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컬렉션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비결 중 하나는 쇼가 펼쳐지는 장소. 세계 곳곳을 누비며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쇼를 선보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찾은 보석 같은 영감은 물론, 장인들과의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기 때문.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새 공방 컬렉션을 공개하기 위해 세네갈의 다카르로 향했다. 왜 다카르였을까? 그 배경에는 3년 전 버지니 비아르가 다카르에서 만난 샤넬 하우스 친구들과의 깊은 인연이 있다. 다카르에서 살았던 사람, 다카르에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 혹은 그럴 계획이 있는 사람 등 다카르와 관련된 아티스트들을 만났고, 그들은 버지니 비아르에게 창의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전파하고 예술 프로젝트에 관한 영감을 제공했다. 우리가 몰랐던 다카르는 이미 예술로 유명한 도시로, 패션은 물론 영화, 무용, 현대미술, 문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런 다카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단순히 쇼에 국한하지 않고 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발전시켰다. “예술적 거점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접근이 필수다. 쇼의 장소 선정도 이런 목표의 일부였다. 우리 방식으로 구법원(Palais de Justice)의 레노베이션에 기여하고 싶었다”며 다카르의 구법원에 런웨이를 세우고 공방 컬렉션을 통해 예술 프로젝트의 시동을 걸었다.
2022년 12월 8일, 다카르에서 영감받은 샤넬의 공방 컬렉션이 베일을 벗었다. 사파리 영화 속에서 보았던 그림 같은 나무와 격자무늬 패턴의 대리석 바닥으로 완성한 웅장한 공간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쇼는 에콜 데 사블레(École des Sables)와 슬로 쇼(Slow Show)로 유명한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Dimitri Chamblas)의 댄스 무대로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거기에 가수 오브리 다만(Obree Daman)과 그의 합창단이 합류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컬렉션은 버지니 비아르가 애정하는 1970년대 정신이 관통한 듯했다. 격렬한 에너지로 가득 찼던 시대적 배경에서 주된 영감을 받았다고. 그 결과 황홀한 자유와 팝, 소울, 훵크(Funk)와 펑크(Punk), 디스코 등 당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요소를 버무린 룩이 새롭게 등장했다. 몸의 실루엣을 강조하는 롱 코트, 타이트한 플레어 팬츠, 디스코풍의 플랫폼 슈즈, 에메랄드와 푸시아 핑크 등 비비드 컬러로 완성한 니트웨어가 이에 해당한다. 하우스가 사랑하는 코드 또한 놓치지 않았다. 플로럴 패턴을 활용해 다발을 이룬 까멜리아와 촘촘하게 엮은 진주, 화려한 주얼리 버튼, 시퀸 장식은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레이스 자수와 어우러졌다. 식물 모티프 프린트, 기하학적 패턴과 실루엣, 따뜻한 컬러 팔레트, 경쾌한 스팽글 펜던트를 사용해 아프리카 특유의 경쾌한 에너지도 불어넣었다. 액세서리 역시 돋보이는 부분. 에스닉한 디자인의 크로셰 귀고리, 목을 감싸는 메탈 네크리스 등 이국적인 주얼리를 적극 매치해 화려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한편 다카르에 담긴 버지니 비아르의 비전은 공방 컬렉션으로 끝나지 않았다. 향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카르에서 전개할 예정. 이미 파리 몽페르메유(Montfermeil)와 다카르의 쿠르트라즈메(Kourtrajme) 학교와 함께 공방 컬렉션이 탄생한 과정을 영화로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 1월부터 샤넬의 ‘19M 갤러리(la Galerie du 19M)’가 몇 달간 다카르에 머무른다. 검은아프리카기초연구소(IFAN)의 지원을 받아 세네갈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무료 공개 프로그램을 통해 자수와 직조 기술 노하우를 대중에게 전파할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은 파리에 있는 19M 갤러리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버지니 비아르는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이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발전적인 작업 방식을 채택해 하우스를 이끌고 있다. 단순한 쇼를 벗어나 사회와 지역 환경에 장기적으로 기여하고 확장하며 진정한 의미까지 찾아냈다. 패션이 예술을 넘어 사회를 위한 긍정에너지까지 행사하길 바라는 샤넬과 다카르의 교류. 이번 공방 컬렉션은 하우스의 진정성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한 버지니 비아르의 비전이 빛을 발하고 샤넬의 또 다른 가능성을 가늠하는 발판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