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컬래버레이션 ‘키폴’ 백을 전시한 공간.
누구나 꿈꾸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멀고 먼 과거인 1800년대, 동전 한 푼 없이 오직 파리를 향한 동경과 열망 하나로 무려 400km를 걸어 꿈꾸던 도시에 당도한 브랜드 창립자 루이 비통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우스의 시작이자 상징인 트렁크 백 아카이브를 만날 수 있다.
대담한 발걸음으로 시작된 그의 꿈은 미지의 공간을 향한 열망과 함께 ‘여행 예술(Art of Travel)’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급성장하기에 이르렀고, 루이 비통이 이루려 했던 창립 정신을 현재까지 계승하고 있는 하우스의 행보는 매년 다양한 이벤트와 대담한 시도로 놀라움을 안긴다. 지난해 12월, 루이 비통은 새해를 앞두고 또 다른 꿈의 여정을 공유하는 특별한 자리로 우리를 초대했다.
피에르 에밀 르그랭이 루이 비통을 위해 디자인한 드레싱 테이블.
파리 퐁뇌프 2가에 있는 루이 비통 본사에서 첫선을 보인 ‘LV 드림(LV Dream)’은 유구한 세월 동안 충실히 쌓아 올린 하우스의 아카이브 전시와 기프트 숍,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미식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자 협업의 장으로 방문자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총 아홉 개의 전시장을 통해 아카이브 전시 그 이상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루이 비통 하우스가 나아가려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줘 더욱 의미가 크다.
아티스틱한 디자인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카퓌신 백 컬렉션.
루이 비통이 전하는 꿈의 여정을 함께할 첫 번째 공간은 패션사에 길이 남을 아카이브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다. 먼저 동시대 예술가들이 참여한 초상화 방은 1854년 뇌브-데-카퓌신 거리 4번지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루이 비통에 대한 오마주이며, 창립자의 영원한 하우스 정신을 담는다. 폴 나다르가 소유한 1980년대 트렁크, 데미언 허스트의 ‘의료 캐비닛’과 스토코프스키의 책상 트렁크 등 역사적 작품들이 있는 초상화 방을 지나면 아티스트 겐타 고바야시의 사이키델릭한 그래픽 작품을 배경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루이 비통의 초기 가방과 모노그램 패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1800년대에 첫선을 보인 역사적 가방부터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버질 아블로에 이르기까지, 지치지 않는 모험 정신으로 꿈의 여정을 실천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스토리가 담긴 컬래버레이션 백들은 제프 쿤스, 스테판 스프라우스, 마크 뉴슨과 만든 새로운 창작물 사이에서 견고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뿐 아니라 브랜드 론칭 초창기에 만든 접이식 의자와 베드 트렁크 등의 오브제들은 하우스가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공예와 디자인, 예술 전반적인 분야의 우수성을 적극 지지하며 소통해 온 역사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가방과 인테리어 제품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온 루이 비통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실크 스카프 전시 공간은 명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우르스 피셔와 트레이시 에민, 안드레 사라이바 같은 최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루이 비통의 무한한 창조 정신을 계승하며 관객에게 또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카페 겸 쇼콜라트리 ‘막심 프레데릭 at 루이 비통’ 전경과 초콜릿.
카페 겸 쇼콜라트리 ‘막심 프레데릭 at 루이 비통’ 전경과 초콜릿.
전시 중간 지점에 다다르면 본격적으로 아티스트들과 합작하며 ‘컬래버레이션 시대’의 포문을 열었던 루이 비통의 놀라운 아카이브가 선물처럼 펼쳐진다. 그때 그 시절 신드롬에 가까운 유행을 이끈 무라카미 다카시와 쿠사마 야요이에게 헌정한 전시 공간부터 스테판 스프라우스, 제프 쿤스, 다니엘 뷔랑과 리처드 프린스를 비롯해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한 컬렉션은 컬래버레이션의 의미를 확장한 기념비적인 스토리로 관객을 이끈다.
‘역대급’ 아카이브를 둘러본 후엔 달콤한 디저트를 즐길 차례. 얼마 전 서울에서도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을 전개했던 루이 비통은 이번 LV 드림 오픈을 위해 파리 슈발 블랑 호텔 수석 파티셰이자 쇼콜라티에 막심 프레데릭이 총괄로 나선 ‘막심 프레데릭 at 루이 비통’을 준비했다. 루이 비통의 아이코닉한 모티프를 구현한 달콤한 케이크와 페이스트리, 초콜릿 등의 각종 디저트와 음료를 즐길 수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방문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화제를 모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닌, 하우스의 미학과 도전 정신을 가득 담아 탁월하게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이들의 행보는 계속될 예정이다. 루이 비통이 이끄는 꿈의 여정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파리에서 오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지는 LV 드림의 특별한 공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해 보길.
포르나세티와 협업한 2021 F/W 컬렉션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