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하우스에 ‘뉴 보테가’ 신드롬을 일으켰던 다니엘 리의 빈자리를 채운 인물은 보테가 베네타 RTW 디자인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 라프 시몬스를 거쳐 메종 마르지엘라(카니예 웨스트가 착용해 화제가 됐던 크리스털 복면이 그의 작품), 셀린느와 캘빈 클라인에서 성실히 쌓은 커리어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 것. 브랜드의 시그너처 코드에 동시대적 키워드를 영민하게 조합한 첫 쇼는 전임자의 존재감을 잊게 할 만큼 탁월했다. 여기에 에디터이자 스타일리스트 알라스테어 매킴, 사진가 윌리 반데페르가 조력자로 나서 그의 새 출발을 함께했고, 피에르 드뷔시어가 쇼의 음악과 비주얼 아트를 담당해 ‘뉴 보테가 크루’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려 5년간 공석이었던 에밀리오 푸치를 카미유 미셀리가 맡는다. 그녀는 아제딘 알라이아와 샤넬을 거쳐 루이 비통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하우스 최초의 여성 디렉터이며, 브랜드 재정비에 앞서 브랜드 로고부터 카프리 섬 스토어 리뉴얼까지 열정적으로 관여 중. 곧 카프리 섬에서 카미유의 첫 런웨이 쇼를 선보일 예정이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알 단테(Al Dente) 소속이자 친오빠인 파트리치오 미셀리가 로고와 그래픽 디자인에 참여했다.
전통 있는 이탈리아 패션 하우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공표한 의외의 인물(!)은 바로 막시밀리언 데이비스다. 유서 깊은 패션 브랜드의 행보가 꽤 파격적인데, 자메이카 태생의 아버지와 트리니다드 출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소수민족의 뿌리에서 출발한 그의 브랜드는 2020년 론칭 이후 두아 리파, 리한나와 에이셉 라키의 러브 콜을 받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아직 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타일리스트 이브라임 카미라와 포토그래퍼 라파엘 파바로티가 오랜 시간 그의 조력자로 함께했으니 곧 선보일 컬렉션도 남다를 것으로 기대해 본다.
두말하면 입 아픈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 니고. 뛰어난 사업 수완과 탁월한 감각으로 스트리트 패션의 역사를 써온 니고가 겐조의 디렉터로 발탁됐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브랜드에 협업과 멀티플레이에 능한 니고의 등장은 데뷔 쇼부터 범상치 않았으니! 퍼렐 윌리엄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에이셉 라키 등이 쇼 음악을 제작했고, 친분을 증명하듯 프런트로에 빠짐없이 출석했다. 일본 전통 복식과 프레피 룩, 워크웨어, 스트리트 무드가조화를 이룬 컬렉션은 스타일리스트 마크 라이스와의 합작품. 일본어로 ‘2호’를 뜻하는 니고가 곧 ‘1호’의 자리를 빛낼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이브 생 로랑을 닮은 수려한 외모와 어린 나이로 주목받으며 패션계의 신예로 떠오른 샤를 드 빌모랭이 로샤스를 이끈다. 랑방에서 인턴을 거친 후 장 폴 고티에의 후원을 받아 쿠튀르 쇼 객원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그는 니키 드 생팔, 마르크 샤갈의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떠오르는 스타일로 로샤스에 독창적인 감각을 불어넣었다. 스타일리스트 카미유 비도 와딩턴과 사진가 필리포 포티스, 리카르도 듀비턴트가 샤를 드 빌모랭의 동화적 판타지를 구현하는 데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