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열린 구찌 ‘러브 퍼레이드’ 패션쇼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축제였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밤, 꿈처럼 드라마틱한 옷을 입은 모델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룬 것. 실크와 레이스, 퍼 트리밍으로 장식한 화려한 드레스 자락이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존 트래볼타 등 전설적인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예의 거리’를 스쳐 지날 때마다 구찌가 할리우드에 당도했음을 선언하는 듯했다.
구찌의 수장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빈곤했던 어린 시절, 영화제작사에서 일했던 어머니가 들려준 영화계 이야기를 원동력 삼아 자신만의 찬란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며 할리우드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그리스 신화〉 속 영웅에 비유했다. 많은 이의 선망을 받는 비현실적인 존재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에서다. 이를 반영하듯 그리스 여신을 연상시키는 튜닉 드레스와 신성함을 상징하는 뱀 모티프의 보디수트 등 고대에서 영감을 얻은 디테일이 런웨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여기에 할리우드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1970년대의 화려한 스타일이 뒤섞이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개성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