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한 전통주 타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고양이와 함께한 전통주 타임

이 시대 훌륭한 미감을 지닌 전통주 8.

ELLE BY ELLE 2023.04.22
 
마음을 다 보여주면 매력은 사라진다. 숨기고 있던 패를 조금씩 보여줘야 감칠맛 난다. ‘마크 홀리’와 ‘희양산막걸리’가 그렇다. 기존에 알던 탁주와 비슷해 보이지만 의외의 매력을 감췄으니까. 마크 홀리는 꽤 반항적인 술이다. 전통 누룩 대신 맥주의 에일 효모가 사용됐다. 에일 효모를 사용하면 사과, 배 같은 과일 맛과 매운 향신료 향이 난다. 쌀 함유량이 높아 단맛이 도드라진다. 마크 홀리가 이 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는 가상세계관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엔지니어를 꿈꾸던 외국인 마크 홀리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막걸리를 내놓았다는 이야기. 예쁜 라벨로 주목받는 희양산막걸리는 가상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숨기고 있다. 희양산을 빚는 두술도가양조장의 주인장 김두수는 실리콘 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본격적으로 탁주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사실. 라벨은 전미화 작가의 작품이며, 술이 탄생하는 시대상에 맞게 디자인이 바뀐다. 꽁꽁 숨겨놓은 이야기를 알고 마시면 더욱 맛있는 탁주들이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뿔 오브제는 21만원, Cincinclub의 도미노 칩은 5천5백원, 91-92의 파란 화병은 24만5천원, 모두 39etc. 샘 청 작가의 양이잔은 20만원, 채상공방의 대나무 도시락은 6만7천원, 모두 솔루나리빙.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뿔 오브제는 21만원, Cincinclub의 도미노 칩은 5천5백원, 91-92의 파란 화병은 24만5천원, 모두 39etc. 샘 청 작가의 양이잔은 20만원, 채상공방의 대나무 도시락은 6만7천원, 모두 솔루나리빙.

 
정통을 벗어나 한껏 멋을 낸 술을 마시고 싶을 때. 기본 탁주를 살짝 변주한 ‘온지 오!’와 ‘담은 블랙’이 해답이다. ‘온지 오!’는 마개를 열면 기포가 시끄럽게 피어오르고, 입 안에 알알이 굴러다닐 만큼 탄산이 강하다. 씹어 마셔야 잘 담근 오미자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문경에서 재배한 오미자가 들어가 산미가 도드라져 식전주로 탁월하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술도가 중 단양주로 술을 빚는 곳은 온지술도가가 거의 유일하며, 이곳 막걸리 라인업은 레몬과 솔잎, 쑥 등으로 다양하다. 온지술도가는 막걸리에 여러 방향성을 부여하는 기대주다. 또 다른 기대주는 포천 일동막걸리의 ‘담은’. ‘담은 블랙’은 흑미를 더한 탁주다. 고소한 흑미밥 냄새를 풍기며, 마시고 음미하면 초콜릿 우유처럼 묵직한 질감이 느껴진다. 끝맛은 묘하게 씁쓸하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양조장 대표의 미감이 담은 패키지에 담겼다. 최근 가구 브랜드 MISC와 협업해 리브랜딩을 시도했다. 달라진 ‘담은’을 기대하며 치얼스! 
Heee의 커피 스탠드는 60만원, 39etc. 조현승 작가의 점박이 볼은 4만원, 피노크. 체리 오브제는 10만2천원, 믹스쳐샵.

Heee의 커피 스탠드는 60만원, 39etc. 조현승 작가의 점박이 볼은 4만원, 피노크. 체리 오브제는 10만2천원, 믹스쳐샵.

 
알코올 향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보쉐’와 ‘고흥유자’를 꺼내 들자. 버번의 금빛을 닮은 보쉐는 벌꿀주다. 벌꿀을 높은 온도에서 캐러멜화한 것으로 ‘미드(Mead)’라고도 불린다. 아카시아 꿀의 단 향과 레드 와인 향을 풍기지만 입에 머금고 혀를 이리저리 굴리면 매실 맛이 느껴진다. 한 모금 음미하고, 두 모금 음미할 때면 잔 표면이 녹진한 꿀로 얼룩진다. 보쉐를 개발한 코아베스트브루잉은 우유 증류주를 발효할 만큼 실험적인 양조장이다. 한편 칵테일 위스키 사워처럼 샛노란 고흥유자는 새콤한 맛으로 승부한다. 30년 된 고목에서 자란 고흥 유자와 고흥 쌀로 빚은 특산주로, 유자 과즙을 쥐어짠 듯 첫 모금에 발랄한 풍미가 밀려온다. 이 술의 별칭인 ‘고유’는 고흥유자주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고유한 우리 술이라는 뜻도 가졌다. 어떤하루양조장의 주류 라인업은 도수만 틀릴 뿐 맛은 한 가지다. 오직 유자. 보쉐와 고흥유자는 애매한 위트를 거부한다. ‘술이 달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약주다.
이지은 작가의 유리 다완은 30만원, 유리 찻잔은 9만원, 김춘식 작가의 작은 원형 소반은 35만원, 모두 솔루나리빙. 김은주 작가의 새 오브제는 28만원, 양지윤 작가의 유리 풍경은 15만원, 모두 핸들위드케어.

이지은 작가의 유리 다완은 30만원, 유리 찻잔은 9만원, 김춘식 작가의 작은 원형 소반은 35만원, 모두 솔루나리빙. 김은주 작가의 새 오브제는 28만원, 양지윤 작가의 유리 풍경은 15만원, 모두 핸들위드케어.

 
물빛처럼 투명하고 맑은 하늘처럼 청명한 술을 모았다. ‘서설’과 ‘초록섬’. 소복하게 쌓인 눈밭처럼 새하얀 라벨의 서설은 한국형 청주다. 한국 토착 효모를 배양한 알코올을 발효해 특유의 과실 향이 강한데 거의 사과 향에 가깝다. 서설을 빚어낸 술샘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양조장으로 떠먹는 막걸리, 천연 꿀과 오미자 리큐르, 단호박 막걸리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또 다양한 매체나 브랜드와 활발하게 협업하는 유연한 양조장이기도 하다. 서설보다 약간 탁한 초록섬 맑은 술은 빚어지는 과정도, 숨은 의미도 꽤 인상적이다. 양조장히읗의 주인이자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조태경의 작품인 초록섬은 연잎과 연잎 우린 물이 사용된다. 의외로 단맛이 강하며 위스키처럼 콧속을 탁 치는 타격감이 훌륭하다. 진한 감칠맛 때문인지 양조장히읗은 꽤 역사 깊은 곳 같지만 2022년 8월에 문을 연 곳이다. 양조장히읗이 선보인 술은 초록섬 맑은 술과 탁주, 단 두 가지다. 행보가 기대되는 서설과 초록섬. 곱게 구워 낸 유리잔에 근사하게 따라보길. 
투명한 검정 화병은 10만원, clear b. 마리아 이노모토 작가의 작은 화병은 5만5천원, 피노크. 이태훈 작가의 투명 유리 굽잔을 5만5천원, TWL.

투명한 검정 화병은 10만원, clear b. 마리아 이노모토 작가의 작은 화병은 5만5천원, 피노크. 이태훈 작가의 투명 유리 굽잔을 5만5천원, T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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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정소진
    사진 장승원
    아트 디자이너 박서연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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