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만드는 사나이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난 12월 초,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다섯 번째 수상자 리스트가 발표됐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준지(JUNN.J)의 정욱준과 LA에 둥지는 튼 클루(Clu)의 이진과 이승배. 지난해 수상자였던 정욱준의 준지와는 달리 다소 생소한 ‘클루’라는 이름에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들, 대체 누구지? 시상식 일정에 맞춰 한국에 온 클루의 디자이너 이진을 직접 만났다.::정욱준, 이진, 이승배, 독창적인, 편안한, 내추럴한, 집, 작업실, 편집숍, 디자인실, 일상, 데이트, 여가, 엘르, 엣진, elle.co.kr:: | ::정욱준,이진,이승배,독창적인,편안한

티셔츠 만드는 사나이들우선 축하한다. 수상을 예상했었나? 예상 못했다. 이 상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응모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우린 한국에선 워낙 알려지지도 않았고…. 스스로 지원한 거 아니었나? 맞다. 뉴욕의 쇼룸에서 추천해줘 응모하게 됐다. 근데 수상은 정말 생각 못했다. 자료 조사가 쉽지 않더라. 이상한 약어만 잔뜩 나오고. 독자들도 거의 모를 것 같은데, 브랜드 클루(Clu)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나? 알려진 대로 클루의 근원은 티셔츠다. 어찌 보면 소박해보이는 소재이고, 재료가 다양하지도 않지만 재봉 후 다양한 가공을 통해 티셔츠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의 ‘재료’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인데 가끔 한계에 부딪히지 않나? 브랜드의 초기부터 다양한 룩을 보여주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옛날 디자이너들만 봐도 한 가지 아이템에서 시작하지 않나? 거기에서부터 하나둘씩 파생되는 거지. 어찌 보면 한정된 것 같지만 그점이 오히려 재밌다. 물론 여기서 멈추겠다는 말은 아니다. 이번 시즌에 스웨트 티셔츠가 처음 나왔고, 앞으로도 아이템이 하나둘씩 추가될 것이다. ‘오트 쿠튀르 티셔츠’란 기기묘묘한 표현을 사용했던데? 미국의 PR 쪽에서 그런 말을 만든 모양이다(웃음). 옷들이 굉장히 편안한 느낌이다. 첫눈에 확 눈에 띄는 화려한 것들이 아니어서 사실 이번 수상이 의외였다. 요즘엔 워낙 세고 눈에 확 띄고 화려한 옷들이 많으니까. 잘 봤다. 우리는 내추럴한 느낌을 추구한다. 이번에 가져온 옷들도 튀는 것은 하나도 없다. 흔히 말하는 ‘컬렉션’에 나올 만한 옷들은 아니지. 그런 옷은 만져 보고 입어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잖아. 사진으로 보았을 때, 옷걸이에 걸어두었을 때엔 잘 모르는 부분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쓴다. 입고 느껴봐야, 가만히 들여다 봐야 알 수 있는 부분들 말이다. 좋은 소재를 사용하려 애쓰고, 새로운 핏을 만들려 노력한다. 어떤 면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많이 받은걸까? 우린 전략적인 PR을 하지도 않고 패션쇼도 하지 않는다. 우리의 방식대로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다만,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좋은 숍들과 일을 많이 하게 된 점을 높이 평가하신 것 같다. 유통망이 좋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현재 몇몇 편집 숍에서 판매 중이다. 나도 아직 보진 못했는데 이번에 가보려 한다. 한국의 한 의류 회사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디자인실에 있었나? 아니, 정보기획실에 있었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팀이다. 굳이 미국으로 떠나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내가 받은 자료에는 ‘재능을 전 세계에 펼치기 위해’라고 씌여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 같은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던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이승배 씨와 각자 따로 갔다가 의기투합해서 하게 된 거지. 한국에서 독립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이끄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거의 서바이벌이라는 생각이 들던데 그곳에선 어땠나? 우리 역시 그랬다. ‘마스터플랜’ 같은 걸 가지고 간 게 아니었으니까. 잘될 거라는 신념은 확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자본력 없이 시작한다는 건 곧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우리는 원단 들쳐메고 뛰어다니면서도 최고급 부티크만을 공략했고, 가장 좋은 쇼룸과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지막 질문.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상금 10만달러는 어디에 쓸 계획인가? 쇼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우린 그럴 생각이 없다. 제대로 된 웹사이트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김자혜)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