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어려웠다. 너무나 선명하고 노골적인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빨강의 단점은 동시에 장점이기도 했다. 그 익숙한 듯 낯설고 뜨거운 온도로 다양한 에너지를 응축하고 발산하기 때문. 꽃 같기도 하고 피 같기도 한, 그래서 클라이맥스에 어울리는 빨간 맛. “의심스러울 때는 빨간색을 입으라”던 디자이너 빌 블래스의 말은 시대와 시즌을 막론하고 적용 가능하다. 알라이아의 고풍스러운 레이스 드레스부터 쿠레주의 미니멀한 저지 드레스를 거쳐 구찌의 스포티한 드레스까지 런웨이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 ‘문제적’ 색에 우리는 그게 언제든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