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경험했던 한 친구는 그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기쁜 일인데 어떤 면에선 아주 불편하고 나중엔 치욕스럽기까지 해. 배는 불러오고 뼈가 벌어지고 몸도 불어나니까. 속수무책으로 힘든 건 둘째치고 예전에 입던 예쁜 옷을 보며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입을 수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날 우울하게 했어. 자존감이 바닥을 치더라고.” 입고 싶은 옷을 못 입는 슬픔을 십분 이해하기에 출산 경험이 없는 에디터는 그 심정에 마음이 동한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숭고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 여자는 10개월 동안 변해버린 자신의 몸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고의 시간이기도 한 것. 스스로를 아끼고 자존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자기 몸 긍정주의에 귀 기울이는 이 시대에도 어쩌면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내기 위해 희생하는 엄마들에게 무관심했던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리한나의 행보는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었다. 지난 2월 힙합 뮤지션 에이셉 라키와 임신 소식을 발표한 리한나는 샤넬의 핫 핑크색 패딩 코트와 커스텀 주얼리, 로 라이즈 데님을 입고 찍힌 스트리트 컷에서 볼록한 배를 당당하게 드러냈다. 정말 뽐냈다는 말이 어울린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제 몸은 지금 엄청난 걸 하고 있어요. 전 이걸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선언했고, 다들 가리기에 급급했던 통 큰 머터니티 룩에 반기를 드는 리한나의 행보에 에디터는 물론 대중 역시 열렬히 환호했다.

‘리한나라서 가능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풍만한 D라인은 패션계에 유행처럼 번졌다. 더 이상 자신의 D라인을 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듯 말이다. 섹시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에인절로 활동하던 아드리아나 라마는 2022년 칸영화제에서 시원하게 배를 드러낸 검은색 발망 드레스를 입고 과감하게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가 하면 급기야 〈엘르〉 브라질 커버를 만삭의 몸으로 장식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지난 6월 〈엘르〉 영국 커버 걸로 등장한 배우 소피 터너 또한 풍만한 몸에 어울리는 블랙 가운을 입고 메트 갈라에 등장하거나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드레스에 힐을 신고 특유의 D라인을 우아하게 소화해 시선을 끌었다. 또 임신 중에도 반짝이는 보디 체인으로 볼록 나온 D라인을 강조하거나 보디라인이 여실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마음껏 즐기는 배우 셰이 미첼도 자연스럽게 이 변화에 합류한 듯 보인다.











시간을 거슬러 2018년 리한나의 첫 번째 란제리 컬렉션 새비지×펜티 런웨이에서 임신 9개월의 모델 슬릭 우즈를 봤을 때가 떠오른다. 그 시기의 그녀는 충격이었고, 지금의 리한나는 혁명이 되었다. 불과 4년 만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임신부 룩을 자유롭게 즐기는 그녀들을 보며 나 또한 어쩌면 엄마가 돼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무장한 지금 이 시대의 엄마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달까. 훗날 같은 입장이 됐을 때 위축되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핀터레스트에 ‘레이스 출산 가운’ 검색량이 40% 증가했다는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반짝하고 사라질 그들만의 트렌드가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