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KDANGAOK
9월, 붉은 벽돌로 온몸을 휘감은 건물이 한남동에 우뚝 솟았다. 이름부터 우아한 목단가옥이다. 골목을 오랜 시간 지켰던 이층짜리 단독주택을 고친 이곳이 터를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 애쓴 흔적은 여전히 물이 졸졸 흐르는 입구의 작은 샘물로 짐작 가능하다. 샘물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다른 세상으로 통할 듯 육중한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블렌딩 티부터 디저트, 식사, 옷과 소품까지 생활을 아우르는 것들로 공간을 살뜰히 채우고, 4층에 바까지 생길 목단가옥을 이해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정성’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미술과 공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목단가옥에 일일이 손길이 닿길 바란 오너의 기조는 작은 타일을 하나하나 패턴을 만들어 디자인한 테이블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원하는 붉은빛으로 구워낸 10만 장의 벽돌, 천장과 벽, 엘리베이터까지 곳곳을 수놓은 전용복 작가의 옻칠과 나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옻칠 장인들을 제치고 도쿄의 대연회장 메구로가조엔 복원 작업을 3년여에 걸쳐 해냈던 전용복 작가의 작품은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무게감을 지녔다. 붉은 성 같은 목단가옥의 위용처럼.









ASTIER DE VILLATTE
1996년 파리에서 시작한 이래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지향하는 바는 줄곧 올곧다. 바로 아름다울 것. 9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은 창립자들의 미감에 일찌감치 동의해 한껏 높은 기대를 품어온 이들까지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공간이다. ‘파리에 온 것 같다’는 다소 뻔한 탄성이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파리 스토어 디자인을 고스란히 1, 2층 쇼룸에 구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플라스틱 같은 인공적인 인테리어 소재를 최대한 지양하자는 창립자의 지침하에 현대적 요소를 감춘 이곳은 파리의 시간까지 옮겨왔다. 파리에서 온 작업자들이 롤러로 빗살무늬 하나하나까지 찍어낸 벽지들, 빛의 양에 따라 조금씩 다른 깊이감을 드러낼 정도로 여러 번 붓질을 거듭한 페인트의 아름다운 컬러, 5층 테라스까지 이르는 계단을 한 층 한 층 올라 코너를 돌 때마다 마주하는 난간과 창의 크고 작은 디테일은 이곳을 서울에서 가장 이국적인 공간으로 기꺼이 만든다. 공간이 주는 감상에 비하면 세라믹 제품부터 가구와 샹들리에, 패브릭, 향 제품과 스테이셔너리, 크고 작은 장식품까지 파리의 어떤 아스티에 드 빌라트 매장에서도 볼 수 없는 방대한 제품 라인을 고르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부차적인 즐거움처럼 느껴질 정도. 현재 손님을 맞을 준비 중인 테라스에 올라 바라본 서울의 풍광이 아름다우면서도 낯설다.


MOLTO
“처음 봤을 때 피렌체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유서 깊은 천주교 유산에 둘러싸인 페이지 명동 빌딩 3층을 차지한 몰또 최성민 대표가 이곳의 전망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감상이다. 그는 이윽고 커피가 떠올랐다고 한다. 유럽 노천카페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널찍하게 구성한 테라스 좌석과 잠시 들른 사람을 위한 구불구불한 형태의 스탠딩 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커피를 음미할 수 있도록 꾸민 에스프레소 바 몰또는 그렇게 명동에 상륙했다. 몰또에서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아 스타일은 에스프레소뿐이 아니다. 토마토와 바질을 얹은 빵에 녹진한 올리브오일을 쓱쓱 두른 클래식한 브루스케타부터 부라타 치즈와 시래기를 조합한 이색적인 브루스케타까지. 국내에 이탈리아 식료품을 꾸준히 소개해 온 ‘밀라노 클라쎄’와의 협업으로 탄탄한 브루스케타 라인업까지 갖추게 됐다. 페스토와 꿀, 헤이즐넛 페이스트, 잼 등 매장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식재료는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오픈 후 맞이한 첫 계절인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앞둔 몰또는 조금 분주해졌다. 하지만 난로와 담요가 놓인 테라스에서 맛보게 될 이탤리언 초콜릿 음료와 수프는 분명 낭만적일 것이다.