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메종의 자수법에 대한 찬사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종잇장보다 얇은 패브릭 위에 비즈를 빼곡히 수놓은 보디수트부터 크리스털을 주렁주렁 단 슬리브리스 재킷, 반짝이는 실을 심어 마치 프린지가 한 올 한 올 움직이는 듯한 스커트까지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파리 로댕 미술관의 정원에서 마드비 파레크와 마누 파레크의 작품을 배경으로 쇼를 선보인 것은 손끝에서 ‘한 땀 한 땀’ 탄생하는 자수와 회화의 공통점을 시사한 것 아닐까.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비전은 여성이 지닌 힘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킴 존스의 말처럼 고대 로마의 여전사이자 여신이 강림한 듯한 룩들이 이어졌다. 고대 여인의 옷차림에서 차용한 우아한 드레이핑으로 완성한 드레스를 킴 존스만의 미학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의 정석 그 자체였다.
런웨이를 힘차게 질주하는 샬럿 카시라기의 승마로 쇼의 시작을 알린 샤넬. 곧이어 반복적인 패턴의 수트, 깃털 슬리브를 단 트위드 드레스와 기하학적으로 재해석한 카멜리아 모티프의 자수 드레스 등 20~30년대 구성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룩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버지니 비아르는 복잡한 입체를 단순한 면으로 재해석하는 현대조각가 자비에 베이앙의 접근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귀띔했다. 오프닝의 승마 장면 역시 자비에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말을 표현한 것.
새 시즌 오트 쿠튀르 쇼를 위해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가장 집중한 부분은 바로 ‘다양성’.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쿠튀르 런웨이 위로 다양한 인종과 연령, 보디 사이즈의 모델들이 오르며 신선한 반전을 꾀했다. 여기에 극도의 장식적 디테일과 유려한 실루엣이 부드럽게 충돌하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으니, 그야말로 동시대적 흐름을 성공적으로 반영한 쿠튀르 쇼라 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