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부드러운 모래, 여름날의 강렬한 에너지가 공기 중에 넘실거리는 바캉스 무드를 담은 비치 룩의 활약이 돋보인 새 시즌. 당당한 워킹과 건강한 몸매의 90년대 슈퍼모델 런웨이를 오마주한 샤넬을 필두로 이자벨 마랑, 코페르니와 블루마린 등 많은 디자이너가 비치 웨어에 탐닉한 다채로운 룩을 선보였다. 하루빨리 머나먼 휴양지에서 여유를 만끽할 그날을 기다리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범상치 않은 매력을 발하는 바이커 재킷의 활약이 돋보였다. 장미 가시처럼 뾰족한 스터드를 전면에 장식한 리처드 퀸과 돌체 앤 가바나의 재킷은 그 자체로 파워플했고, 이질적인 소재의 조합이 특징인 알렉산더 맥퀸, 실루엣으로 승부수를 둔 발렌시아가와 시몬 로샤의 가죽 재킷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레전드’로 회자되는 속이 훤히 비치는 케이트 모스의 90년대 시어 슬립 드레스 룩을 기억하는지. 이번 시즌 런웨이에 그녀의 레전드 룩을 닮은 네이키드 드레스가 총출동했다. 과연 입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맨 살이 야릇하게 비치는 드레스의 새로운 활약을 예의 주시하시길.
가슴 위를 대범하게 감싸는 X자 형태의 스트랩 톱이 유행 반열에 올랐다. 이 생경하고도 친숙한 톱은 여전히 맹렬한 기세로 유행 중인 Y2K 스타일과 맞물려 떠오르고 있는데 , 그때 그 시절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옷차림을 떠올리면 공감이 쉬울 듯. 올봄 키 아이템인 마이크로 미니스커트나 로 라이즈 팬츠와도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색색의 물감을 과감하게 채색한 듯 비비드한 색감의 그래픽 스트라이프 패턴이 봄/여름 런웨이를 물들였다. 무늬가 크면 클수록, 색깔이 선명할수록 더욱 근사하니 무채색 마니아들도 새로운 계절에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
마크 제이콥스의 아이코닉한 슈퍼 플랫폼 슈즈가 연상되는 높고 투박한 플랫폼 슈즈가 다시 유행 궤도에 진입했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동안 편안한 스니커즈와 플랫 슈즈가 유행했기에 패션 판타지를 자극하는 슈퍼 플랫폼 슈즈의 귀환이 반가울 따름!
왠지 중간은 없는 듯한 이번 시즌. 상의는 아동복처럼 더욱 작아지고, 스커트는 극단적으로 짧아졌으며, 선글라스는 크면 클수록 멋진 ‘거거익선’의 흐름을 따른다. 최근 출시된 코페르니와 젠틀 몬스터의 협업에서도 볼 수 있듯 젠Z세대는 얼굴을 반쯤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에 매료됐다.
「 STATEMENT TRENCH COAT
」 클래식 룩의 상징과도 같은 트렌치코트가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쳐 보다 참신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른바 ‘스테이트먼트 트렌치코트’라 불리는 새 시즌의 트렌치코트는 옷장 속에 고이 모셔두고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예술적인 형태와 디테일을 자랑한다.
갤러리에 놓인 조각 작품처럼 독창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실루엣의 드레스 역시 S/S 시즌의 관전 포인트. 엄지로 살짝 꼬집어놓은 듯한 로에베의 드레스부터 샹들리에를 닮은 형태가 인상적인 루이 비통까지,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드레스들이 곳곳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