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트 길이와 경제의 상관관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스커트 길이와 경제의 상관관계

다시 돌아온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트렌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지회 BY 김지회 2022.03.10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디 길이 스커트의 단아함에 매료된 때가 있었다. 무채색의 미디스커트 룩에 낮은 로퍼를 신고 톱 핸들 백을 들 때마다 친구들은 법원에서 나온 것 같다며 ‘승소냐, 패소냐’ 하며 놀렸지만, 애쓰지 않아도 갖춰 입은 듯한 기분을 꽤 만끽했었다. 교복처럼 입었던 미디스커트를 올겨울엔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은 건 분명 기분 탓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 즈음, 지난가을 미우미우 쇼를 넋 놓고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 한 뼘 길이의 스커트는 정말 입고 다니는 것이 가능할까?’ 본격적인 S/S 시즌을 앞두고 프레젠테이션에서 직접 본 스커트 길이는 역시나 놀라웠다.
 
패션 팀에서 유일하게 스커트를 입어본 기자에게 “앉을 수 있어? 숙이는 건 가능해?”라고 묻자, 피팅 룸에서 당당하게 ‘거셀’(거울 셀프 샷)을 찍은 그녀조차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예쁘긴 한데 입긴 좀 힘들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날 SNS를 통해 본 후기 사진들은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드러난 배의 너비가 스커트 너비보다 넓은 쇼 룩을 그대로 입은 사진부터 가슴 아래를 밖으로 노출하는 언더붑(Underboob) 사진에까지 이르면 나는 그저 유교 걸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스커트 길이를 공들여 생각하는 이유는 노출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헤어스타일부터 슈즈 높이까지 스커트가 모든 비율을 좌우하는 ‘무게 중심’이기 때문이다.
 
분석적인 경제학자들은 1920년대부터 다양한 스커트 트렌드를 경제와 연관시켰다. 가장 먼저 ‘헴라인 지수’를 내놓은 사람은 조지 테일러. 그는 스타킹이 귀하던 시절, 경제가 좋을 때는 다양한 디자인의 스타킹을 자랑하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제가 어려울 땐 질 좋은 스타킹을 살 수 없어 헴라인이 길어졌다는 게 당시 그가 내놓은 이론이다. 경제 호황기였던 1960년대는 다른 이유에서 미니스커트가 인기를 모았다. 윤복희가 한국에 미니스커트 혁명을 일으킨 바로 그 시절, 런던에서 앙드레 쿠레주와 메리 퀀트가 불러일으킨 미니스커트 열풍이 런던의 팝, 록 음악과 함께 모즈들을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갑자기 경기는 호황을 탔고 우리는 그 첫 세대로 젊지만 돈이 있었죠. 그래서 문화적으로 자유를 표출할 여유가 있었어요. 미니스커트는 그 일부였죠. 매우 활기차고 순수한 분위기. 돌이켜보면 그건 여성운동의 시작이었어요.
메리 퀀트의 말처럼 그녀가 살던 세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지금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예시로 스커트 길이와 경제 관계에 대해 반비례 이론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흔히 ‘립스틱 지수’로 알고 있는 것처럼 짧은 스커트의 유행을 소박한 사치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 심리적으로는 경제가 안 좋을수록 우울한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가볍고 몸을 드러내는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1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트렌드가 우연히 겹친 것일까? 불황기였던 Y2K 트렌드, 호황기였던 60년대 모즈 룩이 엉덩이를 겨우 덮을 만큼 아찔한 길이의 스커트와 함께 돌아왔다. 하지만 앞선 학자들의 서로 다른 이론처럼 돌아온 트렌드가 결코 똑같은 방식으로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짧게, 더 짧게’를 외치던 킹스 로드의 소녀들, “이렇게 입으면 기부니 조크든요”라고 말하는 로데오 거리의 그녀들이 그랬듯 성수동 연무장길을 걷는 그들의 인터뷰가 지금의 시대를 말해 줄 것이다. 몸의 자유를 원했던 모즈들과 불안을 벗어나고자 했던 세대처럼 2022년 소녀들이 짧은 치마를 입은 ‘진짜’ 이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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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지회
    사진 gettyimageskorea/ IMAXtree.com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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