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내려 입은 로 라이즈의 귀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아슬아슬하게 내려 입은 로 라이즈의 귀환

아슬아슬하게 내려 입을수록 극적이다. Y2K 패션 신드롬과 함께 돌아온 로 라이즈 룩.

이혜미 BY 이혜미 2022.02.07
트러커 햇과 스카프 톱, 벨리 체인 등 Y2K 산물이 ‘촌스럽다’는 불명예를 벗고 ‘빈티지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며 Z세대의 환호를 받고 있다. 돌고 도는 게 패션이라지만 그 시절을 누빈 3040 세대에게 다소 부끄러운 흑역사가 ‘쿨하다’는 재평가를 받으며 귀환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릴 때 입었던 볼레로가 옷장 밖으로 나왔는데 뜻밖의 환대를 받는 기분이랄까? 패션 쳇바퀴 속에 Y2K 신드롬은 쉬이 잠들지 않고 일명 ‘골반 바지’의 강세로 이어졌다. 밀레니엄 버그에 감염됐던 그 시절의 패션 히어로인 패리스 힐튼이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보여줬던, 치골이 훤히 드러나는 그 패션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복통 유발 패션이라 부를 만큼 배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언더웨어가 보일 정도로 치골에 하의를 걸쳐 입는 것이 이 룩의 포인트
 
배에 힘을 주고 걸어야 하는 뉴 트렌드는 런웨이까지 덮쳐 미우미우 2022 S/S 컬렉션을 통해 트렌드 최전방에 도달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손끝과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의 감각이 시너지를 일으켜 로 라이즈 열풍을 일으킨 것. 이렇게 공개된 미우미우 컬렉션은 즉각적인 반응 속에 ‘좋아요’ 세례를 듬뿍 받았고, 패션 이슈임을 확인시키듯 피터 두는 런웨이 복사본처럼 만들어 입고 찍은 셀피를 SNS에 업로드했다. 너도나도 찾게 만든 미우미우의 전략은 상의는 더 짧게, 하의는 더 아래로 내려 입어 몸매를 과감하게 노출하는 것. 여기서 특징은 팬츠를 가위로 싹둑 잘라 완성한 디테일이다. “겨우 몸을 가릴 만큼 짧은 스커트로 트라우저를 잘랐다. 가위질 그대로 헴라인이 노출되고,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을 보여준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실밥이 너덜거리고 스커트 밑으로 안감 주머니가 드러나는 등 정형화된 규칙을 벗어난 로 라이즈 룩은 자유분방한 태도를 자극했다. 셔츠나 스웨터 등 베이식 아이템을 매치해 클러버처럼 노골적 노출이 아닌, 비즈니스 우먼의 파격적인 옷장처럼 클래식한 관능을 발산하면서.
 
물론 추억 속에 자리한 패리스 힐튼과 니콜 리치의 2000년대 초반 스타일대로 Y2K 패션을 복원한 디자이너도 있다. 블루마린의 니콜라 브로그나노가 대표적인 예. 아마도 그는 블루마린을 맡으며 Y2K 시절의 영광을 되찾으려 했던 것 같다. 과거 스타의 전성기를 닮은 패션을 등장시켰는데, 특히 나비 톱을 매치한 로 라이즈 룩은 머라이어 캐리가 2000년대에 VH1 디바스 라이브(Divas Live) 콘서트 때 입었던 패션을 ‘복붙’한 듯 닮았다. 이뿐인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VMA 2002에 선보인 스타일처럼 아슬아슬하게 치골도 드러냈다. 그것도 당시 히트를 친 대표 액세서리인 커다란 나비 버클 장식의 벨트를 두른 채 말이다.
 
팬데믹 시대가 도래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원 마일 웨어 패션은 더욱 급부상했다. 편안한 ‘집콕’을 위해 늘어진 옷이 필요해지면서 스웨트셔츠와 조거 팬츠 속에 우리 몸은 한동안 감춰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에 대항하듯 노출이 우리 감각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배가 드러나는 패션을 보며 많은 이가 생각했다. ‘과연 내가 입을 수 있을까?’ 그 순간 눈에 들어온 볼록한 배는 뉴 룩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인식하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패션 월드를 지배한 ‘날씬해야 한다’는 획일화된 미적 기준도 상기시켰다. 그래서 이번 트렌드에 대해 보디 포지티브에 저항하는 움직임이라며 반기를 드는 이도 있다. 다이어트 프라다 계정에 로 라이즈 룩이 등장하자 우려의 댓글이 달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노출을 명민하게 응용한다면 역주행한 복고 패션을 이 시대 패션처럼 즐길 수 있다. 허리 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큼직한 버클 장식의 벨트가 돌아왔고, 언더웨어를 의도적으로 드러나게 연출하는 스타일링이 급부상할 전망이며, 반짝이는 벨리 체인과 로 라이즈 룩은 환상의 조합을 이룰 것이다. 혹은 미우미우의 또 다른 버전처럼 긴 셔츠를 이용해 노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게다가 로 라이즈 패션이 유행의 정점에 있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지금은 패션을 소비하는 방식과 사고가 진화된 2022년이다. 깡마른 유명 인사가 패션을 지배하고 사이즈 ‘0’이 미학의 기준이 되는 시대는 저물었다.
 
노출을 주저하지 않고 치골을 보이는 벨라 하디드부터 신체의 다양성을 적극 수용하는 콜리나 스트라다의 런웨이 룩까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야를 가졌다. 글로벌 패션 쇼핑 플랫폼 리스트(Lyst)의 통계에 따르면 로 라이즈 청바지 검색이 91%나 증가했다. 이를 통해 향수를 자극하는 패션의 회귀가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동시대적 행보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과거로부터 불어온 변화의 바람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건 어떨는지. 알고리즘으로 패션을 배우지 않는  Z세대가 유물을 끄집어내 그들만의 시야로 패션을 영민하게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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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혜미
    사진 IMAXtree.com/GETTYIMAGESKOREA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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