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처럼 에이즈와 싸우고 있는 그녀, 다우첸 크로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패션쇼 무대 위를 휘젓고 화보를 빛내는 모델들 중, 금세기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관능적인 모델로 손꼽히는 그녀, 다우첸 크로스. 아름답기도 하지만 가장 전투적인 여성이기도 하다.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대륙에 ‘Dance4Life’라는 NGO 프로그램을 통해 잔 다르크처럼 에이즈와 싸우고 있는 그녀를 <엘르>가 만났다. |

에이즈로 시름하는 아프리카에서 음악과 춤으로 에이즈와 싸운다고? 그것도 모델이 나서서? 어쩌면 말도 안 되는 나이브한 프로젝트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언제부턴가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는데 여기에는 분명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음악과 춤으로 에이즈와 싸우는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톱 모델이 바로 다름 아닌 다우첸 크로스라는 사실이다. 24세의 아름다운 이 네덜란드 여성은 아프리카에서 HIV 예방을 전문으로 하는 NGO 프로그램 중 하나인 ‘Dance4Life’를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지금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Dance4Life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춤과 에이즈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에이즈 퇴치에 과연 음악과 춤이 얼마만큼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다우첸은 모델이 아닌 홍보대사다운 설득력 있는 어조로 이 프로그램의 파워를 설명한다. “지난 8월 탄자니아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에이즈에 관한 충격적인 증언들을 들었죠. 감염자 절반이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이었는데 이들은 충분히 교육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보도 부족하고 문화적 터부 때문에 쉽게 에이즈에 전염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Dance4Life 설립자들은 학교에 찾아가 우선 음악과 춤을 이용한 공연을 통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젊은이들의 에이즈 사례와 증언을 소개하기로 했어요. 이들이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또 이 아이들이 다시 이 운동에 동참하게 된 거죠.” Dance4Life는 이렇게 해서 지난 6년간 30만 명의 단원들을 모집했고, 19개국에서 젊은 지원자들이 예방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군대와 같다. 다우첸은 홍보대사로서 열정적으로 진두 지휘하는 모습이다. 그녀는 흰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매고,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때로는 사람들과 기분 좋게 수다를 떨며, 천사처럼 부드럽고 친근한 모습으로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에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패션계에서도 친절하고 나이스한 애티튜드로 정평이 나 있는 터라 휴머니티와 상식에 기반한 이 프로젝트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그녀만한 적임자가 없다.“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돕는다는 아이디어가 특히 좋았어요. 훈계하거나 위압적인 방법을 쓰는 어른들은 이곳엔 없어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톱 5 모델 중 하나. 관능적인 입술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창조물임을 자부하는 그녀지만 세계적인 톱 모델이기 이전에 그녀는 네덜란드 북부 작은 마을에 있는 한 평범한 가정의 딸이기도 하다. 다만 남다른 점이 있다면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와 간호사를 교육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꼭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랐다는 것.“우리가 특권을 누리고 있다면 우리가 받은 것의 일부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은 제 직업을 자랑스러워 하시는데 톱 모델이라기보다는 제가 Dance4Life를 후원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더 자랑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요.” 봉사에 대한 그녀의 소명은 얼굴에서 이미 읽을 수 있었다. 순수하고 청순한 아름다움이다. 사진작가 장-바티스트 몬디노(Jean-Baptiste Mondino)는 “그녀의 존재는 즐거운 선물”이라고 했다. 아트 디렉터 토머스 렌탈(Thomas Lenthal)은 “그녀는 진한 부드러움을 발산한다. 어떤 공격성도 일깨우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매혹하는 것”이라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정의했다. 랑콤 인터내셔널의 유세프 나비(Youcef Nabi)는 이렇게 결론 지었다.“그녀에게는 진정한 선함이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톱 모델이 아니라 마더 테레사란 말인가! 이렇게 비유하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뭐 그렇게 착한 건 아니에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죠. 저도 때로는 힘든 나날을 지내기도 하고, 어떨 땐 까칠한 성격이 나오기도 해요. 하지만 늘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유명한 패션 사진작가나 호텔 종업원 모두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 화려한 패션계에서 아프리카의 비극으로 이동이라니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사치에서 응급으로? 도덕적 현기증을 느끼지는 않나? “아니에요. 저는 제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유명세를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이용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리고 제게 패션은 그저 직업일 뿐이에요. 24시간 내내 패션에 중독돼 살지는 않는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직업이 주는 화려한 면만 보고, 그 이면에 감춰진 어려운 점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늘 여행하고, 늘 새로운 일을 하지만 한 가지 나쁜 점은 결코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다는 거예요. 가족이나 친구를 보고 싶을 때 볼 수도 없죠. 그리고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해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약을 하는 모델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설의 일부일 뿐이죠.” 그녀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영화 가 아주 유익했다고 한다. 안나 윈투어의 지휘 아래 미국 지가 제작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잡지 제작과정을 잘 이해하게 됐어요. 사실 우리 모델들은 사진들이 어떤 기준을 거쳐 어떻게 선택되는지 잘 몰라요. 제가 촬영한 시리즈가 선택되지 않는 것은 반드시 제 잘못만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토록 멋진 다우첸은 정작 그녀 자신의 매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은 많은 남자들을 주눅들게 한 것이 사실이다. “저는 10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어떤 남자들은 일단 ‘모델’이라면 접근하기가 겁나고 힘든가 봐요.”그녀는 올여름, 오랫동안 연인으로 지내왔던 세계적인 DJ 러커스(DJ Ruckus)와 헤어졌다. 러커스는 미국의 유명 가수인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사촌으로, 잘생기고 쿨한 감각을 지닌 미국의 흑인 DJ다. 그와의 결별 이후 새로 사귀기 시작한 새 연인에 대해서는 게 말을 아낀다.“네덜란드 출신이에요. 그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요즘 정말 행복해요. 이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아요!” 결국, 다우첸 그녀 자신의 ‘Love4Life’를 찾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