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한 에센스, 힐링 트렌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과도할 만큼 드라마틱한 트렌드들이 시대가 주는 의무로 다가온다면? 이 불안정한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좀 더 본질적이고 순수한 가치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

1 라피아 추출 섬유에 엘리게이터 가죽으로 트리밍한 클러치, 가격미정, 버버리프로섬2 파르슈트 샤틴 소재에 지퍼가 달린 플리트 쉬프트 드레스, 가격미정, 버버리프로섬3 자연스러운 색삼과 소재로 디자인된 패치워크 햇, 30만원, 버버리프로섬촌스럽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80년대 파워 룩, 원시적인 순수함과 낙천적인 기운을 탐닉하게 하는 아프리칸 룩, 그리고 아날로그부터 테크놀러지컬한 핸드 프린팅의 향연까지 이 시대는 참으로 다양한 트렌드를 탐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패션을 제시하는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밝힌 디자이너들의 담소는 영원하고 근원적인 욕구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도나카란은 자신의 2009년 봄여름 컬렉션을 두고 영혼을 치유하는 컬렉션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으며 마크 제이콥스는 단순한 유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다들 삶에 지친 것일까. 지극히 화려한 세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평화롭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힐링 트렌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을 가장 극명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디자이너는 버버리 프로섬. 요크셔에 있는 자신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비가 내리는 촉촉한 정원을 담아냈다는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물에 젖은 듯 몽환적인 아이템들을 대거 내놓음으로써 자연과 하나가 될 것을 제안했다. 구깃구깃하게 물든 듯 염색된 트렌치 코트, 주름 종이 같은 모슬린 팬츠, 나무로 된 뱅글, 푹 눌러 쓴 모자 그리고 밀짚 텍스처의 클러치 등은 자연스럽고 친근한 멋을 자아낸다. 시종일관 내추럴룩을 고수하는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시즌 바디를 너무 존중했나 싶을 만큼 인위적인 디테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수퍼 내추럴한 룩을 내놓았다. 시대는 더 많은 것을 가지라 종용하지만 여유 없이 살아온 21세기형 수퍼 에고들. 이제 문명 이전의 자유와 순수로 잠시 돌아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