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0곳 중 6곳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처음부터 찬물을 뿌려서 미안하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올해 내가 창업한 ‘프로젝트퀘스천’이 3년을 맞았다. 프로젝트퀘스천은 사회에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자신의 관점을 지닌 콘텐츠 창작자가 저렴한 가격의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3년 차에 돌입하며 프로젝트퀘스천은 피봇(Pivot : 원래의 비전은 유지하되 경영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개념)을 결정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운영하던 서비스를 접고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피봇 결정은 지금까지의 시간과 돈, 고민이라는 매몰비용 이상의 일이었다. 피봇 이후에도 남을 사람과 떠날 사람이 누구인지 의사를 취합해야 했으며, 당장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자금도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프로젝트퀘스천 초기 팀원들은 각자의 길로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시드 자금도 바닥났다. 2022년 연초가 됐을 때,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몇 년을 동고동락한 팀원들이 떠난 고독보다 빈 통장 잔고보다 견딜 수 없었던 건 내가 세운 가설이 틀렸다는 것, 나의 첫 사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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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자기만 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언제나 찾아온다 했던가. 혼자가 된 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의 시드 자금을 구하고자 틈틈이 지원사업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던 차에 여성 창업가를 위한 커뮤니티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여성 소셜 벤처 창업가들의 모임을 통해 현업의 고민을 나누며 함께 성장한다는 목적을 지닌 커뮤니티였다. 나는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내가 가진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이 같은 커뮤니티의 취지보다 ‘협력’에 쓰여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그 중 ‘까르띠에’라는 네 글자가 반짝반짝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막상 참여한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연령과 사회문제를 가진 여성 창업가들이 모여 있었다. 이제 막 창업한 사람도 있었고 투자받고 성장 중인 기업도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나누지 않은 사업 고충을 낯선 이들과 나누는 경험은 생경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모임에서 동일한 고민과 경험을 가진 이들로부터 공감받고 진지한 조언을 얻는 시간은 외로웠던 창업가에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됐다. 또 자신의 소셜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솔루션을 찾고 실험하고 깨지며 결국 저마다 결과를 이끌어내는 그녀들의 오늘이 눈부셨다. 네트워크 참여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품고 있는 여성 창업가들과 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며 발전한다는 의미를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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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벤처를 창업하는 일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굽은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참으로 곧은 길은 오히려 굽어 보인다 사마천도 말했다. 그것도 무려 〈사기〉에서! 지금의 나의 굽은 길이 알고 보면 진짜 곧은 길이었음을 회고할 때가 오길 바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든 소셜 창업가들의 오늘을 응원한다
Writer 최은원
소셜 벤처 프로젝트퀘스천 대표. 새로운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일을 돕고 있다.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오퍼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