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레이디를 위해 거듭난 핑크 컬러의 대변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큐트하고 유치하면서 사랑받고 싶어 안달난 공주병 컬러라는 오명을 이번 시즌에는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쿨한 시티 레이디를 위해 거듭난 핑크 컬러의 대변신. :: 니나리치,펜디,버버리 프로섬,RMK,에트로 비쥬,반클리프앤 아펠,바비 브라운,매력적인,여성스런,유쾌한,봄,뉴시즌,패션,뷰티,엘르,엣진,elle.co.kr :: | :: 니나리치,펜디,버버리 프로섬,RMK,에트로 비쥬

1 곡선의 미학이 느껴지는 페일 핑크 컬러의 부티. 가격 미정, 니나리치.2 밸런타인데이 시즌을 겨냥한 클러치백, 가격 미정, 펜디.3 지퍼 디테일로 러플을 연출한 파스텔 핑크의 티셔츠. 가격 미정, 버버리 프로섬.4 스프링 모던 치크, 2호 핑크 코랄. 가격 미정, RMK5 페이즐리 프린트의 귀고리. 가격 미정, 에트로 비쥬.핑크가 트렌드 컬러로 제시됐다. 영원할 것 같던 블랙도 봄을 맞았으니 이번 시즌만큼은 선심을 베푼 것 같다.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한다. 왜 하고 많은 컬러 중에 디자이너들은 핑크를 선택했을까.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 이렇게 멋진 컬러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대개 ‘핑크’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무조건적으로 핑크를 찬양하는 핑크 맹신 교도들과 손가락을 부르르 떨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며 무조건적으로 싫어하는 완강파로. 에디터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가깝고 패션 필드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쪽에 속한다고 봐도 좋다. 그 이유는 핑크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핑크 마니아로 소문난 패리스 힐튼이 오버랩되면서 예쁘지 않은데 귀여워 보이고 싶어서 안달난 여성처럼 보이는 이미지 말이다. 영화 의 마릴린 먼로 또한 핑크를 대표하는 여성이다. 핑크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노래 부르는 장면은 마릴린 먼로니까 용서가 될 뿐, 왠지 남자와 돈만 밝히는 속물처럼 보인다. 헬로 키티나 바비 인형과도 일촌관계를 맺고 있는 핑크는 빵꾸똥꾸를 외치는 해리와는 어울리지만 정치와 경제를 논하는 성숙한 30대 여성에게는 금기의 컬러처럼 보인다. 의 여자주인공이 깨부수고 안달났던 것처럼 마냥 해맑아 보이는 백치 이미지는 에지와 시크를 은장도처럼 지키는 패션 순결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생각될 정도다. 혹 핑크 컬러를 좋아한다고 겁없이 답하는 여성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정말 좋아해?’하고 되묻게 된다. 이 질문에는 ‘네가 그저 그렇고 그런 보통 여성인 줄은 몰랐어 혹은 네가 정말로 핑크 컬러가 어울린다고 생각해?’라는 실망감이 섞여 있다. 이토록 많고 많은 색상 중에 핑크만큼 편견 덩어리로 똘똘 뭉친 컬러도 없을 것이다. 뷰티에서는 딸기우유 핑크라는 유치찬란한 이름의 립스틱과 동안을 위한 최고의 기술이라며 핑크 블러셔가 상종가를 치고 있지만 유독 패션에서만큼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사실 알고 보면 유방암 방지 캠페인에 앞장 서는 핑크 캠페인이나 여성들을 위한 핑크 영화제 등 여성을 대변하는 컬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여성소비자의 심리를 꿰뚫고 있을 게 분명한 영리한 디자이너들은 그래서인지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헬로키티의 유아기적인 컬러만 제외한 것이다. 핑크가 맞긴 한데, 그 언저리에 있거나 다른 컬러와 믹스한 듯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려면 ‘파스텔컬러야 혹은 파리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컬러야’라고 길고 긴 부연 설명을 필요로 하도록 말이다. 1 찬란한 핑크빛의 뻬딸랑뜨 네크리스. 가격 미정, 반클리프앤 아펠.2 블러쉬 ‘페일 핑크’ 3만5천원, 바비 브라운.3 쉬머 워시 아이섀도 ‘에그플랜트’. 3만2천원, 바비 브라운.4 핫핑크 컬러의 러버워치.가격 미정,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5 미스틱 치크 이호 핑크. 5만8천원, RMK6 눈부터 달콤해지는 팝핑크 컬러의 원피스. 가격 미정, 펜디.핑크 컬러 맞나요?예전 디자이너들은 핑크 컬러에 대한 정의가 확실했다.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에스까다와 에밀리오 푸치, 웅가로 등은 보기에도 호화스러워 보이는 핑크가 맞았다. 