히 소방광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방광이 너무 신기한 나머지 내가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비혼세>에 소방광 친구들을 초대해 사연을 나눌 정도였다. 그러나 찐 마흔 살이 된 올해 초부터 화장실로 돌진하는 일이 잦아졌고, 기침을 하면 갑자기 새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용산구 대방광인 내가?


화장실 가는 일이 잦아졌음은 물론이고, 작은 일을 봐야 할 신호가 오면 긴박해졌다. 40대 방광으로 검색하면 50~60대 요실금 관련 게시물이 등장했다. ‘급방광’이 되는 40대 이야기가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그래서 주변 언니들에게 황급히 질문했더니 출산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도 흔한 사례라 했다. 심하면 수술까지 가능하다며 실비보험 혜택을 알려주는 언니도 있었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은 요도 길이가 짧은 데다 괄약근도 약하단다. 괄약근이라는 말에 놀라 찾아보니 괄약근은 항문뿐 아니라 신체 기관의 통로를 여닫는 근육의 통칭이었다. 노화로 인해 괄약근이 약해지면 요의를 더 많이 느낀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것은 자주 사레가 들리는 시기와 맞물렸다. 기도와 식도 사이의 근육을 여닫는 근력이 약해지면 더 자주 사레가 들리는데, 이것도 노화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2026년 1월부터 겪기 시작했으므로 정확히 만 나이 사십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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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노인 질환이나 50~60대 질환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노인 질환이라는 말에 주눅이 들었다. 좀 더 파고들면 40대에도 많이 발생한다는 해외 기사나 논문을 찾을 수 있지만,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내친김에 ‘40대 여성’으로 검색해 보니 맞선이나 헤어스타일, 코디 등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 역시 40대에 들어서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이었다. 푸석해지는 모발과 피부 트러블 대처법, 마흔을 넘기면 받기 시작해야 하는 시술…. 옷차림은 너무 올드해 보여도 안 되지만 20대부터 입던 옷을 계속 입으면 영 포티 소리를 듣는다는 세세한 지적까지. 정작 40대 여성이 맞닥뜨리는 생리적 문제는 검색 결과에서 여러 페이지를 넘어간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마흔이 불혹이라지만, 마흔을 맞은 여성에게는 세상에 미혹될 일투성이다. 대상화되는 여성의 형상도 지키라 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시술을 위해 돈을 쓰도록 요구받는 사이에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리적 변화는 배우지 못한 채 ‘혹하지 않는 나이’가 됐다. 내가 묻기 전에는 이 비밀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마흔도 즐거우니 겁먹지 말라는 말만 해준 언니들 역시 나이 드는 여성에게 세상이 던지는 비관에 참여하기 싫었을 수도 있고, 내가 느낀 수치심을 이미 느낀 후여서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내 소중한 언니들을 원망하는 대신, 이 페이지를 읽고 있을 ‘아직 포티’ 동료들에게 사명감을 갖고 전한다. 처지는 가슴보다 쉽게 방심할 수 있는 요도 괄약근에 주의하자. 당신의 방광이 작아진 기분이 들고, 사레가 들리는 일이 늘어나고, 먹고 누우면 역류성 식도염이 올 것이며, 사시가 있는 경우 비틀림이 심해질 것이다. 그것은 처지는 가슴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케겔 운동부터 시술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놀라지 마시라. 월드 와이드 마흔이 되고 나서야 1분기를 넘기고 4월을 맞이하면서 이제야 ‘찐 포티’의 진실과 마주했다.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슬슬 화장실 갈 때가 돼서 이만 쓴다. 버텨라, 괄약근! 강해져라, 찐 포티!



곽민지

다양한 비혼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예능 팟캐스트 <비혼세> 진행자이자 출판 레이블 ‘아말페’ 대표. 여성의 몸과 사랑, 관계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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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지

다양한 비혼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예능 팟캐스트 〈비혼세〉 진행자이자 출판 레이블 ‘아말페’ 대표. 〈걸어서 환장 속으로〉 〈난 슬플 땐 봉춤을 춰〉를 썼다. 여성의 몸과 사랑, 관계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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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전혜진
  • 글 곽민지
  • 사진 unsplash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