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의 모니터 앞에서 언택트 쇼로 열렸던 패션쇼는 ‘위드 코로나’로 조금씩 이전의 흐름을 찾아가고 있다. 영화 같은 패션필름을 통해 바다와 절벽, 동화 속 어딘가로 이끌었던 디자이너들은 그동안 하지 못한 교류에 대한 아쉬움을 쏟아내기라도 하듯 도시의 가장 상징적인 곳에서 관객과 함께하는 쇼를 선보이며 이전처럼 생생한 쇼가 돌아왔음을 실감케 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2022 S/S 쇼를 연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시기, 대니얼 리는 케어링 그룹과 이별을 고했다. 〈WWD〉에 따르면 35세의 나이에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그는 하우스에 신선함을 불어넣은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그간 직원이나 장인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회전문이 돌아가듯 끊이지 않은 퇴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시대의 불안함 때문일까? 밀레니엄 버그에 감염된 듯 90년대 트렌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2000년대 초반으로 향했다. 과거 ‘상속녀’ 아이콘이었던 패리스 힐튼은 〈쿠킹 위드 패리스〉를 통해 시간이 비껴간 듯한 순수함으로 주목받았고, 런웨이 룩은 크롭트 톱과 치골이 다 보일 정도로 한껏 내려 입은 로 라이즈 진을 선보이며 JLO,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팝스타들의 전성시대를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