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에서 특정 제품을 구매하거나 퍼즐을 맞추면서 마음속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감정을 얼굴에 쏟아부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적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그야말로 고립된 상황이었는데, 그때부터 거울 속 내 얼굴을 강박적으로 뜯어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재택 근무로 늘어난 줌 미팅은 이 현상에 불을 지폈다. 필터 없는 화면 속의 정직한 내 모습을 보며 ‘오른쪽 입이 처졌네’ ‘엄마의 늘어진 턱살이 이제 내 차례까지 왔구나’ ‘언제 오른쪽 눈꺼풀이 이렇게 처진 거지?’라며 끝없이 비판하고 있었던 것. 가끔 얼굴이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지경이라는 생각이 들면 아예 줌 비디오를 켜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내 화면 속 셀프 캠은 켜둔 채 말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얼굴 혐오’는 더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으며 오늘도 얼굴 상태가 추하고 끔찍한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얼굴이 부었나? 피부가 좀 늙어 보이나?’ 그렇게 아침마다 오늘의 결함을 찾아냈고, 10분마다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거울에 비친 결함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집요한 행동이었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이쯤 되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건강한 방식으로 자기애를 실천하는 습관을 전파하는 라이프스타일 코치 레이첼 프링글(Rachel Pringle)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거울을 보거나 거울 속 내 모습을 생각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배우고 싶었지만, 레이첼은 내가 부정적인 생각에 맞설 수 있도록 거울 속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집중해 내 긍정적인 면을 적어보라고 했다. 한참 생각하다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다. ‘너의 연약한 점이 멋져, 나는 네 예민함을 존중해, 지금 이 작업을 하고 있는 네 모습이 좋아.’ 이런 연습은 생각했던 대로 어색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스스로를 샌드백 취급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레이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칭찬하는 것은 ‘얼굴 혐오’가 아니며, ‘나’의 진정한 면모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즉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미러 워크’ 방법은 심리치료 전문가 루이스 L. 헤이(Louise L. Hay)가 1984년에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된 〈치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에서 처음 소개된 방법으로, 원래 자기연민을 키우기 위해 고안됐다. 준비물은 약간의 시간과 거울, 긍정적 확신이 전부. 미러 워크는 자신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자나 실제로 자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추천하고 있지만, 그 효능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 심리학 저널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에 발표된 2017년의 연구에 따르면 미러 워크는 부교감신경계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안정되고 평온한 마음 상태를 만들어준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이 커지고 ‘나’와 관계를 개선하는 사고 패턴을 확립해 준다는 장점도 있다. 미러 워크를 한다고 해서 매일 거울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런 변화를 위한 시작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 얼굴을 사랑하기 위한 여정의 다음 단계는 동기부여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멜 로빈스(Mel Robbins)가 지난해 9월 출간한 〈굿모닝 해빗 The High 5 Habit〉을 읽는 것. 로빈스는 아침에 양치질하고 곧바로 거울을 바라보며 그날의 목표를 정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과 하이 파이브를 하는 등 미러 워크의 로빈스 버전을 제시한다. 작가도 욕실 거울에 하이 파이브를 하라는 말이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린다는 걸 인정한다. 다만 이것이 마음속의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고 그 자리를 ‘나는 너를 믿어’ ‘가보자, 계속’ 같은 말로 채울 수 있다고 확언한다. 마치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를 외치며 팀원을 뜨겁게 독려했던 김연경 선수처럼 말이다. 이 행동을 통해 처음에는 바보같이 느껴졌지만 나에게 용기를 주는 최고의 파트너는 바로 자신이라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이 연습을 응용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됐다. 믿고 말고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의 몫이지만 최근 눈썹을 그리면서 내가 ‘오늘도 할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마침내 거울을 바라보며 나를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줌 회의에서 내 모습을 보며 조금 덜 평가하고, 용기를 주고 있다는 점 또한 달라졌다. 물론 내가 완벽해졌다는 말은 아니다. 요즘도 백미러를 보며 문득 ‘보톡스를 맞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만 이제는 ‘어떤 감정이 필요하지? 내 마음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인정받는 기분이 들도록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빠르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이런 질문조차 부담스러운 날에는 마음속으로 ‘비디오 끄기’ 버튼을 누르고 말면 끝. 스스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연습’을 할수록 점점 더 자신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생각의 길이 열리면 비슷한 생각을 할 때마다 그 길이 더 넓어지는 법. “Mirror, mirror on the wall. Don’t say it, ’cause I know I’m cute.” 리조의 노래 가사처럼 자존감을 지키며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비로소 거울 속의 나에게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