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쿠튀르 쇼를 위해 버지니 비아르의 친구들이 발벗고 나섰다. 몰입감 넘치는 세트를 만든 작가 자비에 베이앙, 음악을 담당한 세바스티앙 텔리에, 티저 영상에 등장한 샬럿 카시라기 등 친구들의 환상적인 호흡이 그녀의 룩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뎀나 바잘리아가 두 번째로 선보인 발렌시아가의 51번째 쿠튀르 쇼는 화젯거리로 가득했다. 킴 카다시언, 니콜 키드먼, 두아 리파 등 셀러브리티들이 모델로 나오는가 하면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업한 페이스 실드,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스피커 백 등 기술을 접목한 패션 아이템까지 등장했으니까!
이탈리아에서 열린 두 개의 쿠튀르 쇼. 발렌티노는 브랜드를 시작했던 이탈리아로 돌아가 로마에서 장인들의 변치 않는 태도를 존경하며 ‘발렌티노 더 비기닝’ 쇼를 열었고, 돌체 앤 가바나는 시칠리아에서 오페라 ‘카발리에라 루스티카나’를 재현하며 10주년 기념 알타 모다 쇼를 열었다.
1930년대 초현실주의가 반영된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작품부터 대니얼 로즈베리가 이끌고 있는 현재까지 스키아파렐리의 아카이브 전시 〈쇼킹〉이 스키아파렐리 쇼 당일에 열렸다. 장 콕토와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 등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예술과 패션의 장벽을 허물었던 엘자 스키아파렐리에게 받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컬렉션을 선보이는 장 폴 고티에. 이번 컬렉션의 주인공은 올리비에 루스테잉이었다. 그는 콘 브라, 코르셋, 블루 스트라이프 등 고티에의 시그너처 아이템에 중성적인 실루엣을 접목시켜 그만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쇼 후반부, 크리스틴 맥미너미가 워킹 중에 넘어진 해프닝은 그녀의 ‘쿨’한 애티튜드로 마무리됐다.
극장에서 열린 마르지엘라 쇼는 무대의 실시간 촬영 장면을 스크린에 동시 상영해 영화처럼 연출했다. 도망치는 연인, 그들을 쫓는 카우보이, 간호사 등 존 갈리아노는 무대를 통해 패션과 자신의 스토리를 위트 있게 보여줬다.
디지털 컬렉션 기간이 길어진 탓일까? 쿠튀르 컬렉션 기간 동안 자신만의 속도로 미리 2023 S/S 컬렉션을 공개한 브랜드들이 있다. 레이스, PVC 소재에 메탈 디테일을 더한 파코 라반, 관능적인 룩을 섬세하게 다룬 알라이아, 그런지와 펑크를 넘나든 베트멍의 서프라이즈 쇼로 쿠튀르 기간이 한층 더 풍성해졌다.
룩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배가해 주는 깃털 장식이 쇼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했다. 헤드피스부터 드레스 끝자락, 공작새처럼 재킷 안팎으로 뻗어 나온 룩까지 런웨이에 날아든 다양한 새 모음을 감상하시라.
발렌시아가 쇼에 선 킴 카다시언을 따라 쿠튀르 쇼 프런트로에 입성한 딸 노스웨스트. 뒤이어 장 폴 고티에 쇼에도 참석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는데 수줍은 듯 은근히 관심을 즐기는 모습이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머지않아 노스웨스트의 캣워크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패션 하우스들은 이전보다 더 하이 주얼리에 힘을 싣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 전개한 하이 주얼리들이 쇼에 대거 등장한 것. 처음 선보인 펜디의 하이 주얼리부터 샤넬까지 일관된 컨셉트로 룩과 일맥상통하는 주얼리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순간이었다.
쿠튀르 쇼의 하이라이트, 웨딩드레스는 쇼의 마지막을 장식하거나 쇼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가장 화려하게 등장한다. 모델이 뒤뚱거릴 정도로 과장된 볼륨의 드레스부터 드레스보다 긴 길이의 리본을 더하는 스타일링까지 웨딩을 준비하고 있다면 쿠튀르 쇼에서 힌트를 얻어볼 것.
빅터 앤 롤프는 현장에서 직접 옷을 재창조하는 쇼를 선보였다. 행거를 끌고 등장한 두 사람은 과장된 수트를 벗겨 주름을 잡고 액세서리를 바꿔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룩으로 재탄생시켰다. 그야말로 같은 룩, 다른 느낌을 보여준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