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가까운 일식으로 성북동을 주름잡던 박재호 셰프. 3년 전 돌연 레스토랑 문을 닫고 훌쩍 미국으로 떠났던 그가 다시 성북동으로 돌아왔다. 레스토랑 이름도 전과 같은 구보다 스시다. 간판도 채 달지 않은 곳이건만 어찌 된 일인지 연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회장님들도 이곳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할 정도. 개방적인 구조 탓에 가족과 연인, 비즈니스로 온 손님들이 한데 섞이기 일쑤지만 이곳에서는 그게 더 자연스럽다. 툭하면 서비스로 술을 콸콸 따라주는 바람에 원가도 못 채우고 있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와의 유쾌했던 대화를 공개한다.
미국에서 돌아오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몸이 좀 아프셔서 조금이나마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들어왔다. 내 상황이 이래서 그런지 어머니를 모시고 온 손님에게는 서비스를 팍팍 넣어주게 된다. 미국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이 많이 그립기는 하지만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난다. 셰프로서 미국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외국어의 필요성. 최근에는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셰프라면 최소 2개 국어는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손님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으니까. 외국 손님들과 원어로 대화하다 보면 레스토랑 분위기가 확 산다. 옥상에 간이 주점처럼 만들어놓은 실내가 독특하다. 그나마 지금은 천장을 막아놨지만 얼마 전만 해도 비가 오면 손님들이 우산을 받치고 음식을 먹어야 했다. (웃음) 좀 낯설어 보일 수도 있는데 미국에는 이런 곳이 많다. 사실 인테리어가 뭐 그리 중요한가. 그보다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일식의 기본은? 일식은 곧 자연이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요리랄까? 있는 그대로 툭툭 내던져도 자연스레 느껴지는 멋. 그게 일식의 기본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요리사를 꼽는다. 당신은 어떤가? 나는 정말이지 내 직업이 너무 좋다!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찾아와 내 음식을 먹어준다는데, 더 바랄 게 없다. 또한 요리사는 VIP든 대통령이든 가식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도 요리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진다. 여기서는 나이 지긋한 회장님도 직접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