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규칙 없는 그런지 룩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화려한 클럽 무드의 1980년대 대신 자유를 노래하고, 사회를 비판했던 보헤미안들의 1980년대 그런지 룩에 주목한 디자이너들이 있다. 낡고 해진 듯한 옷들을 아무런 형식이나 규칙없이 겹쳐 입어 특별한 조합을 만들어낸 그런지 룩은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반짝이는 레이어링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드레싱을 선사했다.::올슨 자매, 코리 케네디, 피치스 겔도프, 아기네스 딘, 펑키한, 엘레강스한, 시크한, 엣지있는, 우아한, 행사장, 모임, 시상식, 파티, 데이트, 스페셜데이, 무대, 마크제이콥스, 컨버스, 비비안 웨스트우드, 드레스, 그런지 룩, 케쥬얼, 엘르, 엘르걸, 엣진, elle.co.kr:: | ::올슨 자매,코리 케네디,피치스 겔도프,아기네스 딘,펑키한

grunge spirit‘낡아서 해진 듯한 의상으로 편안함과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 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그런지 룩(Grunge Look)이 이번 시즌 패션 월드에 새롭게 진입했다. 1980년대를 MTV 시절이 연상되는 현란한 클럽 무드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하이패션과 엘리트주의로 가득한 사회에 반기를 든 보헤미안들이 주로 입었던 그런지 룩으로 추억하는 사람이 있다. 어쨌든 이 둘의 코드는 한결같은 ‘과장’이란 공통 분모를 지녔다. 지난 시즌부터 지겹도록 리바이벌되었던 클럽 무드의 1980년대에 싫증을 느낀 디자이너들은 한껏 해지고 풀어진 ‘낡음의 미학’으로 1980년대 키워드를 찾아냈다. 이름하여 2009년 버전의 뉴 그런지 룩! 그런지 룩의 기원을 거슬러올라가면 미국 시애틀을 중심으로 한 그런지 음악이 있다. 그리고 그런지 음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바로 27살의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너바나의 리드 보컬 커트 코베인. 구제품 숍에서 건진 듯한 티셔츠와 낡고 해진 데님 팬츠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분노에 찬 듯한 기타음, 내성적이면서도 분열적인 노랫말, 소외된 채 흐느적거리는 듯한 몸짓에서 ‘그런지 룩’의 기원을 발견해낼 수 있는 것. 게다가 그의 룩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낡고 해진 컨버스는 그런지 룩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컨버스는 커트 코베인 추모 10주기를 기념해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지 룩이 패션 월드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3년 마크 제이콥스에 의해서다. 당시 페리 엘리스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던 그는 뉴욕 뒷골목의 가난한 사람들의 옷차림을 그대로 가져와 패션쇼 무대 위에 재현해냈다. 셔츠를 반바지 위에 두르고 긴 원피스를 그 위에 입는가하면 노숙자가 쓰는 것 같은 모자와 끈 풀린 운동화를 착용한 모델이 컬렉션을 장식했다. 컬렉션이 끝난 후의 반응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기존 가치에 반기를 든 전혀 새로운 패션’ 이라는 찬사와 ‘쓰레기’라는 혹평을 동시에 들었지만, 결국 마크가 페리 엘리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함을 내려놓는 비운의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다. 낡고 허름한 옷들을 아무런 형식없이 겹쳐입은 모습이 넝마를 닮았다 해서 ‘넝마주이’라고 불리는 그런지 룩이 하이 패션에서 금기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헤로인 시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영스터들의 스트리트 룩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그런지 무드는 이제 디자이너들에게도 무한한 영감이 되고 있다. 케이트 모스, 올슨 자매에 이어 코리 케네디, 피치스 겔도프, 아기네스 딘 등 옷 좀 입는다는 셀렙들이 선택한 그런지 룩이 패션 월드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runway on grunge 이번 시즌 컬렉션을 앞두고 디자이너들은 긴장감을 늦추고, 좀더 느슨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런던 거리로 나가 영스터들의 펑크한 그런지 룩을 마스터하고, 1980년대 자유를 노래한 그런지 음악을 추억하며 컬렉션을 풀어냈다.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스피릿에서 영감받은 찰스 아나스타샤 컬렉션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연상되는 펑크와 아메리카 캐주얼이 한데 뒤섞여 걸리시한 룩킹이 선보였다. 프레피 무드의 체크 셔츠와 그레이 모직 팬츠를 입고, 여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짧은 모피 재킷을 걸쳤으며, 화이트 코튼 셔츠엔 롱 카디건을 입고 그 위에 라이더 베스트를 레이어드 한 다음 워싱이 독특한 데님 팬츠를 매치했다. 게다가 다양한 패브릭을 이어붙인 듯한 패치워크 드레스와 거친 텍스처의 흡사 포대 자루 같은 실루엣의 드레스 등 1980년대 그런지 교과서에 충실한 룩이 등장하기도 했다.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의 보헤미안 룩은 형식이나 소재의 제한없이 다양한 레이어링을 통해 재현되었다. 볼드한 블랙 터틀넥 니트 스웨터와 현란한 프린트 레깅스, 오버사이즈 코트의 조합이나 실크 블라우스와 레이스 스커트, 레오파드 프린트 레깅스, 여기에 밍크 코트나 남자 것 같은 박시한 밀리터리 점퍼를 입어 변화무쌍한 레이어링의 공식을 보여준 것. 디스퀘어드의 딘&댄 형제를 통해 선보인 그런지에선 1980년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반항적 보호들은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요즘 영스터들이 열광하는 스트리트 룩을 완벽히 재현해냈다. 한손엔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 라테를, 다른 한손엔 블랙 베리를 들고 제스처를 취한 모델들은 티셔츠와 스쿨룩 파스텔 셔츠, 보이 프렌드 진과 넉넉하게 물이 빠진 가죽 재킷 그리고 트럭 운전사 모자의 조합으로 하이 & 로 스타일링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 등장한 그런지 룩은 획일화된 스타일링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반기쯤으로 볼 수 있다. 정교한 쿠튀리에 터치나 최고급 소재로만으론 반드시 최고의 옷이 완성될 수 없다고 디자이너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넝마주의라는 비판을 듣던 그런지 룩이 패션 아카이브를 당당하게 장식할지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 무엇보다 그런지 룩을 연출할 땐 어떻게 겹치고 조합하는지 등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기발한 룩킹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자.*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