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의 정규 프로그램인 노마딕 건축 전시는 산 바빌라 광장에서 열렸다. 스튜디오 로쉘이 선보인 노바 하우스. 신작인 봄보카 소파와 벨트 라운지 체어가 눈길을 끈다.
밀란의 ‘가라지 트라베르시(Garage Traversi)’. 건축가 주세페 드 민이 1939년에 설계한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건축물이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무대로 변신했다. 2022 밀란 디자인 위크에 루이 비통은 낡고 헌 곳을 고쳐 새 단장을 마친 가라지 트라베르시에 그들의 아이코닉한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선보였다. 강렬하고 찬란한 원색의 벽과 바닥, 마르셀 반더스의 베네치아 랜턴이 별처럼 수놓인 천장으로 이뤄진 공간에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인디아 마다비, 아틀리에 비아게티, 바버 & 오스거비, 캄파나 형제, 로우 에지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출시한 60여 점의 오브제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들이 함께 펼쳐졌다.
루이 비통이 2012년부터 하우스 코드를 독보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온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마침내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이번 컬렉션에선 디자이너 아틀리에 오이, 캄파나 형제 그리고 로우 에지스가 루이 비통과 손잡고 선보인 시그너처 라인을 이어가는 새로운 버전이 눈길을 끌었다. 페르난도 & 움베르토 캄파나 형제의 ‘봄보카 소파’는 구름을 닮은 듯 몽글몽글한 형태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보카! 솜사탕을 베어 문 듯 입술을 간질이는 작명은 브라질의 결혼식 혹은 파티에서 즐기는 전통과자 이름에서 유래했다. 추상 조각 작품처럼 대담한 반면 부드럽고 편안한 착석감을 선사하도록 고안된 봄보카 소파는 이번 컬렉션에서 더욱 큰 사이즈로 재탄생했다.
밀란 중심가에 문을 연 루이 비통 플라워 팝업 키오스크에서는 아틀리에 오이의 독창적인 오브제 ‘오리가미 플라워’를 선보였다.
움베르토 캄파나는 새 컬렉션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봄보카 소파의 크기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11개의 플러시 쿠션 조각으로 이뤄진 4인용 소파인데, 이전의 봄보카 소파와 전혀 다른 볼륨감과 크기를 자랑하죠. 크기가 그 자체로 가구에 특별함을 더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야엘 메르와 샤이 알칼라이가 이끄는 로우 에지스의 코스믹 테이블은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 실내외용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종류에 따라 에나멜 또는 메탈릭 가죽으로 마감 처리된 기둥이 두껍고 둥근 유리 상판을 지지하고 있다. 과감한 색조와 소재로 강렬한 아방가르드 감성을 뿜어내는 디자인이다.
가라지 트라베르시의 두 개 층에 걸쳐 마련된 오브제 노마드 전시에는 루이 비통의 독창성과 창의성, 장인 정신을 담아낸 오브제 노마드 신작을 비롯한 기존 컬렉션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코스믹 테이블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마법처럼 이뤄졌어요. 아이디어가 디자인이 되는 과정이 굉장히 빠르고 단순했습니다. 야엘이 스튜디오에서 종이접기를 하며 시작됐죠. 세 개의 반복되는 형태로 기본적인 형태를 잡았고 이것을 발전시켜 테이블의 베이스를 만들었어요. 그 위에 아주 두꺼운 유리를 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꺼운 유리 무게를 거뜬히 지탱하는 제품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엄청나게 다양한 방법을 테스트했어요. 이번에 선보인 탄소섬유 구조는 많은 실험과 고민 끝에 탄생했죠. 카본 파이버를 사용해 만든 아주 얇은 구조로 유리 상판의 어마어마한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아틀리에 오이의 신작 3점은 벨트 라운지 체어, 벨트 바 스툴, 벨트 사이드 스툴이었다. 루이 비통 가방에 사용되는 가죽 끈으로 감싸고 브라스 소재의 버클로 고정한 벨트 체어의 계보를 잇는 오브제다.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하우스의 핵심 가치인 ‘여행 예술’을 재해석한다. 섬세한 소재의 아름다움과 유연성, 형태의 가능성과 균형미, 장인 정신이 빚어낸 정교함, 디테일을 향한 인간의 무한한 열정을 극대화해 왔다. 고급스러운 가죽 해먹, 접이식 스툴과 라운지 체어 등 독보적인 소재와 독특한 디자인, 섬세한 기술로 구현한 제품들은 모두 한정판 혹은 실험적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다. 여기에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재해석한 여행의 의미와 가치, 본질이 담긴다. 디자이너가 여행에서 받은 영감으로 오브제를 상상해 내면, 루이 비통이 이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기 때문이다.
아틀리에 오이가 디자인한 벨트 바 스툴의 매력적인 뒷모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여행이 일상에 초월적 영감을 더하는 디자인이자 예술 그 자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하지 못했던 시기를 거치며 여행이 지니는 의미는 오히려 확장됐다. 우리에겐 여행이라는 단어가 소환하는 동경의 마음, 과거에 경험한 여행에서 떠올리는 아름다운 기억들, 판타지를 품고 상상하는 일 역시 여행이 됐다. 이는 디자이너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로우 에지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루이 비통이 처음 우리에게 협업을 제안했을 때 나눈 짧은 이야기는 결국 여행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린 꿈과 기억 역시 여행이라고 생각했죠. 이제 모두에게 ‘여행’은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이동을 동반한 경험뿐 아니라 상상 속의 여정까지도 포괄하는 일이니까요. 혁신적인 여행용 트렁크를 발명한 하우스 설립자인 루이 비통은 여행의 선구자 역할을 했어요. 그러기에 우리도 루이 비통과의 협업에서 최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
아름다운 컬렉션 뒤에는 하우스와 디자이너 그리고 독보적인 장인들의 완벽한 호흡이 있다. 하우스의 다양한 노하우를 숙련된 손길로 재현하는 장인들은 이 단단한 협업에 실질적인 해결점을 제시하고 제작에 가장 적절한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움베르토 캄파나는 말했다. “루이 비통과 우리가 일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완벽한 배구 게임이 연상됩니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그들은 정말 감쪽같이 그리고 완벽하게 실현해 내거든요. 끊임없는 대화 속에 완벽한 서브와 패스가 이뤄지죠. 멋진 팀워크예요. 루이 비통은 하우스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정교함과 정확성을 존경해요.” 완벽함을 향한 섬세하고 정확한 노력과 헌신. 매해 스펙트럼을 넓히며 전개해 온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많은 이들에게 판타지를 선사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마르셀 반더스의 베네치아 랜턴이 찬란하게 수놓인 공간.
오브제 노마드 전시가 열린 가라지 트라베르시의 전경. 1939년 준공 당시 밀란을 대표하는 급진적 건축물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