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놓인 테이블 위로 한가득 쏟아지는 꽃의 색채. 보태니컬 디자이너 박소희는 서른의 여성을 폭발력이 강한 불꽃같은 존재로 표현했다. 조경과 부케, 설치미술 작업까지 전방위로 꽃을 다뤄온 그만의 넘치는 상상력으로.
〈엘르〉를 꼭 빼닮은 빨간 폭죽들이 터지는 ‘불꽃놀이’ 한 판. 서른은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화려한 시절이잖아요.
서른 이후 제가 맞은 세계는 20대에 봤던 것보다 훨씬 너그럽고 아름다웠어요. 마치 생일 케이크를 닮은 이 꽃처럼 축제 같은 나날만 펼쳐질 거예요.
플로리스트이자 프롭 스타일리스트로 다수의 화보 작업을 펼쳐온 ‘레브아(Les Bois)’의 김경민.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생일 케이크 같기도, 어쩌면 우주를 유영하는 UFO 같기도 한 묘한 매력의 서른.
수수한 들꽃이 지닌 강인함. ‘오차원’의 플로리스트 오유미가 꽃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은 도자 화병에 담긴 풀꽃 다발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서른 살의 여성은 드넓고 비옥한 들판을 한아름 껴안은 존재죠. 성숙한 들꽃과 가녀린 풀꽃을 한데 품고 햇살 아래 가장 빛나는, 거대하고도 수수한 면면을 지녔달까요.
외적으로도 가장 아름답지만 내면에도 담대한 삶의 태도나 자신의 취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춘 서른의 여성. 마냥 ‘페미닌’하지만은 않죠.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품은 여성의 대담한 행보는 이토록 우아할 수밖에요.
곧게 솟은 나뭇가지와 둥글게 흐드러진 꽃망울, 서화의 붓글씨 같은 날렵한 잎사귀로 선과 여백의 조화를 갖춘 작업을 선보여온 ‘이케바나 하우스’의 백자인이 피워낸 여자.
트렌디한 행잉 설치미술 작업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소현은 아직 20대 후반. 그에게 서른의 여자란 미개척 영역이다.
꽃은 태어나고 생장하고 피어나기까지 무수한 바람을 맞으며 때론 꺾이기도 하죠. 저 또한 언젠가 당도할 서른이란 영역, 그 멋진 여성상은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처럼 보여요. 고단함 속에 화려함을 가득 품은 존재 말이죠.
김혜진의 작업들은 한 편의 정물화를 보는 듯 유려하다.
마른 풀과 생화를 함께 두어 서른 살 여성의 유연함을 그렸어요. 성숙하면서도 개성이 분명하고, 확고한 취향이 생기는 시기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울러 포용하는 아름다운 시절을 튤립의 차갑고도 대담한 컬러와 단단한 꽃잎의 질감으로 구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