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번 룩’의 창시자, 지방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세기의 아이콘 오드리 햅번의 자화상을 비롯한 그녀의 모든 영화 속 의상을 제작하며 ‘햅번 룩’을 있게 한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 패션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으로 최고의 쿠튀르 디자이너로 등극한 그의 영화 같은 일대기를 정리했다.::지방시,위베르드지방시,디자이너,오드리햅번,재클린케네디,재키,리카르도티시,발렌시아가,알렉산더맥퀸,디올,엘사스키아파렐리,햅번룩,티파니에서의아침을,사브리나,로마의휴일,엘르,엘르걸,elle.co.kr:: | ::지방시,위베르드지방시,디자이너,오드리햅번,재클린케네디

수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린 지방시의 창시자, 위베르 드 지방시는 ‘보베’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직물공장에서 일하던 외할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았고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예술적 감성까지 풍요롭게 자랐다. 법학을 공부했지만 유년기에 할아버지 어깨 너머로 배운 패션은 그의 잠재 능력을 일깨웠고 결국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지방시는 초현실주의 패션을 통해 세계를 홀린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다. 당시 지방시가 그녀와 함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간 자리에 그녀가 짝짝이로 신고 온 신발을 보고 비웃었고 스키아파렐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편협한 눈을 가지고 있다면 넌 이것이 머리 위에 있다고 해도 전형 근사함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지방시는 스키아파렐리 쿠튀르 하우스에서 일하는 동안 그녀가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패션철학 등은 훗날 지방시에게 큰 영향을 준다. 지방시는 떠올릴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다. 그는 지방시에게 위대한 우상이자 멘토 그리고 둘도 없는 친구였다. 디자이너 데뷔 초에는 직접 발렌시아가를 찾아가 제자가 되고 싶었지만 여러 차례 거절을 당했다고. 어엿한 쿠튀리에가 되어 자신의 하우스를 설립한 후에도 여전히 발렌시아가를 동경했다. 어느 파티행사에서 쿠튀리에가 된 지방시는 자신의 우상과 조우했다. 발렌시아가 역시 그의 영특한 재능을 알아보고는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지방시는 자신의 매장을 발렌시아가 옆으로 옮기며 그와 함께 평생 패션세계를 공유했다. 지방시는 과거 인터뷰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두 가지의 크나큰 특권을 누렸다’. 그건 바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오드리 햅번이다.’ 특히 오드리 햅번과는 유대관계가 남달랐다. 디자이너 시절, 햅번의 의상을 제작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지방시가 떠올렸던 인물은 다름아닌 캐서린 햅번이었다. 들뜬 마음을 안고 첫 대면한 순간, 낯선 오드리 햅번의 등장으로 적잖은 당황을 했고 거절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햅번을 지방시의 의상을 보고 단숨에 매료됐고 매장에 진열된 옷을 선택했다(햅번은 영화 &lt몬테카를로 베이비&gt촬영 당시부터 지방시의 의상을 눈여겨봤지만 당시엔 구매할 능력이 안되어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햅번의 영화 의상은 오직 지방시여야만 했다. &lt로마의 휴일&gt &lt사브리나&gt &lt퍼니페이스&gt &lt뜨거운 포옹&gt &lt백만 달러를 훔치는 법&gt 그리고 &lt티파니에서의 아침을&gt. 그 중 &lt티파니에서의 아침을&gt에서 블랙 드레스는 가장 아름다운 블랙 드레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여배우와 디자이너가 아닌 사생활의 고민을 털어놓는 절친이 되었다. 햅번은 숨을 거두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방시의 의상을 품에 안고 오랫동안 키스를 하며 지방시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지방시 역시 그녀를 두고 혼자 돌아오는 내내 그 의상들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쏟아냈다. 햅번은 지방시의 모든 작품을 고양시키는 능력을 지녔고 영감의 원천이자 영원한 뮤즈였다.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창조 작업을 펼쳤는데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즐거워했다. 지방시는 햅번을 위한 향수를 제작했고 그녀를 모델로 내세웠다. 프랑스어로 금지라는 뜻을 지닌 ‘랑떼르디’ 향수는 오드리 햅번이 자신이 죽기 전까지 그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알려졌다.&nbsp&nbsp 지방시의 대표 시그너처 룩은 대부분 오드리 햅번을 위한 의상이 대다수. 영화 &lt사브리나&gt의 사브리나 팬츠, &lt화니 페이스&gt의 순백의 미니 드레스, 클래식의 대명사로 회자되는 &lt티파니에서의 아침을&gt의 블랙 드레스, 뇌리에 깊게 박힌 &lt퍼니 페이스&gt의 강렬한 레드 드레스까지. ‘햅번 룩’으로 명명한 이것들은 모두 시대를 거스르는 아이코닉한 의상들이다. 미국 여성들의 패션 히로인, 재클린 케네디의 의상 중 가장 사랑 받았던 H라인 실루엣의 원피스, 코트, 둥근 모자 등은 지방시에 손 끝에서 탄생했다. 그녀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공식만찬에서 입었던 지방시의 이브닝 드레스 역시 재키의 가장 유명한 옷 중 하나로 ‘한 폭의 그림 같다’는 호응을 얻었다. 재클린은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입을 상복을 지방시에게 요청했고 거리에 나온 수수한 초록색 원단을 검은 색으로 염색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관에 키스할 때 진주 목걸이가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 상복 깃에 목걸이를 고정시켜달라는 세심함을 보였다. 오드리 햅번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의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지방시는 순탄치 않은 길을 걷게 된다. 결국 LVMH 그룹으로 합병된 후 1995년 은퇴를 선언한다. 이후 능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지방시를 이끌었다. 존 갈리아노는 여성복을 맡았지만 2년 만에 크리스티앙 디올로 교체됐고, 이후 알렉산더 맥퀸이 5년간 수장으로 활약했다. 2001년부터 4년간 줄리앙 맥도날드가, 그 이후 현재까지 리카르도 티시가 지방시를 맡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1세기 지방시는 티시에 의해 본연의 아카이브를 고수하는 동시에 모던하고 세련되게 변모하고 있다.&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