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드러나지 않는 영혼의 색채, 루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작년 여름 니가타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영화 <보트>를 찍는 현장에 놀러 가고 싶은 나머지 여름휴가를 던졌고, 무작정 떠났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니가타의 고즈넉한 일상을 즐겼다. 김영남 감독이 하정우와 영화를 촬영하지 않는 날, 난 혼자서 미술관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 엘르,루오,미술,문화,예술의전당,관람,데이트,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엘르,루오,미술,문화,예술의전당

작년 여름 니가타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영화 를 찍는 현장에 놀러 가고 싶은 나머지 여름휴가를 던졌고, 무작정 떠났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니가타의 고즈넉한 일상을 즐겼다. 김영남 감독이 하정우와 영화를 촬영하지 않는 날, 난 혼자서 미술관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거기서 우연히 ‘Rouault, Matisse Correspondences’라는 전시를 발견했다. 무심코 전시 제목만 보고는 일치나 조화라는 의미를 떠올렸으나, 전시장을 들어가 보니 그들의 ‘서신 왕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루오의 그림에 익숙했지만, 2인전이니 어딘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루오와 마티스의 그림을 모아 놓은 전시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정답부터 가르쳐 드리자면, 이들은 절친한 친구였다. 그들은 1892년부터 구스타브 모로 아틀리에에서 같이 공부했다. 스승 모로 밑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으며, 3년 후 루오가 떠나면서 이들은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서로의 우정은 변치 않아서 평생 동안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대담하게 원색을 사용하면서 야수파의 대가가 되었던 마티스와 비교하면 루오의 스타일은 확연하게 다르나, 색상이나 주제에 있어서는 많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오랫동안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심자들이 두 대가의 유사한 작품을 직접 비교해서 보지 않는다면 마티스와 루오의 관계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조르주 루오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니가타가 아니라 파리의 퐁피두센터였다. 루오의 특별전을 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현대 회화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을 빠르게 스치면서 지나갔다. 그림의 윤곽이나 색깔 면에서는 상당히 다르지만, 이상하게 장 뒤뷔페의 초기작이 루오와 정서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나 생의 기쁨을 전달해 준다는 면에서 그렇다.‘색채의 연금술사’라는 부제를 달고 조르주 루오 개인전이 드디어 서울에서 열린다. ‘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라는 부제로 2006년 여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이미 대규모 전시가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루오를 무심코 흘려보내고 말았다. 따라서 이 전시가 진정한 첫 만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퐁피두에서 날아온 대표작 ‘퍼레이드’, ‘견습공’, ‘부상당한 광대’, ‘그리스도의 얼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1970년대 이후로는 퐁피두센터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미공개작들도 있다. 여기에는 ‘서커스 소녀’, ‘젊은 피에로’ 등 역사상 처음으로 관객에게 소개되는 14점도 포함되어 있다. 엄선된 회화, 판화 등 170여 점의 작품들이 ‘서커스, 미완성작, 미제레레, 후기작’의 네 단락으로 전시되고 있다. 루오는 종교화가라는 찬사에 걸맞게 작품마다 신성성을 부여하면서, 종교와 일상의 융합을 담아낸 작품을 통해서 보편적인 인간애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인상파 작가들의 전시에 중독되어 있는 관객이라면 선뜻 루오에 끌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작품에 따라 붙는 신비함이나 화려한 색채라는 수식어가 다소 과장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사실 루오 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서두에 굳이 다른 작가들을 꺼내놓은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루오의 가치는 혼자보다 동시대 작가들과 비교할 때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일견으로 그의 세계를 전부 느끼거나 교감하기는 어렵다. 루오 작품의 본질은 단순함이 생성하는 깊이에 있다. 그의 작품에서 숭고함이 솟아나는 걸 보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찍이 세잔은 “색은 우리 뇌와 우주가 만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루오에게 색은 ‘영혼과 우주’가 교차하는 영겁의 장소다.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조르주 루오, Veronique, 1933 Exhibition새로운 형식과 미학으로 예술의 종말을 부인한 낯선 작가들 1 Guignol's Dust제롬 존더는 만화와 순수 미술을 횡단하며 작업의 시각적 풍부함을 더해온 작가다. 2009년 최신작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드로잉의 한계에 대한 철저한 탐색이 두드러진다. 특히 인간의 정서적 반응에 대한 세련된 접근이 돋보인다. 존더의 실험은 드로잉의 과잉을 축적하는 과정이며, 소재와 형식적인 실현으로 완성된다. 익숙한 재현의 코드들은 활용해 급기야 이미지가 소진되기에 이르고, 결국 재현은 파열에 이른다. 목탄, 흑연, 먹, 에어로졸 페인트 등을 사용해 형식적 기법들을 탐구하며, 중첩을 거듭한 끝에 결국 서로 뒤엉키고 날카로운 선들은 두툼한 밀도까지 생성한다. 원앤제이 갤러리. Date 1월 16일까지 Tel 745-1644 2 Magic Mixture 필립 파스토와 일라나 갈의 2인전. 이들은 독특한 재료들을 혼합하여 화면 위에 신비한 조형의 세계를 펼치는 작가들이다. 파스토는 모로코의 자연에서 온 파랑, 초록, 밤빛 등의 천연물감을 사용한다. 물감에 마른 나뭇잎, 모래 등의 재료를 섞어 캔버스나 나무 위에 또 다른 질서를 창조한다. 때로는 물에 개거나 혹은 불에 그슬리는 기법 등으로 형식을 뛰어넘는다. 일라나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다. 아무렇게나 그어진 듯한 분방한 선과 관념에 구애 받지 않는 색채가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보통 8겹에서 12겹에 이르기까지 덧바른 수많은 회화층이 추상의 효과를 더하고 있다. 오페라 갤러리. Date 1월 9일까지 Tel 3446-0070 3 Creuer 비밀스런 방식으로 빛을 포착하는 스페인 작가 아마도르의 개인전이다. 그의 작품에는 자연과 인간의 원형을 간직한 가족의 모습이 드러난다. 작품에 재현된 인물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에 깊이 빠져든 개인들이다. 그가 제안하는 테마는 고유한 방식으로 미술사와 문명의 역사를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교두보로서 자신의 작품을 위치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Creuer(오로라)’ 연작을 포함해 폴리에스테르 및 합성수지로 제작된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폴리에스테르의 매끄러운 표면감을 활용해 심미적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마이클슐츠 갤러리. Date 1월 30일까지 Tel 546-7955*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