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에르메스를 비롯한 다수의 쇼에서 1:9 비율의 가르마를 선보였다. 말을 탈 때 두 다리를 한 쪽으로 모아서 타는 ‘사이드 새들’에서 착안한 스타일로, 두피가 비칠 정도로 깊게 탄 가르마가 특징. 이마가 넓거나 긴 얼굴형을 보완해 주지만 한쪽으로 모발이 쏠려 자칫 얼굴의 비대칭이 부각될 수 있기에 실생활에 적용한다면 가르마 볼륨을 통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샴푸 후 모발을 말릴 때 가르마 반대 방향으로 드라이해 모발에 1차 볼륨을 더한다. 그 뒤 가벼운 제형의 볼륨 무스를 모발 뿌리 가까이 도포한 뒤, 손으로 살짝 구기며 드라이 열을 가하면 글래머러스한 볼륨 완성. 이때 뒷머리는 컬을 만들지 않고 매끈하게 뻗은 스트레이트 헤어를 매치해야 더욱 세련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보이시하고 ‘쿨’한 무드로 백스테이지의 단골 스타일인 웨트(Wet) 헤어의 인기는 이번 시즌도 계속될 전망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금 샴푸한 듯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이 아닌, 물에 흠뻑 빠진 듯 매끄러운 광택이 더해졌다는 것. 헤어 젤을 듬뿍 바른 후 빗으로 완성한 스타일은 일상에서 시도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젖은 모발에 헤어 젤을 동전 크기만큼 덜어내 모발 전체에 가닥가닥 발라줍니다. 이후 헤어드라이어로 가볍게 말려 준 뒤 빗이 아닌 손으로 빗질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모발에 광택을 더해줄 헤어 오일을 발라 정돈해 줍니다. 두피에 모발이 달라붙은 느낌이 아닌, 물기가 살짝 남은 자연스러움이 포인트로 모발 끝이 무심하게 떨어지도록 만들어 주세요.” 르네휘테르 교육부 정성희 부장의 조언을 참고하도록.
핑크, 옐로, 블루 등 비비드 컬러로 눈가를 물들인 모델들의 모습을 발렌티노와 생 로랑을 비롯한 런웨이에서 대거 찾을 수 있다. 정교한 테크닉 없이 눈과 눈썹 사이의 면적을 꽉 채워 바른 것이 공통적으로 존재감이 확실하지만 채도가 높은 컬러 섀도는 자칫 부은 눈으로 보이기 쉽다. 이럴 땐 눈꼬리에 편평한 브러시로 아이라인처럼 심플하게 그어주거나, 눈두덩을 캔버스 삼아 손가락으로 톡톡 도장 찍듯 터치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비비드 컬러 섀도는 쉽게 번질 수 있어 사용 전 투명 파우더로 눈두덩의 유분을 눌러 번짐을 최소화해 주세요. 베이스 섀도를 한 번 깔아준 뒤 그 위에 컬러 섀도를 터치하면 발색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수연 실장의 팁 또한 잊지 말자.
우주의 기운이 눈가로 향했다. 은박지를 눈에 얹은 듯 실험적인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인 구찌에 이어, 눈 모양을 따라 실버 라인을 그린 앰부시까지 화려한 액세서리 없이 메탈 섀도 하나만으로 근사하고 압도적인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다만 미래지향적이고도 야행성 무드를 장착한 메탈릭 섀도는 다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니 일상에서 응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한 방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눈 앞머리에 점을 찍듯 포인트로 활용해 메탈릭 섀도를 우아하게 해석한 디올의 룩이 좋은 예. 쉽고 간편할뿐더러 눈매를 시원하게 트여주는 효과를 줘 얼굴에 입체감을 더해줄 테니까.
말 그대로 눈썹이 사라졌다. “빅토리아 시대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미니멀 무드를 내기 위해 모델들의 눈썹을 탈색한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대신 피부는 장엄하게 빛이 나야 합니다. 컨디셔닝된 그런지(Conditioned Grunge) 룩이라고 표현하죠.” 리처드 퀸 쇼를 담당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Terry Barber)의 설명이다. 전형적으로 아름답지는 않아도 ‘쿨’하고 멋진 블리치드 브로(Bleached Brow), 즉 눈썹 탈색을 일시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스크루 브러시로 피부와 비슷한 톤의 컨실러를 눈썹 위에 바른 뒤 프레스드 파우더로 고정한다. 이렇게 하면 눈썹이 시각적으로 지워진 듯 보이는데, 극단적인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브로 마스카라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
창백한 피부에 검은 입술, 그을린 듯 번진 눈가까지. 스위니 토드를 연상시키는 오싹한 메이크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생기 가득함과는 거리가 먼 룩을 실생활에 적용한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따르자. 먼저 눈에 포인트를 준다면 브러시로 블랙 젤 라이너를 이용해 눈꼬리 쪽을 과감하게 터치한다. 브러시 끝부분 특유의 거친 텍스처를 이용한다면 전형적인 아이라인보다 과감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오롯이 입술에만 존재감을 준다면 텍스처 선택이 관건. 짙은 컬러일수록 매트한 질감은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같은 컬러라도 부드럽고 촉촉한 제형을 고르고 입술 중앙에 톡톡 두드리듯 발라 바깥쪽으로 퍼지듯 스머징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때 포인트를 줄 부분 외에 다른 부위는 메이크업하지 않은 듯 남겨두자.
이번 시즌 레드 립은 두 가지 명확한 악센트가 있다. 첫째로 컬러. 따뜻하게 햇볕이 잘 드는 뉘앙스의 오렌지 레드와 도도한 프렌치 시크 분위기의 페일 레드. 두 번째로 매트와 글로시로 극명하게 나뉘는 텍스처. 누구에게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메이크업이기에 취향에 따라 연출해 보자. 쿠션으로 입술색을 커버한 뒤, 매트한 제형의 차가운 레드 립스틱을 입술에 꽉 채워 바르고 그 위에 같은 계열의 립 브러시를 이용해 아이섀도를 올려주면 도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질감의 다홍빛이 도는 레드 립은 노란 기가 도는 피부 톤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효과가 있을뿐더러 밝고 건강해 보이기까지. 선택이 무엇이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채로운 레드 립을 즐겨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