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에도 구찌 뷰티를 론칭하고 아디다스, 발렌시아가, 팔라스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며 하우스의 전성기를 견인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법이죠. 독보적이라고 평가받던 그의 화려한 디자인은 언젠가부터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켈레는 “각자가 지닌 서로 다른 관점 탓에, 결국 다른 길을 걷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20여 년에 걸쳐 나의 모든 사랑과 열정을 바쳤던 특별한 여정이 오늘로써 마무리됐다”라며 사임 소감을 밝히기도 했어요.






한편 그의 마지막 컬렉션이 된 2023 SS 구찌 트윈스버그 컬렉션에서는 68쌍의 쌍둥이들이 똑같은 옷을 입은 채 런웨이에 등장했죠. 어린 시절 미켈레는 일란성 쌍둥이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 모습을 한 쌍둥이의 독특한 매력에 매료됐어요. 미켈레는 “이번 컬렉션은 겉보기에 유사한 것들이 선사하는 속임수이자, 깨져버린 대칭에서 느낄 수 있는 환상과도 같다. 이를 통해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긴장감을 조명하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치 톰 포드의 관능적인 시절을 연상케 하는 미니멀한 실루엣의 수트부터 1990년대의 미학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컷 아웃 디테일과 반짝거리는 텍스쳐, 키치한 그렘린 모티브의 백까지, 그의 뚜렷한 개성이 묻어나는 아이템들로 가득한 컬렉션이었는데요. 과감한 가터 팬츠와 LGBTQ+의 권리를 지지하는 매거진 〈FUORI〉의 텍스트가 큼직하게 프린팅된 재킷, 구찌의 1981년 아카이브를 새롭게 재해석한 숄더백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제품이죠.
벌써부터 미켈레에 이어 새롭게 구찌의 방향키를 거머쥘 후임자로 보테가 베네타의 마티유 블레이지와 생 로랑의 앤서니 바카렐로를 비롯해 다양한 인물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떤 디렉터가 혜성처럼 나타나 그의 빈자리를 채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