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팬데믹을 핑계로 운동을 등한시했더니 온몸이 찌뿌둥하다. 어디 재밌는 거 없을까? 찾아보던 중에 집 근처에 ‘핫’한 클럽이 보인다. “여기가 요즘 그렇게 핫하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클럽이 아니다. 바로 요즘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성지순례로 떠오른 테니스클럽이다.
미국 마이애미 테니스장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보라색 코트를 보니 마음만은 벌써 셀레나 윌리엄스다. 그러고 보니 최근 소셜 미디어에 골프 룩만큼 많이 나오는 게 테니스 룩! 저 광활한 코트를 보니 사진 찍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건 비단 에디터뿐은 아닐 거다. 한 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테니스를 즐기는 인구는 올해 6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고, 소셜 미디어 속 테니스의 게시글은 이미 90만 개가 넘는다. 테니스 룩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스타일이라는 암묵적 규칙이 존재한다. 귀족들의 우아한 스포츠였던 테니스는 주로 사교 모임에 등장하는 운동. 이 모임을 위해선 상하의는 물론 양말과 밴드, 운동화까지 모두 화이트 컬러로 맞춘 군더더기 없는 룩을 입어야 했다. 귀족들의 체면과 우아함을 유지한 채. 하지만 엄격한 규정 속에서도 테니스 룩은 1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나 진화를 거듭해 왔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프레피 스타일의 간결하고 활동적인 테니스 룩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 예로 피케 셔츠는 테니스 챔피언 르네 라코스테가 불편한 유니폼 대신 입기 시작해 미국과 유럽에 유행시켰으며, 지금의 테니스 스커트는 거추장스러운 긴 스커트를 불편하게 여긴 테니스 선수 구지 모란이 1949년 윔블던 대회에서 처음으로 입은 짧은 스커트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뒤를 이어 마리아 사라포바와 세레나 윌리엄스 등의 파격적이고 스타일리시한 테니스 룩은 꽤 근래의 일이다.
그렇게 점점 더 쉽고 대중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과 경계를 조금씩 허물어온 테니스 룩은 골프보다 운동 진입 장벽이 낮아 시도하기 편하고,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레깅스를 주로 입는 애슬레저 룩보다 상대적으로 갖춰 입은 느낌을 낼 수 있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운동할 때 입는 스타일도 중요한 요즘 세대의 구미에 맞는 스포츠 트렌드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운동과 동시에 스타일에도 사진에도 진심인 2030세대들과 더불어 테니스 룩에 매료된 패션 하우스의 행보가 눈에 띈다. 특히 올해는 미우미우, 보테가 베네타 등 다양한 패션 하우스에서 테니스 스커트를 선보이며 테니스 룩의 부활을 알렸다. 미우미우는 2022 F/W 컬렉션에서 윔블던 경기 룩이 연상되는 화이트 컬러 테니스 룩을 소개한 데 이어 지난 7월 생 트로페즈에서 ‘미우미우 테니스클럽’을 선보이는 등 테니스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고, 샤넬은 모나코 몬테카를로 해변에서 열린 크루즈 컬렉션에서 화이트 투피스 재킷과 치마에 테니스 라켓을 메고 등장해 우아한 테니스 스타일의 계보를 이었다. 또 운동선수들에 대한 찬사를 담은 마린 세르는 2023 봄/여름 쇼에서도 핑크색 보디수트와 선바이저, 브랜드의 시그너처를 새긴 테니스채를 들고 파리 외곽의 트랙 위를 활보했으며, 테니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라코스테는 프랑스 브랜드 아페세(A.P.C.)와 함께 90년대 프렌치 무드를 담은 협업 컬렉션을 내놓았다. 17년 동안 윔블던 경기의 공식 의상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폴로의 스타일은 또 어떻고. 지금은 테니스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나 많다. 저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테니스 룩을 해석한 다양한 브랜드의 테니스 룩에 예비 ‘테린이’는 벌써 심장이 뛴다. 푸른 코트 위를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그날을 고대하며 일단 쇼핑부터 해야겠다. 코트에 꼭 운동만 하러 가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