그 뒤 핑크의 명맥을 이었던 영국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슨 또한 시퀸과 자수를 활용해 럭스 히피를 전개했고 동양인은 감히 범접하지 못할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이미지화하는 데 핑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디자이너 베이비 팻과 벳시 존슨, 소니아 리키엘 또한 핑크를 활용했지만 자신만의 기호와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을 뿐, 행복한 이미지의 핑크로 일관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핑크 컬러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발렌티노와 빅터 앤 롤프 컬렉션에서 사용한 미묘한 느낌의 핑크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섹시하면서도 시크한 컬러라고 자부했던 누드 베이지를 제압하는 누드 핑크가 등장한 것. 사람의 피부색과 더 밀접해 보이는 누드 핑크는 피치와 코럴, 베이지를 넘나들며 신비한 매력을 발산한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알 듯 모를 듯 아사모사한 색감은 여러 겹의 시폰 자락들이 이루는 곡선과 함께 모델들의 보디 위에서 섬세하게 부서졌다. 쇼맨십에 집중하던 빅터 앤 롤프도 러플 장식을 장기로 누드 핑크 톤부터 누드 퍼플까지 오르락거리며 오랜만에 옷에 신경 쓴 컬렉션을 펼쳤다. 그나마 유일하게 확실히 정의내릴 수 있는 베이비 핑크는 쿠튀르적인 디테일로 탄생한 플라워 슈즈에 안착해 미처 지적도 하기 전에 룩을 마무리해버린다. 그중 가장 핑크스러운 컬렉션을 찾자면 블루마린이다. 여기에서도 핑크가 맞긴 한데…로 시작한다. 염색 기법을 적용해 핑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렌지, 옐로가 뒤섞여 있다. 덕분인지 장미꽃을 무대에 뿌리던 고루한 중년은 사라지고 리오데자네이루로 향하는 열정적인 젯셋족이 등장한다. 윤기 나는 태닝 피부에 골드 컬러의 웨지힐, 스컬 모티프의 반지까지 매치한 모습을 보자니, 당장 블루마린 의상을 트렁크에 챙겨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핑크에 가까운 부류로 묶이는 모스키노 칩 앤 시크는 피치 컬러와 맞닿아 있고, DKNY 컬렉션은 무채색을 믹스한 것처럼 방방뜨기보다는 굉장히 안정돼 있다. 페미닌한 무드를 잊지 않은 본연의 핑크 컬러도 발견된다. 단, 시원한 광택을 덧입은 버버리 프로섬이나 반투명한 소재감을 사용한 저스트 카발리에서 제시한 것처럼 이전과는 다르다. 로맨틱한 것은 분명한데 걸쭉한 화이트 페인트를 섞은 게 아니라 파스텔 컬러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다가온다. ‘핑크가 확실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리미푸 컬렉션에서다. 블랙 앤 화이트 룩으로 일관되는 보여주는 리미푸 컬렉션은 캣워크의 바닥을 핫핑크로 칠해 핑크의 대세에 참여하는 센스를 보여줬다.됐고, 나도 핑크 입겠어설마 이자벨 마랑까지 핑크 바지와 원피스를 내놓을 줄은 몰랐다. 다이애나 왕세자 빈이 수줍게 즐겨입던 핑크 원피스는 이자벨 마랑 컬렉션에서는 섹시한 여전사의 히피 의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터프한 블랙 부츠와 귀에서 달랑거리는 핑크 깃털 귀고리는 즐거운 하모니를 이뤘다. 그 중 가장 찰떡궁합은 그레이나 카키와 같은 칙칙한 컬러와의 매치다. 핫핑크 팬츠는 그레이 컬러의 티셔츠와 재킷과 매치돼 세련되게 룩을 마무리하는 요소로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이 조합은 DKNY 컬렉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뻔하게 느껴지는 DKNY 시티 룩은 신기하게도 핑크를 더하자 생기를 찾았다. 블랙 컬러의 반바지 수트, 여기에 반바지 아래로 살짝 레이어드된 핑크 반바지는 새로웠다. 핑크 컬러의 원피스와 블랙 반바지와의 레이어드도 마찬가지. 그레이 컬러에 마구 그려진 핑크 컬러의 낙서 같은 꽃 프린트마저도 시티 걸들을 유혹할 것이 분명했다. 만약 핑크의 사랑스러운 무드를 찾는다면 모스키노 칩 앤 시크 컬렉션이 적당하다. 원피스처럼 활용한 박시한 티셔츠, 한쪽 어깨를 드러내는 비대칭적인 원피스, 블랙 재킷과 매치한 핑크 펌프킨 팬츠 등 패션적인 요소를 가미해 롤리타적이면서도 동시에 섹시한 무드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적당히 품위를 간직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역시 스텔라 맥카트니다. 누드 톤에 가까운 핑크 컬러의 레이스 톱과 베이지 컬러의 배기 팬츠와의 조합에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핑크 컬러의 톤 온 톤 매치는 타미 힐피거 컬렉션도 시도했다. 면 소재의 슬리브리스와 새틴 팬츠를 입거나, 터프해 보이는 아노락을 핑크 컬러로도 제작했다. 여기에 간간히 쓰인 타미 힐피거의 시그너처 컬러인 네이비 컬러는 핑크의 지원에 덧입어 더욱 돋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오버스러운 핑크 룩도 간간히 보인다. 폴 스미스처럼 팝 핑크 팬츠 수트나 소니아 리키엘처럼 진달래핑크 스커트 수트는 시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보는 내내 유쾌한 기분이 든다. 이게 핑크의 효과란 것인가. 핑크 컬러를 계속 보고 있자니 따뜻한 봄기운이 몰려온다. 같은 여성의 컬러였던 레드와는 다른, 부드러우면서도 긍정적인 느낌이랄까? 지난 시즌까지 우세했던 블랙 일색의 뾰족하고 날카로웠던 발맹이나 크리스토퍼 케인을 입은 파워풀한 여성을 한 풀 꺾기 위한 핑크의 시도는 성공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