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와 나눈 프라이빗한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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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와 나눈 프라이빗한 이야기

요란하지 않은 은은한 향수의 베이스 노트처럼 삶을 대하는 진지함이 베이스 노트의 잔향처럼 느껴진다. 그녀를 그저 '예쁘다'는 표현 안에만 가둬둘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5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송혜교. 여배우로서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아름답게 무르익어 온 그녀를 '떨림'을 안고 만나다.

ELLE BY ELLE 2013.01.09

 

 


홀가분. 광저우에서 아침 첫 항공편으로 상하이에 날아든 그녀의 얼굴은 ‘홀가분’이 남기는 여유와 자유로 빛나고 있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일대종사 The Grandmasters> 촬영, 그 4년간의 대장정을 이날 새벽 광저우에서 마친 것이다. 새벽 촬영을 마치자마자 날아온 터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야 했건만, 촬영 끝나면 으레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시원섭섭함에 약간 기분이 다운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에겐 그런 피로와 망중한을 누릴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시작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 영화의 마무리 그리고 새로 시작되는 드라마, 그 사이에 남겨진 상하이에서의 짧은 공백 동안 그녀를 만났다. 

왕가위 감독을 비롯 양조위, 장즈이 등 이름만 들어도 거대한 배우들과 함께 지난 4년 동안 영화 작업을 했다. “왕가위 감독님과 알고 지낸 지는 벌써 9년 정도 됐어요. 영화 <2046> 때 홍보 차 내한했을 때 양조위 씨와 함께 만난 이후로 인연이 된 것 같아요. 원래 <일대종사> 전에 다른 영화를 같이하려고 했는데 서로 기회가 맞지 않다가 1년 만에 홍콩에서 다시 만났고, 마침 왕가위 감독님이 무술영화이긴 한데 양조위의 아내 역할을 해주겠냐고 제안하셨죠. 비중은 크지 않더라도 워낙 존경하는 감독님의 작품이라 출연을 결정했어요."

상하이에서 <엘르> 커버 촬영 후 그녀는 쉼 없이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 2월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의 만남 그리고 송혜교와 조인성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극중 송혜교는 갑자기 찾아온 시각장애로 고통받는 재벌 상속녀 ‘오영’ 역을 맡았다. 송혜교만큼 조인성도 2005년 드라마 <봄날> 이후 8년만의 복귀작이자 전역 후 첫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드라마가 ‘핫’한 열풍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충분조건이 되고 있다. 그간 동갑내기 두 사람이 함께한 작품도 있었을 법한데 실제로 둘이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둘이 알고 지낸 지는 꽤 오래됐어요. 그 친구가 <발리에서 생긴 일>, 저는 <햇빛 쏟아지다>에 출연하면서 같은 방송국을 오고 가며 친해지고, 스타일리스트나 주변 인물들이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언젠가 한 번은 같이하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에서 만나게 돼서 좋아요. 요즘 촬영하면 둘이 모니터 보면서 서로 늙었다고 놀리고 하소연해요(웃음).”

무엇보다 노희경 작가와는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또 한 번의 만남이라는 점도 주목을 끈다.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다른 것보다 시각장애우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이었고, 부담도 됐던 게 사실이지만 노희경 작가와 송혜교는 시각장애우이자 재벌 상속녀라는, 어떻게 보면 쉽게 매치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잡아가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노희경 선생님은 초반에 많이 잡고 가는 스타일이에요. 나중에 5, 6부 정도 되면 배우들이 익숙해지니까 그 이후에는 터치를 안 하시는 데 초반 4부 정도까지는 작가의 해석과 배우의 캐릭터 해석이 확실하게 같은지,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고 꼼꼼히 체크하는 타입이죠.“ 극중 ‘오영’은 시야의 한가운데만 점처럼 약하게 보이고 주변부의 시각은 손상된 터널 시각 장애인이다. 그러나 부유한 상속녀인 만큼 보행을 도와주는 비서 등 주변에 그녀를 돕는 이들이 항상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 출발하는 캐릭터. 그런 오영의 환경적인 전제나 배경을 모르고 보면 ‘안 보이는 애가 어떻게 저렇게 꾸밀 수 있지? 어떻게 힐을 신을 수 있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을 터. 하지만 리얼리티도 중요하나 드라마 속의 비주얼도 중요하니 너무 처량하게 가지는 말자는 게 노희경 작가의 주문이었다.

그녀는  A형이라지만 O형처럼 털털하고 강하다. 한참 또래들이 사춘기로 접어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엄마랑 단 둘이 살면서 자신과 엄마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정신력도 친구들보다 강했던 것 같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얻은 그녀 나름의 결론.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하고, 스스로 일어서야 하고, 잘해내야 한다고 되뇌며 가장 역할을 했던 것이 살면서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내가 한 선택을 내가 지지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혼자서 뭐든 잘하는 편이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휴식기에는 혼자 짐을 싸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단다. 특히 뉴욕처럼 바쁜 도시, 볼것이 많은 도시에 가면 혼자 온종일 걷는 걸 좋아한다. 걸으면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공원이나 미술관도 씩씩하게 혼자서 돌아다니다 친구 만나 커피나 와인 한 잔도 하고. 하지만 당분간 드라마 촬영에만 매진해야 한다며 웃음 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지금이 딱 좋아요. 일에만 신경 쓸 수 있어서. 아! 100% 일에만 몰두하는 느낌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라는 걸 이제야 제대로 느끼고 있어요. 그러니 연애는 좀 쉬려고요(웃음). 연애, 뭐 그동안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늘 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다 보면 제 성격상 남자를 너무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문제예요. 제 것들을 많이 놓치죠. 그러다 보니 일에 100% 몰두할 수 있는데도 80%밖에 몰두하지 못하곤 했던 것 같아요. 머릿속 생각들이 어느 정도 그에게 가 있기 때문이었죠. 그러니 지금은 연애 잠시 쉬려고 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인연이 찾아오면 뭐 어쩔 수 없겠지만요. (웃음)”  ‘인연이 찾아오면 어쩔 수 없는 것.’ 그녀는 어려서부터 이렇게 물 흐르듯 그 흐름에 자신을 맡기며 살아왔고 그것에 익숙해 있는 듯하다.  “원래 꾸던 꿈이 없으니, 지금 하는 일이 유일한 꿈”이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당찬 이 한 마디가 오늘의 그녀를 카메라 앞에 서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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